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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페이, 성패 논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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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제로페이 사용을 불편해 하는 것 같다. 할인 등 혜택이 더 있지 않으면 ‘사업자를 위해서 내가 이걸 할 필요가 있나’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4월 8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제로페이 10만번째 가맹점인 역사책방에서 제로페이 시연을 하고 있다. 서울시는 제로페이 시범서비스에 앞서 지난해 10월 29일 가맹점 모집을 시작한 결과 5개월 만에 가맹점 10만호(4월 1일 기준)를 돌파했다. / 연합뉴스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4월 8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제로페이 10만번째 가맹점인 역사책방에서 제로페이 시연을 하고 있다. 서울시는 제로페이 시범서비스에 앞서 지난해 10월 29일 가맹점 모집을 시작한 결과 5개월 만에 가맹점 10만호(4월 1일 기준)를 돌파했다. / 연합뉴스

지난 5월 7일 찾은 서울 종로구 통인시장 인근의 ㄱ매장 점원은 제로페이 이용자 수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 점원은 기자가 제로페이로 결제한 세 번째 손님이라고 했다. 오늘 하루 기준이냐고 묻자 “지난해부터 매장에서 일을 시작한 이후”라고 답했다. 이 매장은 지난해 12월 20일 시범운영이 시작됐을 때부터 제로페이 결제를 받고 있다.

제로페이는 소상공인의 결제수수료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0%대의 수수료율이 가능하도록 만든 모바일 결제 서비스다. 내 은행 계좌에 있는 돈을 상점의 은행 계좌로 송금하는 방식이다. 연 매출이 8억원 이하인 소상공인의 경우 0%, 8억~12억원 이하 0.3%, 12억원 초과 0.5%의 결제수수료를 받는다.

소상공인은 카드 수수료 부담을 줄일 수 있지만 아직 이용률이 낮아서 체감하기 어렵다. 기자가 들른 서울 종로구와 중구 일대의 제로페이 가맹점 9곳 중 이용자가 많은 곳이라고 해도 하루 평균 3~4명 수준이었다. 수개월째 서너 명 수준이거나 일주일에 3~4명 수준인 곳이 많았다. 한 곳은 이용자가 아예 없어 QR코드를 치웠다. 이용률이 낮은 이유는 간단하다. 모르는 사람이 많고, 불편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표지 이야기]제로페이, 성패 논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제로페이는 별도의 앱이 없고 기존 간편결제 앱이나 은행 앱에서 제로페이 서비스에 가입한 후 사용하면 된다. 가입을 위한 본인 인증을 하고, 은행 결제계좌를 등록해야 한다. 신용카드를 발급받을 때 개인정보를 적어내는 것과 비슷하다. 하지만 첫 사용을 위한 이런 ‘통과의례’가 모두에게 쉬운 것은 아니다. 모바일기기 사용이 능숙지 않거나 모바일 뱅킹을 이용하지 않는 사람들은 첫 단계를 제대로 넘지 못한다. 앱만 깔면 되는 줄 알고 오는 사람도 많다. 종로 서촌의 한 카페 점원은 “이미 (간편결제를 사용)하던 사람 말고는 첫발을 들이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기존의 카드보다 아직은 불편

결제를 하는 과정에서도 약간의 불편함이 있다. 제로페이 결제는 매장에 비치된 제로페이 QR코드를 찍는 ‘판매자QR’ 방식과 이용자 앱에서 생성한 바코드 또는 QR코드를 매장 리더기로 읽어 결제하는 ‘소비자QR’ 방식 두 가지가 있다. 소비자QR은 매장에서 통신사 할인을 받는 과정과 비슷하다. 전자의 경우 이용자가 QR코드를 찍고 금액을 입력한 뒤 점원에게 결제를 확인받아야 한다. 손님이 몰리는 점심시간대의 음식점은 난감할 만한 상황이다. 뒤에 손님이 기다리는 상황은 이용자도 부담스럽다.

