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의 세 가지 ‘장밋빛 희망’ 모두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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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는 시즌 시작 전부터 우려를 모았던 포수진에 대한 해답을 찾지 못했다. 물음표를 안고 출발한 선발진은 여전히 불안하다. 그리고 새로 데려온 외국인 타자는 부진으로 시즌 도중에 결국 교체됐다.

매년 2월이 되면 프로야구 10개 구단 모두 장밋빛 꿈에 부푼다. 개막에 앞서 2차 스프링캠프에 돌입하면서 본격적인 실전 점검을 하고, 저마다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구단의 계산대로 잘 풀리기만 한다면야 더없이 좋은 시즌을 치를 수도 있다.

롯데 자이언츠 선수들(왼쪽)이 7월 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 스윕패하고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이석우 기자

롯데 자이언츠 선수들(왼쪽)이 7월 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 스윕패하고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이석우 기자

롯데도 그랬다. 지난 시즌 막판까지 와일드카드 싸움을 벌인 롯데는 시즌 초반부터 치고 올라 다시 높은 곳으로 향하기를 바랐다. 그런데 목표를 이루기까지 충족돼야 할 요건이 많았다. 문제는 대부분이 ‘만약’이라는 가정법에 묶여 있었다는 데 있다. 올 시즌 롯데의 가을야구에 대한 꿈은 실패로 끝날 공산이 커졌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그 많던 가정법들은 모두 좋지 않은 방항으로 흘렀기 때문이다.

롯데는 전반기 종료까지 8경기를 남긴 7월 10일 현재 88경기 32승2무54패(승률 0.372)로 10위에 머물러 있다. 5월 들어 ‘꼴찌’가 된 후 한 달 반의 시간이 흘렀다. 최근 10시즌을 통틀어봐도 롯데가 승률 3할대에 머문 적은 없었다.

포수 불안으로 투수들 변화구 잘 못던져

시즌 시작 전부터 우려를 모았던 포수진에 대한 해답도 찾지 못했다. 롯데는 2017시즌을 마치고 주전포수였던 강민호와 작별했다. 강민호가 자유계약선수(FA)로 삼성 유니폼을 입었고 지난해에도 그의 공백을 느꼈던 터다. 올 시즌을 앞두고도 포수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보강이 없었다. ‘최대어’인 양의지가 시장에 나왔지만 롯데는 움직이지 않았다. 대신 육성에 초점을 뒀다. 김준태, 안중열, 나종덕에 2018년 신인 정보근까지 후보군에 이름을 올렸다. 정보근을 제외하고 나머지 세 명이 번갈아가며 1·2군을 오가다가 전반기 막판에는 나종덕-안중열 체제로 접어들고 있다.

양상문 롯데 감독은 당초 “포수진의 성장을 투수진이 도와줄 수 있을 것”이라고 했으나 여전히 속도는 더디다. 오히려 투수진의 발목을 잡을 때가 많다. 롯데의 폭투 개수는 75개로 10개 구단 중 가장 많다. 2위 한화(47개)보다 28개 많은 수치로 30개 가까이 격차가 있다. 지난 6월 12일 잠실 LG전에서는 ‘민망한’ 최초의 기록이 나왔다. 나종덕이 10회말 수비 실수로 KBO리그에서 처음 나온 스트라이크 낫아웃 폭투로 경기를 내줬다.

이렇다보니 투수들이 떨어지는 변화구를 던지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 특히 롯데 투수들 중에는 포크볼을 구사하는 선수들이 많다. 불안함은 기록으로 이어진다. 롯데의 팀 평균자책점은 5.34로 10개 구단 중 가장 높다. 불펜진의 평균자책점만 따져도 5.47로 가장 불안하다. 그렇다고 타격에서 도움을 주는 것도 아니다. 나종덕은 69경기 타율 0.164로 1할대에 머물러 있다. 안중열 역시 38경기에 출전해 타율 0.197을 기록 중이다. 결과적으로는 투수와 포수진 모두가 하향세를 향해 걸어가는 꼴이 돼버렸다.

선발진도 물음표를 안고 있었다. 롯데는 비시즌 동안 선발 자원인 노경은과 FA 계약을 성사시키지 못했다. 토종 선발진 중에서 그나마 경험이 많았던 투수는 김원중이다. 김원중은 지난 시즌 풀타임 선발로 뛰며 30경기 8승7패 평균자책점 6.94를 기록했다. 그 외에는 처음으로 선발로 시작하는 장시환 한 명 정도가 있었는데 그가 4선발의 임무를 받았다.

