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약에 빠지지 않는 인삼, 수유 산모는 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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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삼은 원기를 크게 보하고, 체액의 손실을 막으며, 체내에 진액을 보충하고, 마음을 편안케 하는 효능이 있다. 인삼의 학명은 panax ginseng인데, panax는 그리스어로 만병통치약을 의미한다.

인삼(人蔘)은 두릅나무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인삼의 자생지는 한반도를 비롯하여 만주, 연해주 일대이다. /위키피디아

인삼(人蔘)은 두릅나무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인삼의 자생지는 한반도를 비롯하여 만주, 연해주 일대이다. /위키피디아

우연히 뵙게 된 한 원장님이 하도 말씀을 잘하셔서, 환자들에겐 과연 어떻게 이야길 하실까 궁금해 허락을 받고 한의원에 참관하러 간 적이 있다. 예상대로 그분은 따스한 말투에 섬세한 시술까지 더해 모든 환자에게 감동을 주고 계셨다. 그러나 그날 내가 정작 놀란 부분은 따로 있었다. 진료를 마감한 원장님은 약제실로 가서 그날 달일 약재를 하나하나 준비하셨는데, 문득 커다란 작두를 꺼내서는 통으로 된 인삼을 직접 썰어 넣으시는 게 아닌가. 어떤 약재든지 충분히 조각난 채로 유통되는 편리한 시대에, 원로도 아닌 젊은 여자 한의사가 험한 작두를 능숙하게 다루는 모습은 너무 신기했다.

“아니, 이걸 왜 직접 써세요?”

“에이, 다른 건 몰라도 인삼은 귀한 약재잖아요. 제 눈으로 상태 확인하고 잘 보관했다가, 처방 나갈 때 직접 손질해 넣어요. 제 성격상 이게 편해요. 약효도 더 좋은 것 같고.”

인삼이 이렇게 귀한 약재다. 여원장님 손에 작두를 쥐게 할 만큼.

인삼은 우리나라가 종주국이다. 나는 인삼 삼(蔘) 자가 인삼의 순우리말인 ‘심’으로부터 비롯되었다고 본다. 인삼은 모양이 사람을 닮아서 인삼(人蔘)이라 부른다. 본디 산에서 자생하던 것인데, 재배에 성공한 뒤로는 산에서 캔 산삼(山蔘)과 밭에서 재배한 가삼(家蔘)으로 구분했다. 그러나 가삼은 쓰지 않는 말이 되었고 산삼은 거의 남아있지 않아, 현재 우리가 먹는 인삼은 전부 밭에서 키운 것이다.

인삼은 욕심이 많은 약초다. 토양의 모든 영양분을 이기적으로 빨아들이며 자란다. 때문에 인삼을 한 번 키운 땅에선 다시 인삼을 키울 수 없다. 다시 키우려면 적어도 10년은 다른 작물을 키우거나 휴작해야 한다. 그렇게 자란 인삼이 사람 입으로 들어간다. 인삼이 땅에 부린 욕심을 사람이 인삼에 부린다.

본초적으로 인삼은 ‘보기약(補氣藥)’에 속한다. 사람은 기가 살아야 산다. 보기약은 인체의 생리기능과 체력을 증강시켜서 기를 살려주는 약이다. 인삼은 그 중에서도 으뜸이다. 원기를 크게 보하고, 체액의 손실을 막으며, 체내에 진액을 보충하고, 마음을 편안케 하는 효능이 있다. 인삼의 학명은 panax ginseng인데, panax는 그리스어로 만병통치약을 의미한다.

본초학 교재에 실린 주치증만 해도 피로, 식욕부진, 게으름, 구토, 설사, 기침, 발한, 두근거림, 건망증, 어지럼증, 두통, 발기부전, 빈뇨, 당뇨, 여성의 하혈, 소아의 경련 등 남녀노소 발병 부위를 막론하고 닿지 않는 곳이 없으니, 가히 만병통치약이라 할 만하다.

보약을 지으러 온 사람들은 대개 “요즘 통 입맛이 없고 피곤해요”라고 이야기한다. 이럴 때 보통 인삼이 들어간 보약을 처방한다. 사군자탕, 팔물탕, 십전대보탕, 보중익기탕 같은 유명한 보약 처방에 인삼이 들어가 있다. 그런데, 넣으면 안 되는 경우가 있다. 출산 후 조리를 목적으로 한약을 지을 때, 산모가 수유를 한다면 인삼을 넣지 않는다. 인삼이 젖을 말리기 때문이다. 소음인은 꼼꼼하다. 인삼을 손수 자르시던 원장님의 꼼꼼함이야말로 소음인의 것이다. 인삼은 그런 사람에게 맞다.

<이상진 한의사, 전 보령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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