서촌의 한 음식점 대표는 “수수료가 나가지 않아 좋긴 한데 손님들은 본인들이 금액을 찍어야 하고, 우리는 또 일일이 손님 휴대폰을 보고 결제내역을 확인해야 한다”며 “바쁠 땐 머리가 갑자기 핑 돈다”고 말했다. 판매자QR의 경우 아직 포스(POS·단말기)와 연동이 안 돼 매출을 별도로 집계해야 한다. 지금은 제로페이 이용자가 많지 않아 큰 문제는 아니지만 향후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대다수 상점 주인은 정책의 취지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운영하는 유신제씨(63)는 “자영업자들이 제로페이를 많이 쓸수록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이라면서 “카드사들이 제로페이를 경쟁상대로 의식하고 수수료를 내려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유씨는 좋은 정책인데 홍보가 부족한 것 같다면서 제로페이 홍보 포스터도 가게 입구에 붙여놨다고 덧붙였다.

유씨의 경우 카드수수료만 지난해 약 5000만원을 냈다. 연간 매출이 5억원을 훌쩍 넘어 제로페이를 써도 0.5%의 수수료를 내야 하지만 1.6%인 카드수수료에 비하면 훨씬 부담이 적다. 유씨는 “지난해 카드수수료가 2.3%에서 1.6%로 0.7%포인트 내리면서 아마 금년에는 수수료 지출이 많이 떨어질 거 같다”며 “제로페이가 활성화되면 훨씬 줄어들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유씨 매장에서 결제가 전부 제로페이로만 이뤄진다면 영업이익이 매출의 1.1%포인트만큼 늘어나는 셈이다. 서울시는 결제수수료가 0%대로 떨어지면 현재 2%를 겨우 넘는 수준인 영세자영업자들의 평균 영업이익률이 4% 내외까지 올라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최저임금과 임대료 상승으로 인한 부담도 줄일 수 있다.

자영업자들이 기대하는 헤택이 실현되려면 제로페이로 결제하는 이용자들이 많아져야 한다. 그러나 제로페이 사용을 유도할 만한 소비자 유인책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촌 대오서점의 조정원 대표(57)는 “다이소에서 체크카드를 쓰면 결제액의 5%를 돌려주는데 그런 식으로 직접적인 이익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서촌 길거리 가판대에서 공예품을 파는 캘리그라피 작가 강신재씨(40)는 “제로페이를 썼을 때의 혜택을 늘려야 한다”며 “소비자가 제로페이를 쓸 만한 환경을 만들어줘야 그게 소상공인을 위한 일이 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금까지는 소득공제 혜택 법제화와 가맹점 확대에 역량을 집중했다. 제로페이는 소상공인 가맹점 이용금액의 40%, 일반 가맹점 이용금액의 30%를 소득공제받을 수 있다. 최대 15%인 신용카드에 비해 혜택은 크지만 실제적인 유인효과가 되기엔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시의 경우 연봉 5000만원을 받는 소비자가 제로페이로 2500만원을 쓸 경우 신용카드보다 47만원을 더 환급받는다고 홍보하고 있지만 그만한 액수를 모두 제로페이로 쓰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각종 할인혜택과 포인트 적립, 무이자 할부가 가능한 신용카드에 비해 매력이 떨어질 수 있다.

소비자 이용 유인책 아쉬워

이는 ‘고비용 고혜택’ 구조인 신용카드와 ‘저비용 저혜택’인 제로페이의 어쩔 수 없는 차이이기도 하다. 신용카드사는 가맹점들에게서 상대적으로 높은 수수료를 받고, 그 일부를 고객들에게 돌려준다. 고객들은 가맹점의 희생을 대가로 편의를 누리는 셈이다. 반면 제로페이는 아직은 이용자들의 ‘착한 마음’에 기댈 수밖에 없다. 소상공인들의 수수료 부담을 덜어준다는 생각에서 약간의 불편을 감수하는 것이다.