나머지 5선발 자리는 파격적인 ‘1+1’ 작전을 내세웠다. 박시영-김건국을 붙이고 송승준-윤성빈을 함께 기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 작전은 실패로 돌아갔다. 빠르게 계획을 수정했지만 기나긴 5선발 찾기가 시작됐다. 그렇다고 기존 선발진에 있던 선수들이 제 몫을 한 건 아니다. 외국인 투수 원투 펀치가 모두 부진했다. 5월까지 브룩스 레일리와 제이크 톰슨의 승수가 4승에 불과했다. 결국 톰슨은 6월 초 방출됐다.

김원중, 장시환도 기복이 있었다. 김원중은 4월까지는 6경기에서 2승(2패) 평균자책점 3.74로 호투했으나 시즌을 치르면서 투구가 들쭉날쭉했다. 장시환도 5월까지는 10경기에서 2승5패 평균자책점 6.86을 기록했다. 나머지 선발진의 한 자리를 오간 선수는 많았다. 그러나 기회를 발판 삼아 자기 ‘보직’으로 굳힌 선수가 없었다. 이렇다보니 잊혀졌던 노경은의 이름이 자주 오르내렸다. 6월 말부터 박세웅이 합류했고 루키 서준원까지 선발 로테이션에 들어갔지만 완전히 안정된 것은 아니다.

내야진 붕괴, 팀 실책은 전체 1위

세 번째 ‘만약…’은 외인 타자가 쥐고 있었다. 롯데는 올 시즌을 맞이하면서 새로운 외인 타자로 카를로스 아수아헤를 영입했다. 아수아헤의 영입은 내야진 정비에 앞서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중요 과제였다. 지난 시즌 롯데의 팀 실책은 117개로 이 부문 1위였다. 실책이 많으니 좋은 경기력이 나올 리 없었다. 때문에 메이저리그에서 1143이닝 동안 5개의 실책을 기록하며 뛰어난 수비력을 보인 아수아헤를 영입한 것이다. 아수아헤를 데려오면서 나머지 유격수, 3루수 자리의 퍼즐 조각도 맞췄다. 주전 유격수는 신본기, 3루수는 프로 데뷔 2년차를 맞이한 한동희의 몫이었다.

그러나 아수아헤는 수비와 타격 모두 부진했다. 49경기 타율 0.252로 용병에 걸맞지 않은 성적을 냈다. 실책은 3개에 불과했으나 기록되지 않은 실책성 플레이가 많았다. 결국 롯데는 아수아헤를 내보내고 새 외인 타자 제이콥 윌슨을 영입했다. 외국인 타자 영입 결과가 실패라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나머지 내야수들도 제 몫을 하지 못하면서 내야진 수비도 붕괴됐다. 신본기는 7월 10일 기준 11실책으로 롯데 내에서 가장 실책이 많다. 한동희 역시 7개의 실책을 저질렀다. 내야진뿐만이 아니다. 이들의 기록을 포함해 롯데의 팀 실책은 70개로 10개 구단 중 이 부문 1위다. 내외야 할 것 없이 많은 실책을 기록한다는 뜻이다.

지난 7월 6~7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과의 2연전에서는 2경기 연속 수비에서 미숙한 모습을 보였다. 6일에는 1회 김하성의 3루수 방면 땅볼 타구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내야수들이 우왕좌왕해 ‘1안타 2실책’으로 타자 주자에게 홈까지 내줬다.

7일에는 2-3으로 한 점 뒤진 8회 접전의 상황에서 2루수 방면 땅볼 타구를 제대로 잡지 못해 외야수 2명이 굴러가는 타구를 향해 뛰어가다가 주자 2명을 들여보내서 패했다. 이렇게 야수의 실책이 많으니 팽팽한 긴장상황을 이어갈 수 없이 무너지는 경우가 태반이다. 롯데는 10개 팀 중 가장 역전패가 많다. 올 시즌만 총 25차례로 가장 많은 역전패를 당했다.

2019시즌 시무식에서만 해도 ‘V3’를 외쳤던 롯데는 현실적인 목표를 ‘탈꼴찌’로 잡아야 할 처지가 되어버렸다. 팬심도 돌아섰다. 롯데는 7월 20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리는 올스타전에서 베스트12에 아무도 선정되지 못했다. 베스트12가 한 명도 나오지 않은 건 16년 만이다. 롯데를 보면 야구에는 ‘만약에’라는 가정법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후반기에는 가정법보다는 확실한 해결책을 내놓아야 그나마 꼴찌에서 벗어날 희망을 찾을 수 있다.

<김하진 스포츠부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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