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유치원 이어 사학도 바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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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진·신경민 의원 사학혁신법 발의… 비리 처벌조항 강화

사립유치원의 개혁 바람을 몰고 온 박용진 민주당 의원의 ‘마법’이 사립학교 개혁에도 통할까. 박 의원이 이번에는 사립학교 개혁에 앞장섰다.

박 의원은 6월 17일 사립학교법 개정안(일명 사학혁신법)을 대표발의했다. 사립유치원에 이어 사학에 대해서도 개혁의 칼날을 들이대겠다는 의지가 개정안에 포함됐다. 이 개정안에 따르면 사립학교법인의 이사 정수 2분의 1에 해당하는 이사를 개방이사추천위에서 추천한 인사 중에서 선임하도록 했다. 또한 이사회 회의록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학교법인의 임원이나 학교의 장이 회계부정을 저지른 경우 처벌조항을 강화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6월 17일 국회 의안과에 사학비리 근절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제출하고 있다. /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6월 17일 국회 의안과에 사학비리 근절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제출하고 있다. / 연합뉴스

사학 개혁의 의지를 나타낸 시점도 공교롭게 유치원 3법의 패스트트랙 지정 상임위 심의 날짜와 교차했다. 지난해 말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지정된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개정안)은 6월 24일 국회 교육위에서 심사기간(180일)이 종료된다. 국회가 그동안 공전하면서 한 번도 심의하지 못한 채 자동으로 25일 법사위로 넘어가게 됐다.

유치원 3법을 발의한 박 의원이 국회 교육위 위원으로 할 수 있는 만큼의 노력을 다한 직후 관심사를 사학으로 돌린 것이라고 볼 수 있다. 6월 18일 박 의원은 국회에서 ‘사립대학 비리 해결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열고 사학 개혁의 의지를 다졌다.

2007년엔 한나라당 반발로 퇴보

지난해 박 의원의 비리 사립유치원 실명 공개는 큰 이슈가 됐다. 한유총(한국유치원총연합회)의 설립허가가 취소됐고, 사립유치원에 국가관리회계시스템 에듀파인이 의무화됐다. 이런 박 의원이 사학비리 척결에 앞장서겠다고 나서면서 18일 정책토론회에서는 박 의원에 대한 기대감이 대거 표출됐다. 정대화 상지대 총장은 이날 정책토론회에서 “사학 개혁은 정말 쉽지 않는 일”이라면서 “박 의원이 하니까 이만큼 진도가 나간다”고 말했다. 토론회에 앞서 현장에서는 교육부와 국민권익위의 관련 인사가 참석한 가운데 공개 공익제보가 접수됐다. 경성대 등 모두 8개 대학의 사학비리를 알린 제보자들은 이번만큼은 사학비리가 제대로 개혁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한 대학의 비리 제보자는 “그동안 사학비리 척결의 의지와 실천이 보이지 않았다”면서 “박 의원이 나선 만큼 이번엔 다를 것으로 본다”고 기대했다.

박 의원은 이날 토론회를 시작하며 “사립유치원에 집중하고 있는 동안 사립대 비리도 한 번 살펴봐 달라는 피맺힌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면서 “사학비리는 사립유치원 비리의 확대 복사판”이라고 강조했다. 사립유치원 비리와 비슷하면서 규모가 더 큰 것이 사학비리라는 것이다.

박 의원은 사립유치원 사태와 마찬가지로 온갖 압력을 받고 있음을 토로했다. 박 의원은 “교육부가 한유총의 눈치를 봤고 시·도교육청도 국회의원도 마찬가지였다”면서 “사학 문제도 사립유치원과 마찬가지로 전화를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전화의 성격은 박 의원의 추가 설명에서 드러났다. 박 의원은 “의원들 중 사립대 출신이 많다”고 말했다. 동료 의원에게서 전화가 왔다는 것을 암시한 것이다.

