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트스톤-12세 주연의 성장영화, 12세 관객도 이해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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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나이 때 아이들의 삶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신체의 변화와 성(性)적 호기심은 단순히 이성에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또 부모와 자식들의 관계 역시 관습적 형태를 벗어나 치열하고 잔혹한 것으로 묘사된다.

제목 하트스톤 (Heartstone/ Hjartasteinn)

제작연도 2016

제작국 아이슬란드, 덴마크

러닝타임 129분

장르 드라마

감독 구두문두르 아르나르 구드문드손

출연 발더 아이나르손, 블라에 힌릭손

개봉 2019년 4월 25일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주)영화사 레인보우팩토리

(주)영화사 레인보우팩토리

‘성장’이라는 화두는 영화뿐 아니라 모든 다양한 형태의 ‘이야기’에 있어 필수적 요소 중 하나다. 과정을 통해 결국 성찰하고 긍정적으로 나아가는 인물의 변화는 시간을 할애해 그것을 엿보는 이들의 욕망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르적으로 ‘성장영화’라는 별도의 구분이 엄연히 존재한다. 주로 사춘기 아이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이런 영화 대부분은 그들이 순수한 유년기를 지나 어른의 세계에 접어드는 과정에서 맞닥뜨리는 희열과 고통을 포착한다.

아이슬란드의 작은 어촌마을에 살고 있는 ‘토르’(발더 아이나르손 분)는 아직 모든 것이 혼란스럽다. 다른 친구들에 비해 아직 몸에 털이 나지 않은 것도 짜증이 나고, 이혼녀인 어머니는 생계에는 관심이 없는지 늘 장난기만 가득한 데다 두 명의 누나는 하나뿐인 남동생을 놀려먹지 못해 안달이다. 토르에게는 또래친구인 ‘크리스티안’(블라에 힌릭손 분)의 존재가 그나마 유일한 위안인데, 최근 빈번해진 부모님의 싸움으로 의기소침해진 크리스티안은 고민이 많은 모습이다. 언제부턴가 두 소년 사이에 우정을 넘어선 미묘한 감정이 흐르지만 토르가 동네소녀 ‘베스’와 본격적인 연애를 시작하며 이들의 일상은 더욱 엉망진창으로 꼬여간다.

화려한 수상경력의 아이슬란드 영화

국내 관객들에게는 생경한 아이슬란드 영화로 전 세계 영화제 35관왕과 21개 부문 노미네이트라는 화려한 경력을 보유한 <하트스톤>은 정형적인 성장영화로 읽힐 수 있는 작품이다. 소년, 소녀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시간이 지나며 그들은 성찰하고 변화된다. 독특한 점은 영화 안에서 묘사되는 모든 것들이 매우 적나라해 보인다는 점이다. 적나라하다는 표현보다는 섬세하다는 표현이 맞을지 모르겠다. 그 나이 때 아이들의 삶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신체의 변화와 성(性)적 호기심은 단순히 이성에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또 부모와 자식들의 관계 역시 관습적 형태를 벗어나 치열하고 잔혹한 것으로 묘사된다.

예민한 시점의 섬세한 감정을 다루고 있는 만큼 영화 속에는 무수한 알레고리와 메타포가 등장한다. 초반 부둣가에 널브러져 무료하게 햇볕을 쬐고 있던 아이들은 선착장 밑으로 이동하는 물고기 떼를 발견한다. 모두가 신나게 달려들어 낚시를 하지만 뚜렷한 필요나 목적이 있어서가 아니다. 단순히 재미를 위한 행위다. 커다란 생선들 사이에 쏨뱅이 한 마리가 걸려 올라오자 아이들은 못생겼다고 비웃으며 발로 짓이겨 죽인다. 토르는 아이들을 만류하고 뭉개진 쏨뱅이를 바다로 던져 넣는다. 이후 영화 속에는 무수한 동물들의 죽음이 이어진다. 올무에 걸려 죽은 비둘기, 광견병에 걸린 개에게 물려 살처분당하는 양처럼 일상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계속되는 죽음의 풍경은 천진한 아이들의 모습과 대비되며 불안의 조짐으로 번져간다.

