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가지 맛 오미자, 오장의 진액 보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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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자의 신맛은 메말라가는 오장의 진액을 보충해준다. 오미자는 여름철 더위에 땀을 많이 흘리고, 진액이 메마를 때 달여내 물처럼 마시기에 적당하다.

오미자(五味子)는 목련과의 덩굴성 낙엽수이다. 열매는 약으로 쓰거나 술과 차의 재료로 이용한다. 다섯 가지의 맛을 고루 갖추고 있다고 하여 오미자라 하는데, 그 가운데에서도 신맛이 가장 강하다./위키피디아

오미자(五味子)는 목련과의 덩굴성 낙엽수이다. 열매는 약으로 쓰거나 술과 차의 재료로 이용한다. 다섯 가지의 맛을 고루 갖추고 있다고 하여 오미자라 하는데, 그 가운데에서도 신맛이 가장 강하다./위키피디아

동양권에서는 맛을 산(酸·신맛), 고(苦·쓴맛), 감(甘·단맛), 신(辛·매운맛), 함(鹹·짠맛) 다섯 가지로 크게 분류했다. 여러 가지 맛, 온갖 맛을 뜻하는 오미는 여기서 왔다. 오미자의 겉피는 달고, 육질은 시며, 씨앗은 맵고 쓰다. 이렇게 다양한 맛을 한 열매가 지녔기에 오미자라 했다.

오미자는 목련과에 속한 오미자의 완숙 과실이다. 색이 붉고 맑아서 보기에도 좋고, 한식당에서는 후식으로도 즐겨 내놓는다. 보통 서리가 내린 후에 채취하고 음지에서 건조시키거나 훈증해 말린다. 우리나라에 고루 분포하고 있고 오랜 시간 주요 약재로 사용됐다.

오미자는 비록 다섯 가지 맛을 가지고 있다고는 하나 시큼한 산미가 주된 맛이다. 첫 입은 시큼하다가 끝맛을 어떤 이는 떫다, 쓰다, 혹은 달다고 한다. <동의보감>에는 허약하고 피로해 여윈 몸을 보해주고, 눈을 밝게 해주며, 남자의 정을 보익해준다고 나왔다. 상처에 새살이 돋게 하고 갈증과 열감을 제거하고 주독을 풀고 기침을 치료해준다고 했다.

우리가 지치는 이유의 하나는 외부로 과도하게 에너지를 쏟기 때문이다. 가족을 포함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고 목표를 이루기 위해 상황을 헤쳐나간다. 모두 에너지를 소비하고 발산하는 행위다. 그러다보면 불현듯 ‘아, 숨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힘들 때 혼자서 편안히 숨어서 쉬다보면 어느새 복잡한 생각도 정리되고 진취적인 기세도 올라온다.

몸의 오장육부도 열심히 일을 하다 어느 순간 이렇게 쉬고 싶을 때가 온다. 그럴 때 눈이 침침해지거나 머리가 멍해진다. 대화를 주고받는데 머릿속에 남는 건 없고, 일을 하다 딴짓에 빠진다. 좀 쉬어달라고 몸에서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괜찮겠지’ 하고 무시하면 그때부터 일이 좀 커진다. 허리가 은근히 아파오고 무릎까지 시큰해진다. 마른 기침을 하기도 하고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기도 한다. 위장이 튼튼한 이들도 입맛이 떨어지고 배가 불러도 이상한 허기짐에 식사량은 많아진다. 결국 만성 소화불량에 가스가 차고 사지가 무겁다. 몸은 생각보다 착하다. 피곤하면 티를 낸다. 이를 잘 감지해 적절한 때 쉬어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권혜진 원장

권혜진 원장

그럼 어떻게 쉬는 게 잘 쉬는 것일까? 우선은 외부로 보냈던 에너지를 조금 갈무리해서 나를 챙겨야 한다. 늘 일정을 만들어 에너지를 쓸 생각을 했다면, 살짝 숨어 나를 위해 시간과 체력을 쓰는 것이다. 휴가로 간 낯선 나라에서 긴장감과 금전 부담에 시달린 나머지 돌아와 병이 나는 환자분들을 여럿 보았다. 그런 여행은 에너지가 남을 때 삶의 환기를 위해서는 딱이지만, 수렴시켜야 할 시기에는 부적절하다.

오장의 진액을 보충해주는 오미자의 신맛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올 여름은 여행보다 쉬면서 오미자청 한 잔이 어떨까. 오미자는 여름철 더위에 땀을 많이 흘리고 진액이 메마를 때 달여내 물처럼 마시기에 적당하다. <동의보감>에는 음허내열(陰虛內熱), 즉 며칠 동안 켜놓은 컴퓨터처럼 미열이 나면서 피로감이 강할 때 오미자로 그 열을 제거한다고 했다. 또한, 오미자를 복용해 여름철에 상하기 쉬운 신장과 폐, 창자의 기능을 보강한다고 했다.

<권혜진 청효대동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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