사학 개혁은 박 의원이 토론회에서 ‘오랜’이라는 표현을 쓴 것처럼 아픈 역사를 갖고 있다. 참여정부 때인 2005년 열린우리당이 국회 본회의에서 한나라당과의 몸싸움을 무릅쓰고 사학법 개정을 강행했다. 모든 사학에 이사 정수의 4분의 1을 개방형 이사로 한다는 법안이었다. 한나라당은 이에 반발해 장외투쟁에 나섰고, 사학과 관련된 종교계의 반발이 거셌다. 결국 한나라당의 요구로 2007년 여야가 사학법 보완에 합의했다. 이 개정안에 따라 개방형 이사 추천위원회를 설치하고 재단도 추천위원을 선정하는 데 참여하도록 했다. 때문에 2005년 사학 개혁이 2년 후 퇴보됐다는 평가를 낳았다.

6월 18일 국회에서 사립대학 비리 해결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 경향신문

6월 18일 국회에서 사립대학 비리 해결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 경향신문

사학비리는 끊이지 않았다. 정대화 상지대 총장은 토론회 발제문에서 “사학 개혁이 지연된 이유로는 2007년 사학법 개악의 트라우마가 정치권에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토론회 발제에서 “사학비리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지난 2월부터 6월 18일까지 약 4개월 동안 교육부를 통해 전수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293개 대학에서 교육부 감사와 감사원 감사 등을 통해 적발된 사학비리 건수는 1367건에 달하고 그 비위 금액은 2624억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이 조사도 교육부를 통해 각 대학으로부터 자진해서 받은 건수이기 때문에 실제 제대로 된 조사를 실시하면 비위 실태는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뿐만 아니라 신경민 민주당 의원도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최근 발의했다. 6월 3일 발의한 이 개정안에서는 사학비리로 쫓겨난 임원이 쉽게 학교로 돌아올 수 없도록 복귀 불가 기간을 늘렸다. 비리 임원은 기존 5년에서 10년으로 복귀 불가 기간이 늘어나고, 비리 교장·총장의 경우에는 3년에서 6년으로 연장된다는 내용이다.

유은혜 장관, 사립대 종합감사 방침

사학비리와 관련해 정부에서도 개혁 드라이브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올 하반기부터 사학비리 척결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교육부는 6월 19일, 2021년까지 주요 사립대 16곳에 대한 종합감사를 벌일 방침이라고 밝혔다. 국민권익위도 나섰다. 국민권익위와 교육부는 “사학비리·부패 신고센터를 설치하고 6월 10일부터 8월 9일까지 특별신고기간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이런 정부·여당의 움직임에 대해 사학재단 측과 자유한국당이 2005년처럼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사립유치원 1탄에 이어 사학 쪽에 2탄이 전개되는 국면”이라면서 “교육부의 종합감사 움직임이나 민주당의 사학 개정안 발의를 보면 동시다발로 진행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2005년 당시에는 교육철학을 나름대로 갖춘 한나라당 의원들이 집요하게 반대했으나, 이번에는 강력하게 대응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국대학법인협의회 한 관계자는 박 의원의 사학법 개정안에 대해 “이미 내용을 자세히 알고 있다”면서 “사립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법안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일부 대학의 사학비리를 빌미로 정부가 대학의 자율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사립유치원 개혁과는 달리 사학 개혁은 입법과정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무엇보다 20대 국회가 1년도 채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당의 관계자는 “20대 국회에서 상징적으로 발표한 후 21대 국회에서 개정하겠다는 것으로 읽힌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20대 국회에서는 가을 정기국회가 마지막 기회일 텐데, 선거법 합의가 아직 남아있어서 사학법 개정이 힘을 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학 개혁의 의지를 드러내는 데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18일 정책토론회는 사학 개혁의 의지로 가득 찼다. 박용진 의원은 “나 역시 사립대 출신”이라면서 “어렵고 힘든 과정인 줄 알지만 그 길을 갈 것”이라고 강한 의지를 밝혔다. 토론회가 끝난 후 정대화 상지대 총장은 기자와 만나 “딱 두 가지만 개혁하면 된다”면서 “이사회 구성을 개방하는 것과 비리 이사가 다시 발을 못 붙이도록 원 스크라이크 아웃제를 실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호우 선임기자 ho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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