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 공룡’ AWS, 흔들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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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클라우드 시장 연 20%씩 성장… 구글과 IBM, 아마존웹서비스에 도전장

‘압도적인 강자’ 아마존웹서비스(AWS)는 현재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까. 구글과 IBM 등이 연 20%씩 성장하는 국내 클라우드 시장에 도전장을 내면서 ‘AWS 흔들기’ 판이 벌어졌다. 그러잖아도 열세에 놓인 국내 업체들은 ‘센 놈’들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지만,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는 기업들에겐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강원도 춘천시 동면 구봉산 자락에 위치한 축구장 7배 크기( 5만4229㎡) 의 네이버 비즈니스 플랫폼(NBP) 데이터센터. / 네이버비지니스플랫폼 제공

강원도 춘천시 동면 구봉산 자락에 위치한 축구장 7배 크기( 5만4229㎡) 의 네이버 비즈니스 플랫폼(NBP) 데이터센터. / 네이버비지니스플랫폼 제공

전세계 클라우드 시장 1위는 AWS(점유율 34%)다. 그 뒤를 마이크로소프트(MS)의 애저(Azure)(14.4%)와 IBM(7.2%), 구글(6.6%), 알리바바(4.1%)가 뒤쫓고 있다. AWS가 연간 45%씩 성장하는 반면, MS와 구글은 85~98%씩 성장하고 있다.

구글 “2020년 서울에 클라우드센터 개설”

AWS의 국내 점유율은 ‘비교 불가’다. 업계는 AWS가 국내 클라우드 시장의 70%를 차지한다고 보고 있다. MS의 애저는 10%, 그 외 IBM, 알리바바, KT, 네이버 비즈니스 플랫폼(NBP)의 점유율은 한 자릿수로 추정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클라우드 시장은 AWS가 가진 점유율을 누가 가져오느냐의 싸움”이라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국내 퍼블릭 클라우드 시장은 2021년까지 연평균 20.5%씩 성장해 3조4400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전세계 클라우드 시장은 2015년 797억 달러(약 90조4196억원)에서 2021년 2768억 달러(약 314조296억원)로 연평균 23.1%씩 성장할 것으로 미국 시장조사업체 IDC는 내다봤다.

도전장을 먼저 내민 건 구글이다. 구글은 지난 4월 9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행사에서 “2020년 서울에 클라우드 리전(데이터센터)을 개설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는 올해부터 열리는 국내 공공·금융시장을 겨냥한 포석이다. 우리 정부는 공공·금융분야에서 클라우드 사업을 진행하는 업체들은 개인정보를 처리하는 시스템을 국내에 설치해야 한다는 조건을 두고 있다.

오라클도 연내 국내에 데이터센터 개설을 준비하고 있다. MS가 2017년 3월 국내에 데이터센터를 연 뒤 MS 애저의 연 매출이 300% 성장하기도 했다.

한국IBM은 4월 16일 ‘하이브리드 클라우드’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퍼블릭 클라우드 시장에서 AWS나 MS에 뒤처진 IBM이 하이브리드 클라우드라는 틈새를 노린 것이다. 하이브리드 클라우드는 퍼블릭 클라우드와 프라이빗 클라우드를 동시에 쓰는 것을, 멀티 클라우드는 여러 업체의 서비스를 동시에 쓰는 것을 말한다. 멀티·하이브리드 클라우드는 특정 클라우드 업체에 종속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종업원 1000명 이상 기업 82%, 1000명 미만 기업 64%가 멀티·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전략을 추구한다는 시장조사 자료도 있다.

KT 클라우드의 데이터센터 내부 모습. / KT 제공

KT 클라우드의 데이터센터 내부 모습. / KT 제공

그렇다고 압도적인 강자가 가만히 있는 건 아니다. AWS코리아는 4월 1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행사에서 “올해 금융시장을 공략한다”고 밝혔다. 기존 게임과 유통, 제조업 중심이었던 사업 영역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AWS 측은 이날 “삼성, LG, SK텔레콤, 롯데 등 주요 대기업과 KB금융, 신한은행, 미래에셋 등의 금융사를 고객으로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들 글로벌 업체는 규모와 기술력 면에서 우위에 있다. 이들은 전세계 고객을 상대로 장사를 한다. 이 때문에 클라우딩 자원 활용에 쓰이는 단위당 비용이 낮아지고, 저렴한 가격으로 고객을 확보한다. 규모의 경제가 나타나는 것이다.

기술력도 우위에 있다. 지난해 2월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클라우드 기술수준은 미국 기업을 100점으로 봤을 때 75점 수준이었다. 유럽은 85점, 중국은 81점, 일본은 80점이었다.

2017년을 기준으로 국내 클라우드 공급기업은 700곳이며, 이 중 645곳이 중소기업이다. 한국클라우드산업협회 관계자는 “국내 중소기업 중에서도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한 기업이 253개”라며 “소프트웨어가 강한 구글의 국내 진출로 중소기업의 생존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KT·네이버 비즈니스 플랫폼도 적극 행보

규모와 성숙도에서 외국 ‘공룡’에 비해 열세지만 KT, 네이버 비즈니스 플랫폼 등 국내 대기업은 적극적인 행보를 보인다. 네이버 비즈니스 플랫폼은 지난 4월 18일 강원 춘천에 증축한 데이터센터를 기자들에게 공개하면서 “금융 특화 클라우드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정욱 AWS 코리아 대표가 지난 17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AWS 서울 서밋 2019’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AWS코리아 제공

장정욱 AWS 코리아 대표가 지난 17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AWS 서울 서밋 2019’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AWS코리아 제공

네이버 관계자는 “365일 24시간 고객센터를 가동하고 있어, 서비스 장애 복구와 대응 측면에서 타 기업보다 우위에 있다”고 홍보했다. 지난해 11월 AWS 서울 데이터센터의 장애 발생 이후 20일이 지나서야 보상책을 발표했던 AWS를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국내 기업 중 클라우드 매출이 가장 높은 KT도 올해 금융 맞춤형 서비스를 내놓을 계획이다. 자율주행차량, 사물인터넷(IoT) 등 5G와 연계된 클라우드 서비스도 준비하고 있다.

국내 대기업들은 “상품 구성과 기술력에서 AWS와 견줄 만한 수준에 올라왔다”고 홍보하지만, 아직까지는 뒤져 있다는 게 중론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외국 업체에 비해 규모의 경제를 누릴 수 없는 국내 업체는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며 “클라우드 시장을 적극 육성한다는 정부가 국내 산업을 보호하는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는 기업들에겐 유리한 환경이 됐다.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지면서 서비스 이용 가격 역시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클라우드 관련 시스템의 개발·운용·관리에 중점을 둔 삼성 SDS, LG CNS, SK C&C 등도 마찬가지다. 시스템 통합(SI)업체의 한 관계자는 “멀티·하이브리드 클라우드를 중심으로 시장이 커져가는 상황에서, 각 기업들은 자신의 요구에 맞는 서비스를 보다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곽희양 산업부 기자 huiy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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