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별들의 무대 주연으로 우뚝 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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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은 새로운 역사를 쓴다. LA 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올스타 명단이 발표되자마자 “내셔널리그 올스타팀 선발투수는 류현진”이라고 발표했다. 코리언 메이저리거 최초의 올스타 선발투수다.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의 별명은 ‘폴 클래식(Fall Classic)’이다. ‘가을의 고전’으로 번역된다. 오랜 세월 명승부들이 쌓여왔다. 가을이 오기 전 한여름에 펼쳐지는 ‘고전’도 있다. 미드 서머 클래식. 한여름 밤의 고전. 바로 올스타전이다.

LA 다저스의 류현진이 6월 28일 덴버에서 열린 미국 프로야구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경기에서 1회 1사 1루에서 공을 던지고 있다. / AP통신

LA 다저스의 류현진이 6월 28일 덴버에서 열린 미국 프로야구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경기에서 1회 1사 1루에서 공을 던지고 있다. / AP통신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이 처음 열린 것은 1933년이었다. 사실 야구 행사가 아니었다. 그해 시카고에서 ‘세계 박람회’가 열렸다. 독일이 자랑하는 대형 비행선 그라프 체펠린이 시카고 미시간호 위를 날아다닌 장면은 시카고 박람회 최고의 명장면이었다. 온갖 신기술이 박람회를 통해 모습을 드러냈다. 미국의 자동차회사 캐딜락은 16기통짜리 리무진을 전시했다. 이른바 ‘콘셉트카’의 시작이었다.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은 시카고 세계 박람회의 부대행사였다. <시카고 트리뷴>의 기자 아치 워드가 제안했고, 리그가 이걸 받아들였다. 메이저리그 각 팀을 대표하는 선수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경기를 펼쳤다. 사람들의 큰 관심을 모았고, 이내 연례행사로 자리잡았다.

한여름 밤의 고전, 미드 서머 클래식

매년 치러진 것은 아니었다. 1945년에는 2차 세계대전 때문에 열리지 않았다. 미국 내 계엄령으로 선수들의 이동이 불가능했다.

대개 7월 둘째 주, 혹은 셋째 주 화요일에 열린다. 2019시즌 올스타전은 현지시간 7월 9일이다. 시즌의 중반으로 여겨지지만, 실제로는 절반을 좀 넘긴 시기다. 올해 1위를 달리고 있는 LA 다저스는 그때면 92경기를 치른다. 162경기의 57%를 소화하는 시점이다.

올스타는 팬들의 투표로 선정된다. 당연하게 여겨지지만 쭉 그래왔던 것은 아니다. 첫 두 해(1933~1934)를 제외하고 1946년까지 양 팀 감독이 올스타 선수들을 선정했다. 1947년부터 팬들이 올스타 선발 출전 야수 8명을 뽑을 수 있게 됐는데, 1957년 사달이 났다. 팬 투표 결과 내셔널리그 올스타에서 신시내티 선수들이 무려 7명이나 뽑혔다. 유일한 예외가 세인트루이스 1루수 스탠 뮤지얼이었다. 이해할 수 없는 투표 결과에 사무국이 조사에 나섰다. 전체 투표 참가의 절반을 넘는 양이 신시내티에서 이뤄졌다. ‘부정투표’였다. 신시내티 지역신문 <신시내티 인콰이어러>가 일요일판 부록으로 신시내티 선수들이 표기된 상태로 인쇄된 올스타 투표용지를 뿌렸다. 신시내티 팬들이 그 용지로 투표를 했다.

결국 사무국이 나섰다. 신시내티 선수 7명 중 2명을 빼고, 뉴욕 자이언츠의 윌리 메이스, 밀워키 브레이브스의 행크 애런을 포함시켰다. 부정투표 가능성 때문에 팬투표 제도도 없앴다. 다시 팬들이 투표할 수 있었던 것은 1970년부터였다. 각 구단은 똑같은 수의 용지를 배부받았다.