제로페이 시범운영이 시작된 지난해 12월 20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의 한 커피전문점을 방문한 시민이 제로페이를 이용해 결제하고 있다. / 권도현 기자

제로페이 시범운영이 시작된 지난해 12월 20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의 한 커피전문점을 방문한 시민이 제로페이를 이용해 결제하고 있다. / 권도현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수수료 제로 결제 서비스를 공약으로 내걸었고, 정부도 비슷한 시기에 수수료를 낮춘 소상공인 전용 결제 시스템을 추진했다. 이후 지난해 7월 25일 중소벤처기업부와 서울시를 포함한 5개 지방자치단체, 11개 은행, 5개 민간 플랫폼 업체, 판매자 단체 및 소비자 단체가 참여해 ‘소상공인 결제수수료 부담 제로 결제 서비스’를 도입하는 협약을 체결했고, 같은 해 12월 20일부터 시범운영에 들어갔다. 정식 운영은 3월 1일 시작했다.

출범을 전후로 제로페이를 바라보는 시각은 갈렸다.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은 제로페이의 이용실적이 신용카드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실패로 규정한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제로페이 하루 평균 결제건수는 1월 514건에서 4월 6600건으로 늘었고, 하루 평균 결제액은 865만원에서 8418만원으로 증가했다. 누적으로 33만5000건, 52억원이 거래됐다. 올해 1분기 156조1000억원에 달하는 신용카드 월 결제액과 29억9000건에 달하는 승인 건수와는 수치상 비교가 안 된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정부에서 인위적으로 붐을 일으키려고 하는데 이건 너무나 비용이 많이 든다”며 “수수료가 없다고 하지만 은행이 송금수수료를 받지 않도록 정부가 개입한 결과”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규제를 완화하면 자연히 시장에서 경쟁시스템이 작동해 수수료가 낮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간영역에 정부가 개입해 비효율성을 낳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은 “카드회사들이 수수료 인하 압력을 받으면서 경영에 부담을 많이 느끼고 있다”며 “결과적으로 정부가 주도해 민간의 산업을 구축하는 ‘크라우딩 아웃’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실패로 보기엔 시기상조이며, 오히려 신용카드 위주이던 결제시장에 간편결제라는 경쟁자가 등장해 소비자의 이익을 늘릴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과거 IT업계에서 간편결제 서비스 개발을 담당했던 한 관계자는 “세대가 바뀔 때마다 새로운 투자가 필요한 통신업과 달리 카드회사의 경우 시스템을 한 번 구축한 후에는 쉽게 말해 빨대 꽂아놓고 장사하는 셈”이라며 “일종의 지대수익을 누렸는데 이런 시장에 경쟁적 요소가 도입됐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구재이 세무사는 신용카드가 야기한 사회적 비용에 주목했다. 그는 “신용카드가 지금처럼 보급된 것은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썼기 때문이라기보다 정부가 신용카드 사용을 장려했기 때문”이라며 “신용카드가 과표 양성화와 소비 진작에 기여한 효과도 있지만 과소비를 부추겨 2004년 카드대란과 같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구 세무사는 신용카드사가 누리는 과도한 이익을 정부가 만들어준 측면도 있다는 점에서 실패론을 퍼뜨리기보다 수수료 인하에 적극 호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로페이, 실패인가 성장통인가

정부는 제로페이의 성장세를 눈여겨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용카드가 지금처럼 보급되는 데 수십 년이 걸렸고, 카카오페이와 삼성페이도 가맹점을 모집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린 점을 비춰볼 때 제로페이가 상당히 빠르게 자리를 잡고 있다는 것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제로페이는 지난해 12월 20일 서비스가 시작된 이후 4개월 만에 가맹점 수가 20만개를 넘어섰고, 결제실적도 매달 2배 이상씩 증가해 최근에는 1월에 비해 11배가 증가했다”며 “카카오페이와 비교해도 저희 실적이 좋은 걸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갓 4개월이 지난 정책을 실패라고 논의하는 것 자체가 시기상조라고 본다”며 “마흔 살이 넘은 어른과 네 달이 된 아기가 팔씨름을 해서 졌으니 실패했다는 논리”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사람들의 습관을 바꾸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라면서 “핀테크를 이용한 간편결제 시장에서 룰을 만들고 소상공인에게 유리한 구조로 시장을 만들기 위한 걸음마를 막 뗀 상태라고 본다”고 말했다.

