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 정규시즌 결산 4가지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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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2019 미국프로농구(NBA)가 마침내 7개월간의 정규리그 대장정을 마쳤다. 올 시즌 NBA는 그 어느 때보다 풍성한 이야깃거리들과 수많은 기록들로 전세계 농구 팬들의 많은 관심을 모았다. 그 수많은 화제들을 꾹꾹 눌러담아 이번 시즌 NBA 정규리그를 크게 4가지 주제로 결산해봤다.

휴스턴 로키츠 제임스 하든이 4월 11일 오클라호마시티 선더와의 2018~2019 미국프로농구 정규리그 최종전에서 돌파를 하고 있다. / 오클라호마시티 | AP연합뉴스

휴스턴 로키츠 제임스 하든이 4월 11일 오클라호마시티 선더와의 2018~2019 미국프로농구 정규리그 최종전에서 돌파를 하고 있다. / 오클라호마시티 | AP연합뉴스

털보냐 괴인이냐, 뜨거운 MVP 경쟁

이번 시즌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는 크게 2파전으로 좁혀졌다. 휴스턴 로키츠의 ‘털보’ 제임스 하든(30)과 밀워키 벅스의 ‘그리스 괴인’ 야니스 아테토쿤보(25)가 주인공이다. 오클라호마시티 선더의 폴 조지도 후보군에 포함되어 있기는 하지만, 이들 2명과 비교하면 임팩트가 그리 크지는 않다.

지난 시즌 MVP 하든은 올해에도 무시무시한 활약을 펼쳤다. 78경기에 출전해 평균 36.1점을 올리며 2년 연속 득점왕에 올랐다. NBA 득점왕이 평균 36점을 넘긴 것은 1986~1987시즌 마이클 조던(시카고·37.1점) 이후 32년 만이다. 뿐만 아니라 3점슛 성공(378개), 누적 득점(2818점)에서도 1위에 올랐고, 32경기 연속 30점 이상을 넣어 역대 2위 기록을 세우는 등 ‘득점기계’다운 면모를 유감없이 드러냈다. 하든은 시즌 중반 목 부상 등으로 컨디션 난조를 보였는데, 부상만 아니었어도 스테픈 커리(골든스테이트)에 이어 역대 두 번째 한 시즌 3점슛 400개를 달성할 수도 있었다. 휴스턴이 시즌 초반 부진을 딛고 서부콘퍼런스 4위로 시즌을 마친 데는 하든의 공이 절대적이었다.

개인 기록으로만 보면 하든이 ‘넘사벽’에 가까운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팀 성적까지 합하면 아테토쿤보 또한 하든에게 밀릴 이유가 없다. 아테토쿤보는 올 시즌 72경기에서 평균 27.7점·12.5리바운드를 기록했다. 25점·10리바운드 이상을 올린 경기만 42번이다. 밀워키가 동부콘퍼런스 1위를 차지하는 데는 아테토쿤보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 밀워키가 동부콘퍼런스 1위를 차지한 것은 1973~1974시즌 이후 45년 만이다.

211㎝·109.8kg의 건장한 체구를 자랑하는 아테토쿤보는 현 시점에서 리그 최고의 빅맨으로 불러도 손색이 없다. 운동능력으로만 따지면 전성기 시절 르브론 제임스(LA 레이커스)와 견줘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도 있다. 여기에 평균 5.9개의 어시스트를 배달할 정도로 시야도 넓다. 이번 시즌 새 사령탑으로 부임한 ‘시스템 농구의 대가’ 마이크 부덴홀저 밀워키 감독은 아테토쿤보의 운동능력을 극대화하는 전술로 큰 재미를 봤다. 아테토쿤보 또한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내면서 마침내 기량을 만개했다.

밀워키 벅스 야니스 아테토쿤보가 4월 11일 오클라호마시티 선더와의 2018~2019 미국프로농구 정규리그 최종전에서 상대 수비와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 밀워키 | AP연합뉴스

밀워키 벅스 야니스 아테토쿤보가 4월 11일 오클라호마시티 선더와의 2018~2019 미국프로농구 정규리그 최종전에서 상대 수비와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 밀워키 | AP연합뉴스

굿바이 레전드

이번 시즌을 끝으로 2명의 레전드가 커리어를 마쳤다. ‘독일 병정’ 더크 노비츠키(41)와 ‘플래시’ 드웨인 웨이드(37)는 이번 시즌 종료와 함께 정들었던 코트와 작별한다.

노비츠키는 NBA의 비(非)미국인 선수 가운데 가장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았다. 통산 3만1510점은 역대 6위이자 비미국인 선수 1위 기록. 2006~2007시즌에는 유럽 선수 최초로 정규리그 MVP를 수상했다. 그는 댈러스 매버릭스에서만 21년을 뛰었는데, NBA 역사상 그 누구도 한 팀에서 그보다 오래 뛴 선수는 없다. 2010~2011시즌 제임스와 웨이드, 크리스 보쉬의 ‘빅3’가 버틴 마이애미 히트를 상대로 홀로 고군분투하며 댈러스에 첫 우승 트로피를 안겼다. 그는 댈러스의 영웅이다.

1994년부터 4년 동안 독일 리그를 평정한 노비츠키는 1998년 신인드래프트에서 댈러스의 선택을 받아 꿈에 그리던 NBA에 입성했다.