‘인터넷의 시대’가 되면서 투표 양식도 ‘온라인’으로 바뀌었다. 1999년 보스턴 팬이 노마 가르시아파라의 올스타 출전을 위해 ‘자동 투표 프로그램’을 개발해 무려 3만9000번이나 투표하는 바람에 적발됐다. 2015년에는 캔자스시티 팬들의 ‘단결’로 올스타 투표 중간집계마다 마이크 트라웃을 뺀 나머지가 모두 캔자스시티 선수들로 채워졌다. 사무국이 조사에 나섰고, 잘못된 온라인 투표 6500만건을 삭제했다. 그래도 캔자스시티 선수 4명이 선발 출전했고, 3명이 더 뽑혔다.

2019년 현재, 메이저리그 올스타 투표 방식은 조금 더 복잡하다. 예선 투표와 결선 투표, 선수 투표와 사무국 지정 선수 등으로 두 팀의 로스터가 구성된다. 선발 출전 야수는 팬들의 투표로 뽑힌다.

올스타 로스터는 각 32명씩이다. 처음 올스타가 시작된 1933년에는 18명씩이었다가 20명, 25명으로 차츰 늘었고 1982년에 30명이 됐다가 2003년에 32명이 됐다. 2010년에는 34명까지 늘었는데 지난해 32명으로 다시 줄였다. 연장 승부가 없어지고 승부치기를 하기 때문이다.

팬 투표를 통해 선발 출전 야수를 뽑는다. 내셔널리그는 8명, 아메리칸리그는 지명타자 포함 9명이 팬 투표로 뽑힌다. 온라인 투표이고 매주 순위가 발표된다. 올해 ‘결전 투표’ 제도가 새로 도입됐다. 마지막 주에 포지션별로 팬 투표 상위 3명(외야수는 9명)을 남겨두고 막판 투표를 벌인다. 이를 통해 1위로 뽑힌 선수가 선발 출전하는 방식이다.

팬 투표가 아닌 선수 투표로 뽑는 투수

투수는 팬 투표가 아니라 선수 투표로 뽑는다.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선수들이 투표해 선발투수 5명, 구원투수 3명을 뽑는다. 선발 출전하지 않는 백업 야수 역시 선수 투표로 선정된다. 내셔널리그는 포지션별 8명, 아메리칸리그는 9명이다. 이렇게 뽑고 나면 내셔널리그는 24명, 아메리칸리그는 26명의 선수가 선정된다. 나머지는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지정하는 선수들로 채워진다. 지난해까지는 마지막 1명 자리를 두고 ‘파이널 투표’라는 방식을 통해 일종의 패자 부활전을 거쳤는데, 올해는 결선투표가 생기면서 이 제도가 사라졌다. 메이저리그 올스타에 ‘감독 추천 선수’는 없다.

LA 다저스 류현진은 선수 투표로 올스타에 뽑혔다. 워싱턴의 맥스 셔저가 230포인트를 얻어서 1위, 류현진이 210포인트로 2위에 올랐다. 한국인 메이저리거, 투수로서는 세 번째, 야수를 포함하면 네 번째다.

박찬호(2001년), 김병현(2002년), 추신수(2018년) 등이 올스타 무대에 올랐다. 박찬호는 2001년 7월 11일 워싱턴주 시애틀 세이프코 필드에서 열린 올스타전에서 0-0이던 3회말 내셔널리그의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해 올스타전 고별경기를 뛰던 칼 립켄 주니어에게 선제 솔로홈런을 허용했다.

박찬호는 이반 로드리게스, 스즈키 이치로, 앨릭스 로드리게스 등 쟁쟁한 타자들을 범타 처리했지만 홈런 한 방이 뼈아팠다. 이 홈런이 아메리칸리그의 결승홈런이 되면서 1이닝 1안타(1홈런) 1실점을 기록한 박찬호가 패전투수가 됐다. 당시 내셔널리그는 1-4로 졌다.

