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 민들레, 염증질환과 해독에 효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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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는 민초에 비유되기도 한다. 그 강인한 생명력 덕분에. 민들레는 순우리말이다. 문 둘레에 흔히 피어서 문둘레라 부르다 지금의 민들레가 되었다는 설이 있다.

민들레는 한국·중국·일본 등지에 분포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강한 생명력을 지니고 있어 밟아도 다시 꿋꿋하게 일어나는 백성과 같다고 하여 민초(民草)에 비유된다. /위키피디아

민들레는 한국·중국·일본 등지에 분포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강한 생명력을 지니고 있어 밟아도 다시 꿋꿋하게 일어나는 백성과 같다고 하여 민초(民草)에 비유된다. /위키피디아

‘어느새 내 마음 민들레 홀씨 되어 강바람 타고 훨훨 네 곁으로 간다.’

1980년대 인기가요 목록에서 빼놓을 수 없는 <민들레 홀씨 되어>의 후렴구다. 잔잔한 멜로디에 서정적인 가사가 실려 유난히 인기가 많았다. 그러나 놀랍게도 민들레에는 홀씨가 없다. 홀씨는 포자의 동의어로, 꽃을 피우지 않는 식물이 무성생식을 하기 위해 형성하는 생식세포를 뜻한다. 꽃을 피우는 민들레가 바람에 날리는 것은 홀씨가 아닌 종자다. 때문에 노래를 불렀던 박미경씨가 오류를 인정하고 사과하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민들레 종자 되어’라고 바꿔 불러서는 영 느낌이 살지 않는다. 시적 허용이라 치고, 노래에서 만큼은 홀씨가 되어 버리자.

민들레는 본래 들꽃이다. 알아주고 돌봐주는 이 없어도 낮은 곳에서 꿋꿋이 자란다. 이맘때면 노란 꽃이 피었다가 이내 지고, 하얀 씨를 터뜨린다. 씨는 바람을 타고 날아 흙에 닿으면 싹을 틔운다. 박완서의 <옥상의 민들레꽃>에는 옥상의 시멘트 바닥이 조금 파인 곳에, 한 숟갈도 안 되게 모인 흙 속에서 꿋꿋이 피어난 민들레꽃을 보며 생의 의지를 되찾는 아이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래서 민들레는 민초에 비유되기도 한다. 그 강인한 생명력 덕분에.

민들레는 순우리말이다. 문 둘레에 흔히 피어서 문둘레라 부르다가 지금의 민들레가 되었다는 설이 있다. 한자로는 ‘부들 포(蒲)’, ‘공평할 공(公)’, ‘꽃부리 영(英)’ 자를 써서 포공영이라 한다. 포씨 성에 공영이란 이름을 가진 여자의 일화로부터 비롯되었다는 설이 있는데, 이명으로 포공초(蒲公草), 부공영(鳧公英) 등이 있음을 고려하면 썩 신뢰가 가지 않는다. 뿌리를 포함한 전초(全草)를 약으로 쓴다. 염증질환에 좋고 간독성을 해소하며 중금속을 제거한다. 여드름이나 뾰루지 같은 종기를 없앤다. 젖을 돌게 하는 효능이 있어 수유모에게 좋다.

<동의보감>은 민들레를 이렇게 서술하고 있다. ‘곳곳에서 자란다. 음력 3~4월에 국화 같은 노란 꽃이 핀다. 줄기와 잎을 따면 흰 즙이 나온다. 사람들이 식용한다. 성질이 평하고 맛은 달며 독이 없다. 여성의 유방에 덩어리가 진 데 쓴다. 열독과 음식 독을 풀며 기운이 막힌 것을 푼다. 종기에 좋다.’

민들레는 봄나물이다. 무쳐 먹으면 달콤쌉싸름한 맛이 난다. 하지만 길가에서 본 민들레를 먹겠다고 캐지는 말자. 식약처에서 조사한 결과, 도시의 공단이나 도로 등지에서 자라는 야생 봄나물 중 상당수가 중금속에 오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농장에서 키운 민들레가 식용으로 유통되고 있으니, 그걸 사서 먹으면 된다.

민들레를 글로 쓰다 문득 어렸을 때처럼 민들레씨를 후 불고 싶어졌다. 컴퓨터를 끄고 밖으로 나와 길가를 두리번거리며 중랑천변까지 헤맸는데 허사였다. 민들레 잎은 군데군데 보였지만, 채 꽃을 피우지 않고 있었다. 뭐든 그렇다. 늘 곁에 있는 것 같다가도 필요해서 찾으면 없다. 이 글을 보는 독자께서 나중에 민들레씨꽃을 보시거든, 나 대신 꺾어서 후 불어 주셨으면 좋겠다.

<이상진 한의사, 전 보령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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