괴물 같은 운동능력을 가진 선수들이 득실대는 NBA였지만, 천부적인 운동능력을 보유한 노비츠키에게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213㎝·111.1㎏의 빅맨 못지 않은 체구를 가지고도 웬만한 가드 뺨치는 고감도 슈팅을 날렸다. 수비수를 등진 상태에서 뒤로 뛰면서 날리는 페이드어웨이는 그 어떤 선수도 막기 어려운 필살기였다.

웨이드는 2000년대를 풍미한 최고의 슈팅가드였다. 르브론 제임스, 카멜로 앤서니 등 좋은 선수들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왔던 2003년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5순위로 마이애미 히트의 지명을 받았다.

제임스, 크리스 보쉬 등과 함께 뛴 ‘빅3’ 시절만 기억하는 사람들은 그의 가치를 폄하하곤 하지만, 그는 늘 정상의 위치에 있던 선수였다. 2005~2006시즌 댈러스와의 챔피언결정전에서 평균 34.7점을 폭발하며 팀에 첫 우승을 안긴 것은 웨이드의 위상을 잘 알려주는 대표적인 장면이다.

웨이드는 마이애미의 자존심이다. 마이애미를 떠나 시카고, 클리블랜드에서도 뛰었지만 ‘친정’ 마이애미가 부르자 지체하지 않고 돌아왔다. 마이애미는 이번 시즌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지 못하지만, 웨이드의 은퇴 시즌이라는 것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의미있는 시즌을 보냈다. 웨이드는 4월 11일 브루클린 네츠와의 정규시즌 최종전이자 자신의 마지막 경기에서 트리플더블을 작성하며 화려하게 커리어를 마무리했다.

미프로농구 LA레이커스의 르브론 제임스가 지난 2월 6일 보스턴전에서 드리블을 하고 있다. / AFP연합뉴스

미프로농구 LA레이커스의 르브론 제임스가 지난 2월 6일 보스턴전에서 드리블을 하고 있다. / AFP연합뉴스

제임스가 없는 플레이오프

하든이나 커리, 러셀 웨스트브룩 같은 스타들이 코트를 수놓고 있는 요즘이지만 현역 최고의 선수가 누구냐는 질문에 나올 대답은 딱 하나, 제임스밖에 없다. 지금껏 쌓아온 수많은 업적들은 그가 왜 위대한 선수인지를 증명하는 훈장이다.

그런데 제임스를 이번 플레이오프에서는 볼 수가 없다. 제임스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클리블랜드를 떠나 레이커스로 이적했는데, 레이커스가 5할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조한 성적을 내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했다. 제임스가 시즌 중반 사타구니 부상으로 장기간 자리를 비운 게 치명타가 됐다. 오랫동안 몸담았던 동부콘퍼런스를 떠나 데뷔 후 처음으로 서부콘퍼런스로 무대를 옮겨 도전장을 던졌지만, 일단 첫 시즌은 실패로 돌아갔다.

제임스는 클리블랜드 시절이던 2005~2006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 13시즌 연속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았다. 심지어 2010~2011시즌부터는 8시즌 연속 챔피언결정전에 오르기도 했다. 그만큼 제임스가 없는 플레이오프 무대는 어색할 수밖에 없다.

동부콘퍼런스의 새 주인은?

오랜 기간 ‘동부의 제왕’이었던 제임스가 서부콘퍼런스로 떠나면서, 이번 시즌 동부콘퍼런스를 제패할 팀이 어디가 될 것인지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지난 8시즌 동안 동부콘퍼런스는 제임스가 속한 팀이 모두 우승을 차지하고 챔피언결정전에 올랐다. 많은 팀들이 제임스를 넘어서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지만 모두 수포로 돌아갔다.

현재 가장 유력한 후보로는 톱시드인 밀워키가 꼽힌다. 밀워키는 그동안 최근 NBA의 트렌드인 3점슛과는 거리가 먼 팀이었다. 하지만 이번 시즌 부임한 부덴홀저 감독은 운동능력이 뛰어난 아테토쿤보로부터 파생되는 여러 가지 공격 옵션들을 활용, 3점슛 비중과 성공률을 비약적으로 높여 공격력을 크게 끌어올렸다. 여기에 수비 조직력에 일가견이 있는 자신의 능력을 살려 수비도 크게 개선했다. 이번 시즌 밀워키가 NBA 전체에서 득실차 1위(+8.9점)에 오른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밀워키의 뒤를 이어 2번 시드를 받은 토론토 랩터스도 무시할 수 없다. 오프시즌 샌안토니오 스퍼스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주득점원 더마 드로잔을 내주고 리그 최고의 ‘공수겸장’ 카와이 레너드를 받은 토론토는 시즌 초반 한때 선두를 달리기도 했으나 주축 선수들의 잔부상이 이어지면서 밀워키에 톱시드를 내줬다. 그러나 밀워키 못지 않은 뛰어난 공수 밸런스를 자랑하고, 서부콘퍼런스 팀을 상대로도 전혀 밀리지 않는 경쟁력을 보이면서 밀워키와 동부콘퍼런스 왕좌를 놓고 치열한 승부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3번 시드인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와 4번 시드인 보스턴 셀틱스도 정규시즌에는 다소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냈지만 충분히 동부콘퍼런스 우승을 다툴 수 있는 팀으로 평가받고 있다.

<윤은용 스포츠부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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