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김정은 서신’ 대자보 전대협 정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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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주 전, 이런 제목의 논평 메일을 받았다. “국가원수 모독한 나경원을 처형하라!” “…적폐 나경원은 모든 인민이 보는 앞에서 혁명의 첫 번째 피의 제물로 처형될 것이다”라는 말로 마무리되는 이 ‘논평’의 주체는 ‘구국의 강철대오 전대협’이었다.

우파 청년단체 ‘전대협’이 4월 1일 대학가에 붙인 김정은 서신 대자보. / 전대협 페이스북

우파 청년단체 ‘전대협’이 4월 1일 대학가에 붙인 김정은 서신 대자보. / 전대협 페이스북

전대협? 1987년 결성된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그럴 리 없다. ‘인민의 어버이 문재인 대통령’ 식으로 북한 어투를 흉내내고 있지만 풍자라고 하기엔 저열해 보인다. 하단 연대 단체들 이름도 눈에 띈다. 참여연합, 아름다운사단, 희망공작소는 시민단체 참여연대, 아름다운재단, 희망제작소를 빗댄 것이다. 정의구현사죄단은 천주교 사제단체인 정의구현사제단을 겨냥한 것이고. 그렇다면 ‘조선노동당 산하 촛불혁명위원회’는?

인상적이었던 것은 메일을 보낸 사람이다. 과거 기자가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 취재를 할 때 ‘베충이’ 인형을 만들어 팔던 베충이 쇼핑몰 운영자 김동근씨다.(그는 당시 기자의 취재 요청을 거부했다.)

최근 이 단체가 전국 대학가에 붙인 대자보가 논란이 됐다. 북한 컴퓨터 폰트로 된 ‘남조선 학생들에게 보내는 서신’이라는 제목의 김정은 서신이다. 김동근씨에게 연락해봤다. 이런 활동을 벌이는 목적? “재미있어서 메일만 보내줬을 뿐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는다”는 답신이 돌아왔다. 그가 대신 연결해준 인사는 단체의 대변인을 맡고 있는 김정식씨다. 김씨의 말에 따르면 전대협은 “2017년 결성된 역사·철학 공부모임으로 점조직 형태로 오프라인에서 운영되는 조직”이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대학가 풍자 대자보를 붙인 데 대해 CCTV 영상을 공개하는 등의 경찰 반응이다. 겁박이다. 명예훼손이나 모욕죄를 언급하는데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으면 처벌이 불가능하고….”

그런데 이들이 도용한 과거 ‘전대협’을 잇는 조직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전대협동우회다. 이 단체의 조정필 회장은 4월 4일 <주간경향>에 “최근 사태에 대해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있지만, 도발하려는 상대 측의 의도에 말려들진 않을 것”이라며 “독도문제를 생각하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긁어 부스럼을 만들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우파 버전의 이 ‘전대협’이 “과거 전대협처럼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의 약칭이냐”는 질문에 ‘전대협’ 측은 답하지 않았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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