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진짜 하라고 도발하는 것 같은데?” 사진을 본 한 누리꾼 의견이다.
4월 중순, 한강다리 메시지 사진이 누리꾼의 화제를 모았다. ‘한 번 해봐요’라는 글씨가 다리 난간에 붙어 있다. 옆에는 한 소년이 웃는 그림이 그려져 있다. 화가 육심원씨의 작품인데, 보기에 따라서는 비웃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러니까 한강다리에서 뛰어내리라고 도발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이튿날, 다른 문구와 사진이 연이어 올라왔다. ‘나는 할 수 있다’, ‘꼭 해내고야 말겠다.’ 여전히 비슷한 맥락이다. 정말 있는 걸까.
![보배드림](https://img.khan.co.kr/newsmaker/1323/1323_9b.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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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다리라는 사업이 있었다. 삼성생명과 서울시, 한국건강증진개발원 등이 펼치던 자살예방사업이다. 한강다리 난간을 따라 사람이 지나가면 ‘희망메시지’가 쓰인 안내판에 불이 들어온다. 역효과였다. 유명세로 더 많은 사람들이 한강다리로 모여들었다. 사업은 2016년 종료됐다. 조형물들은 철거되고 현재는 일부 문구들만 남아있는 형태로 서울시가 관리한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면 뒤에 ‘업데이트’된 두 문구를 발견할 수 있다. 뒤에 업데이트된 문구는 예전 ‘생명의 다리’ 사업 때의 것인데, 앞의 ‘한 번 해봐요’는 확인되지 않는다. 정말 누군가 자살자를 조롱하기 위해 붙인 것일까?
“아, 메시지는 임의로 만들었던 게 아닙니다. 사업을 할 때 공모를 받았지만, 다시 전문가들이 모여 신중하게 결정했던 문구인데요.” 서울시 관계자의 말이다.
기자가 메일로 보내준 해당 게시물을 확인한 뒤 서울시 관계자로부터 다시 연락이 왔다. “일부에서 마포대교라고 했는데 한강대교의 문구였고, 사진 문구는 스토리텔링 문구의 일부라는 것이 확인됐습니다.” 그에 따르면 두 번째, 세 번째 사진은 다음의 긴 문장에서 따온 것이다. “22년 동안 8000m의 히말라야를 38번 오르며 도전했던 것은 ‘나는 할 수 있다’ ‘꼭 해내고야 말겠다’ 그런 의지와 신념 때문이었습니다. 실패를 두려워 말고 자신감을 잃지 말고 꿈을 향해 거침없이 도전하시길 바랍니다.” 산악인 엄홍길씨의 말이다. 첫 번째 논란의 사진은? “고민 있어요? 자, 당신의 얘기 한 번 해봐요.” 위의 육심원씨가 그린 소년의 얼굴이 여전히 비웃는 것으로 보이는지. 웃자고 맥락에서 떼어내 올린 글이었을 텐데, 댓글이 176개나 달린 심각한 논란으로 이어졌다. 인터넷에서는 종종 일어나는 일이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