가맹점들도 실패로 보긴 이르다는 입장이 다수였다. 중구의 한 편의점 점주는 “삼성페이도 초창기엔 에러가 많고 사용하기 불편했지만 지금은 잘 된다”며 “어떤 페이도 처음에 들어오면 다 그렇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간편결제 사업자와 은행들이 많이 참여한 건 사업의 가능성을 봤기 때문”이라며 “중국은 차치하고 일본과 미국의 사례만 봐도 점차 모바일 간편결제의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라 국내에서도 간편결제 비중이 확대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제로페이 어떻게 쓰나

<B>판매자 QR결제</B><BR>1. 고객이 QR스캔 2. 금액, 비밀번호 입력 3. 결제 통보 및 확인

판매자 QR결제
1. 고객이 QR스캔 2. 금액, 비밀번호 입력 3. 결제 통보 및 확인


제로페이를 쓰기 위해 먼저 알아야 할 것이 있다. 제로페이 앱이 따로 없다는 사실이다. 제로페이를 쓰려면 먼저 제로페이에 연동되어 있는 민간 결제사들의 앱을 깔아야 한다. 네이버페이를 쓸 수 있는 ‘네이버앱’과 ‘페이코’ 등 8개 간편결제사의 앱이나 12개 개별 시중은행 앱, 은행 공동 앱인 금융결제원의 ‘뱅크페이’ 등이다.

은행앱을 쓰려면 우선 공인인증서 로그인을 한 후 제로페이 서비스 가입을 위한 휴대폰 본인 확인 절차를 거친다. 약관 동의를 한 뒤 결제계좌를 선택한다. 계좌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이어서 OTP발생기(1회용 비밀번호 생성기)의 비밀번호와 공인인증서 암호를 입력해야 한다. 서비스 가입이 완료됐다는 안내문이 나온 후 바로 QR코드를 인식할 수 있는 카메라 모드로 전환된다. 아래에는 ‘내 QR로 결제하기’와 ‘결제내역 보기’ 버튼이 있다.

<B>소비자 QR결제</B><BR>1. 고객 핸드폰의 QR제시 2. 리더기 QR코드 인식 3. 결제완료

소비자 QR결제
1. 고객 핸드폰의 QR제시 2. 리더기 QR코드 인식 3. 결제완료


간편결제 앱의 경우도 대동소이하다. 앱을 깐 후 제로페이 약관 동의 절차를 먼저 거친다. 본인인증 절차를 거친 후 6자리의 결제 비밀번호를 설정한다. 결제를 위한 은행 계좌도 등록해야 한다.

제로페이 이용을 위한 앱을 깔고 결제계좌를 연동시켰다면 이제 준비는 끝났다. 매장에서는 두 가지 결제방식을 이용해 결제할 수 있다. 초기에 나온 ‘판매자 QR 결제’는 고객이 매장 카운터에 비치된 QR코드를 스캔해 결제하는 방식이다. QR코드를 스캔하고 비밀번호를 누르면 결제금액을 입력하는 창으로 전환된다. 결제액을 입력하고 결제하기를 누른 후 매장에 결제내역을 확인받는다.

5월부터는 소비자가 QR코드 혹은 바코드를 생성하고 매장의 리더기로 이를 인식하면 자동으로 결제가 완료되는 ‘소비자 QR 결제’가 도입됐다. 고객이 금액을 입력하고 매장 관리자에게 확인받는 판매자 QR 결제의 불편함을 없앴다. QR코드나 바코드를 읽을 수 있는 리더기가 필요하고, 포스 업그레이드가 필요해 아직은 파리바게트 등 대형 프랜차이즈와 편의점에만 적용됐다. 정부는 이르면 오는 7월부터 순차적으로 일반 매장에도 소비자 QR 결제를 도입할 계획이다.

사용의 편리성은 앱마다 거의 차이가 없었다. 다만 간편결제 앱인 SSGPAY 경우 ‘소비자 QR 결제’를 위한 바코드·QR코드 생성창이 없었다.

제로페이를 쓸 수 있는 가맹점을 찾으려면 네이버 검색에서 ‘제로페이’를 치면 된다. 본인이 있는 현재 위치를 기준으로 가맹점들이 지도에 표시된다. 이후 지도를 옮겨가면서 ‘현 지도에서 검색’을 누르면 해당 지역의 가맹점들이 표시된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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