김병현은 2002년 7월 10일 위스콘신주 밀워키 밀러파크에서 올스타전 마운드에 올랐다. 내셔널리그 올스타였던 김병현은 5-3으로 앞서던 7회 팀의 7번째 투수로 등판해 0.1이닝 동안 3안타 2실점으로 부진했다. 경기가 7-7 무승부로 끝나면서 승패 기록은 남기지 않았다. 최근 메이저리그 중계 해설 때 거침없는 입담으로 화제를 모으는 김병현은 당시 올스타전을 떠올리며 “밀워키는 시골이라 별로 가고 싶지 않았다”고 농담해 큰 웃음을 주기도 했다.

추신수는 한국인 메이저리거의 올스타전 ‘흑역사’에 마침표를 찍었다. 추신수는 지난해 7월 18일 워싱턴 내셔널스 파크에서 열린 올스타전에서 2-2로 맞서던 8회 아메리칸리그의 대타로 나와 좌전안타를 쳤다. 상대 투수는 리그 최강의 좌완 불펜 조시 헤이더(밀워키)였다. 한 번도 상대해 보지 않은 투수를 상대로 한 번의 스윙으로 안타를 때렸다. 추신수는 후속타자 진 세구라의 3점 홈런 때 홈을 밟았다. 한국인 야수 최초로 올스타 무대에 섰던 추신수는 2타수 1안타 1득점의 성적을 남겼다.

코리언 메이저리거가 2년 연속 올스타를 배출한 데 비해 일본 출신 메이저리거는 2년 연속 올스타에 초청받지 못했다. 다르빗슈 유(시카고 컵스)가 2017년 올스타에 나선 것이 마지막이었다. 투타겸업의 오타니 쇼헤이 역시 지난해 신인왕을 받았지만 올스타에는 뽑히지 못했다. 일본 스포츠신문 <산케이스포츠>는 지난 7월 1일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에 선발된 선수들을 발표하며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 등 일본 선수들은 뽑히지 않았다”고 담담하게 전했다.

투수 운영 권한은 올스타 감독이 행사

류현진은 새로운 역사를 쓴다. LA 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올스타 명단이 발표되자마자 “내셔널리그 올스타팀 선발투수는 류현진”이라고 발표했다. 코리언 메이저리거 최초의 올스타 선발투수다. 심지어 올스타에 8번째로 참가하는 다저스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도 올스타 선발투수 등판은 한 번도 없었다. 아시아 선수 중에는 일본의 노모 히데오에 이어 두 번째다. 노모는 1995년 ‘토네이도 투구폼’에서 나오는 ‘폭포수 포크’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고 내셔널리그 올스타 선발투수로 나와 랜디 존슨과 맞대결을 펼쳤다.

올스타팀 감독은 전년도 각 리그 우승팀 감독이 맡는다. 내셔널리그는 다저스의 로버츠 감독, 아메리칸리그는 월드시리즈 우승팀 보스턴 레드삭스의 알렉스 코라 감독이다. 감독은 ‘선수 추천 권한’은 없지만 투수 운영 권한을 갖는다. 선발투수를 누구로 쓸지도 감독의 결정이다.

로버츠 감독은 7월 3일 애리조나전을 앞두고 취재진의 질문을 받았다. ‘이번 올스타에 류현진 외에도 클레이튼 커쇼, 워커 뷸러 등 같은 팀에 3명이나 있고 잭 그레인키 등 다른 팀에도 좋은 투수들이 있는데 어떻게 그렇게 빨리 결정할 수 있었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내 입장에서는 그 결정이 하나도 어렵지 않았다. 류현진은 전반기 동안 내셔널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투수다. 당연히 선발투수는 류현진이다.”

2019시즌 올스타전은 한국시간 7월 10일 오전 8시30분에 클리블랜드의 홈구장 프로그레시브 필드에서 열린다. 1회초가 끝나면 1회말 마운드에 맨 처음 오르는 투수가 바로 류현진이다.

<이용균 스포부 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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