중국도 한때 일본제품 불매운동 뜨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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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침략을 경험한 중국은 역사, 영토 등의 이유로 여러 차례 불매운동이 일어났다. 그러나 밑바닥 민심에서 시작되기보다는 정부와 기업이 주도하는 형태가 대부분이었다. 현재 한국의 ‘일본 보이콧’과는 차이가 난다.

일본이 2012년 9월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국유화에 나서자 중국 내 반일감정이 높아지면서 불매운동도 거세졌다. 2012년 9월 16일 창춘(長春)의 한 공원에서 시민들이 “댜오위다오는 중국 고유의 영토”라는 현수막과 국기를 들고 반일 집회에 나섰다. / ZOL논단

일본이 2012년 9월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국유화에 나서자 중국 내 반일감정이 높아지면서 불매운동도 거세졌다. 2012년 9월 16일 창춘(長春)의 한 공원에서 시민들이 “댜오위다오는 중국 고유의 영토”라는 현수막과 국기를 들고 반일 집회에 나섰다. / ZOL논단

중국이 일본의 일방적 수출규제 이후 한국에서 확산되고 있는 일본 상품 불매운동에 주목하고 있다.

중국신문망은 지난 7월 25일 “한국 각계각층의 민심이 격분했다”면서 “일본제품 불매가 슈퍼마켓과 의류, 여행 등 각 분야로 번지고 있다”고 했다. 이 매체는 “과거 한국인들의 일본 보이콧은 주로 역사문제와 관련돼 이뤄졌지만, 이번엔 일본 정부가 한국에 무역제재를 선언해 국가경제에 직접적 영향을 끼친 데 따른 것이라 한국인들의 반일감정이 더 심각하다”고 보도했다. 중국 관영 CCTV는 7월 26일 한국의 택배노조가 대표적 일본 브랜드인 유니클로 배송 거부를 선언하는 등 ‘NO 일본’ 운동 확산을 비중 있게 다뤘다.

일부 중국 매체는 2012년 일본이 동중국해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를 국유화한 후 폭발적으로 일어난 일본 불매운동과 비교하기도 한다. 당시 중국의 일본 보이콧은 현재의 한국과 같은 점도 있지만 다른 부분도 많다.

2012년 영토문제로 폭발한 중국

일본 정부가 2012년 9월 11일 센카쿠 열도 국유화에 나서자 중국 내 반일감정이 극대화됐다. 그해 4월부터 일본이 국유화 움직임을 본격화하면서 달아오른 일본 상품 불매운동은 국유화 조치 시행으로 더욱 격화됐다. ‘사지도, 가지도 않겠다’는 일본 거부운동에 불이 붙었다. 당시 CCTV가 실시한 인터넷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90%에 가까운 중국 누리꾼들이 “일본 제품을 사지 않는 방식으로 댜오위다오 국유화에 항의하겠다”고 답했다.

일본산 자동차와 가전제품이 주요 타깃이 됐다. 그해 9월 도요타의 중국 자동차 판매대수는 8월(7만5000대)의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생산대수도 크게 줄어 도요타와 닛산, 혼다 등 6개 자동차업체의 9월 생산대수는 22만1099대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28.4% 줄었다. 자동차업체의 부진으로 일본의 9월 중국 수출규모는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4% 줄었다. 자동차 수출 대수가 8월 10% 감소에서 9월엔 43%로 감소폭이 확대됐다. 닛산, 도요타, 혼다 등 3개사는 9월 이후 감산과 공장 휴업에 들어갔다. 일본 가전제품 브랜드인 도시바, 산요는 40% 이상 판매량이 줄었다.

일본 불매운동은 분노한 중국인들의 민심이 기반이었지만 중국 기업들도 적극 앞장섰다.

캉후이(康輝) 여행그룹 대표는 전국 220개 회사와 5500개 지점에서 일본 여행상품 판매를 전면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그룹은 일본행 여행상품에 주력해왔다. 중·일수교 40주년을 기념해 5만명의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를 일본으로 보내겠다는 계획도 취소했다. 전국노동조합 격인 중화전국총공회, 중화전국부녀연합회가 일본 반대 성명을 냈고, 국유기업이 자회사들에 내부통지문을 보내 일본 상품 구매 금지를 지시했다.

