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배의 눈

세월호를 기억하는 각자의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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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이 초속 5㎝로 떨어지던 지난 4월 16일은 세월호 참사 5주기였다. 참담했던 5년 전 그날의 벚꽃이 어떤 모습이었는지 나는 기억하지 못한다. “잊지 않겠습니다”, “기억하겠습니다”라는 굳은 다짐에도 불구하고 시간의 흐름은 이렇게 당시의 벚꽃 따위 같은 사소한 단서부터 차츰 우리의 머리 속에서 지워가고 있다.

[민경배의 눈]세월호를 기억하는 각자의 방법

그래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각자의 방법으로 세월호를 기억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여 주었다. 어떤 이는 광화문 광장, 진도 팽목항, 목포 신항, 안산 단원고 등 전국 각지에서 열린 추모행사를 찾아 고개 숙인 채 눈물을 흘렸다. 또 다른 이는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노란 리본 사진을 올리거나 세월호를 기억하기 위한 릴레이 캠페인에 참여했다. 세월호 유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생일>을 보기 위해 극장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이들도 있었다. 나는 이 영화를 견뎌낼 만큼 마음이 강하지 못한 탓에 관람을 포기하고 말았다는 심정을 SNS 한구석에 올렸다. 그렇게 사람들은 각자의 방법으로 세월호를 기억하며 하루를 보냈다.

세월호를 전혀 다른 방법으로 기억하는 자들도 있었다. 차명진 자유한국당 전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자식의 죽음을 징하게 해처먹는다”는 끔찍한 막말을 날렸다. 같은 당 정진석 의원도 “세월호 좀 그만 우려먹으라”는 막말로 세월호 유가족의 가슴에 또 한 번 못을 박았다. “참사를 정략적으로 활용해선 안 된다”며 유체이탈 화법을 보여준 황교안 당대표도 마찬가지다.

세월호 유가족 단체가 수사와 처벌을 촉구하며 발표한 참사 책임자 명단에 버젓이 이름이 올라 있는 당사자가 바로 자신이 아니던가. 사죄와 반성은 징하게 할 줄 모른 채 입에 담을 수 없는 막말이나 우려먹는 자들이다. 온 국민이 함께 경험하고 함께 분노한 이 사건을 정략적 이해에 따라 혼자 달리 해석하는 것도 역시 그들이다. 해방 후 친일청산을 위해 구성되었던 반민특위 활동이 국론 분열을 가져왔다는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인식도 따지고 보면 이와 맥락이 크게 다르지 않다.

짐승의 시간은 이렇게 계속되고 있다. 5년이 지나도록 사건의 실체도 온전히 규명하지 못했고, 핵심 책임자에 대한 처벌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탓이다. 그 사이에 그들은 시간의 흐름이 가져오는 망각이라는 자연스러운 부산물에 기대어 제멋대로 기억을 왜곡하고 책임을 회피하며 심지어 목청까지 높이고 있다. 반민특위의 와해로 청산되지 못한 친일파의 후손들이 떵떵거리며 살고 있듯이 말이다.

감당하기 버거운 커다란 비극을 잊지 않고 기억하는 방법이 그저 눈물 적신 추모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책임자에 대한 단호한 추궁과 처벌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언제든 이런 불행한 일이 재현될 수 있음을 이미 역사는 보여주고 있다. 응당 처벌받아야 할 책임자는 세월호를 제 혼자 다르게 기억하고 있는 바로 그자들이다. 이것이 세월호를 제대로 기억하는 방법이다. 시간이 흘러 더 많은 기억들이 잊혀지기 전에 말이다.

<민경배 경희사이버대학교 문화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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