감독의 자전적 경험에서 발전한 이야기

동성애 역시 중요한 모티브로 등장한다. 그러나 직접적으로 등장하기보다 한꺼풀 뒤로 물러나 숨어 있는 모양새다. 크리스티안의 부모가 아버지의 동성애와 관련해 큰 갈등을 겪고 있는 것 역시 간접적으로 드러날 뿐이다. 그래서 영화 속에서 동성애는 특별한 것이 아니라 평범한 일상의 다른 소소한 이슈들과 마찬가지로 평범하고, 어쩌면 당연한 것으로까지 보인다. 그렇게 영화는 그들의 정체성 찾기의 결론보다 그 과정에 집중하고 있다.

감독은 자신에게 강렬하게 남아있는 유년시절의 기억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전개시켰다. 처음에는 주변의 실제 인물들로 출발한 이야기는 시간이 지나며 점차 전혀 다른 방향으로 발전해간다. 감독은 이 작품의 결론이 해피엔딩이라고 단언한다.

“인물들은 결국 자기 자신을 찾게 된다. 거기에 도달하기 위해 결코 되찾을 수 없는 아름다운 것을 잃게 되더라도 말이다. 10대에 접어드는 많은 아이들에게 이 세상과 그들의 삶이 변화하는 방식은 치유될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그들이 약간의 운이 있고 스스로에게 솔직하다면 자신의 진정한 정체성에 가까워질 수도 있다. ‘자기 자신’이 되는 것과 더불어 자기 삶에 대한 선택권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뒤늦게 등급이 눈에 띈다. 12세 이상 관람가. 영화가 묘사하는 정서나 표현을 놓고 보면 의외다. 어떻든 좀 더 많은 관객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야 나쁠 것이 없지만 과연 영화 속 주인공 또래들이 이 영화를 볼 때 얼마나 이해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낯선 듯 멀지 않은 아이슬란드 영화

천혜의 자연환경이 부각되며 최근 인기 여행지로 각광받고 있다는 아이슬란드. 하지만 비싼 물가 탓에 그리 만만한 여행지는 아니라고 한다.

북대서양에 위치한 인구 33만명의 이국적 풍광의 섬나라에서는 매년 10여편 안팎의 장편영화가 꾸준히 만들어지고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정작 ‘아이슬란드 영화’로 검색해보면 그곳을 배경으로 제작된 영화의 정보가 넘쳐난다. <007> 시리즈, <스타워즈> 시리즈,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등 우리가 할리우드 액션영화나 SF 대작들을 보며 이국적이거나 비현실적인 풍광이라고 생각했던 대다수의 장면들이 아이슬란드에서 촬영된 작품들이다.

[시네프리뷰]하트스톤-12세 주연의 성장영화, 12세 관객도 이해할까

하지만 아이슬란드에서 만든 영화가 국내 관객들에게 완전히 생경한 것만은 아니다. 2003년 개봉한 <노이 알비노이>는 선천성 색소결핍증인 소년 노이의 좌충우돌 성장기를 그렸다. 당시로서는 더욱 낯설 수밖에 없었던 아이슬란드 영화의 개봉은 큰 관심을 얻었다. 전염병으로 인해 금쪽같은 양들을 죽여야만 하는 위기가 닥치자 40년 동안 한마디도 섞지 않았던 형제가 의기투합한다는 내용의 블랙코미디 <램스>는 세계적으로 아이슬란드 영화의 위엄을 드높인 작품이다. 알츠하이머에 걸린 노부인의 행각을 희극적으로 그려낸 <마마 고고>(2009), 화산 폭발로 평범한 일상을 빼앗긴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볼케이노: 삶의 전환점에 선 남자> 등도 국내 관객들의 호평을 받았다. 바로 한 달 전쯤 필자가 이 지면을 통해 개봉작으로 소개했던 ‘매즈 미켈슨’ 주연의 생존극 <아틱> 역시 아이슬란드 국적의 영화였다.


<최원균 무비가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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