일본 침략을 경험한 중국은 역사, 영토 등의 이유로 여러 차례 불매운동이 일어났다. 그러나 밑바닥 민심에서 시작되기보다는 정부와 기업이 주도하는 형태가 대부분이었다.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소셜미디어(SNS) 등에서 정보를 공유하고 개인이 일상에서 안 사기 운동을 실천하는 현재 한국의 ‘일본 보이콧’과는 차이가 난다.

일본의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국유화에 반발한 중국인들이 일본차를 부수고 불태우며 반일감정을 드러냈다. 국유화 조치 발표 후 중국 내 일본차 판매량은 반토막이 났다. / 웨이신

일본의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국유화에 반발한 중국인들이 일본차를 부수고 불태우며 반일감정을 드러냈다. 국유화 조치 발표 후 중국 내 일본차 판매량은 반토막이 났다. / 웨이신

중국경영망은 1894년 청·일전쟁 때 청나라가 일본에 패한 후 첫 일본 보이콧이 시작됐다고 했다. 당시 청나라 정치인 리훙장(李鴻章)은 일본산을 사지도, 중국산을 팔지도 말자면서 ‘일본과의 통상 잠정 중단’을 주장했다. 리훙장은 “중국 쌀의 일본 수출을 금지해 일본인들을 굶겨 죽여야 한다”고도 했다. 중국 근대사에 남아있는 최초의 대일 수출 금지 기록이자 경제보복 역시 ‘위로부터의 운동’이었다.

중국의 보이콧은 정부와 기업이 주도

한국인들이 기억하는 중국의 불매운동은 2016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서 촉발된 ‘롯데 제재’다. 일부 중국인들은 롯데주류에서 만든 소주병을 태우고, 롯데마트로 몰려가 시위를 벌였다.

롯데마트는 결국 중국에서 철수했지만 불매운동의 여파보다는 정부의 보복조치가 직격탄으로 작용했다. 중국 당국은 소방법 위반 등을 이유로 롯데마트에 영업정지조치를 내렸다. 3조원을 투자할 예정이었던 대규모 선양 프로젝트도 수년째 공사가 중단됐다. 중국의 관광당국은 ‘중국 단체관광객의 롯데호텔 및 면세점 출입 금지’를 유지하고 있다.

많은 중국 대형 기업들이 롯데 제재에 앞장섰다. 중국 2위 전자상거래업체인 징둥(京東)닷컴은 웹사이트 내 ‘롯데마트관’의 운영을 중단했고, 중국 최대 화장품 쇼핑몰인 쥐메이(聚美)닷컴도 롯데 제품 보이콧을 선언했다. 중국 막대과자 회사인 웨이룽(衛龍)식품은 롯데마트 매장에서 자사 제품을 철수시켰다.

대만 업체에 대한 불매도 기업체가 더 빨리 움직였다.

2018년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이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대만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85℃’에 들르면서 중국 내 불매운동이 일었다. 85℃는 전세계 점포의 60% 정도가 중국 본토에 있다. 독립 성향의 차이 총통을 지지하는 것으로 오해한 중국 누리꾼들이 반발하자 음식 배달 애플리케이션 메이퇀과 어러머는 이 업체에 대한 서비스를 중단해버렸다.

이들의 보이콧은 얼마나 갔을까. 1년이 지난 현재는 검색 및 배달 서비스를 정상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정부와 기업이 주도하는 불매운동은 지속력이 길지 못했다. 일본차를 불태우고, 중국 내 일본공장에 불지르고, 일본인을 폭행하며 비이성적 분노를 뿜어내던 중국인들은 수개월 만에 다시 일본산 제품을 찾았다. 가전제품과 생활필수품은 1~2개월 만에 회복 기미가 나타났다. 2012년 9월 중국 내 슈퍼마켓의 매출이 30% 감소했던 세븐앤드아이 홀딩스는 한 달 만에 원상태를 회복했다. 일본산 자동차 판매도 2013년 5월부터 회복세에 접어들었다.

<박은경 베이징 특파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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