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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학교에 대한 부모들의 반발,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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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 주민들이 혁신학교 지정 반대 시위를 벌였다. 부모들이 혁신학교를 반대하는 이유는 성적이 떨어지고, 대학입시에 불리하다는 것이다. 혁신학교의 ‘백년대계’는 가능할 것인가

‘혁신학교는 지속 가능한가.’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3월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양재동 더케이 호텔에서 열린 ‘학교 공간혁신 합동 워크숍’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3월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양재동 더케이 호텔에서 열린 ‘학교 공간혁신 합동 워크숍’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 물음에 명확한 답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혁신학교는 정권의 부침에 따라 진보교육감 집단의 실책으로 마무리 지어질 수도 있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위주의 교육이 대한민국 교육에 공고히 자리잡을 수도 있다. 실제 혁신학교가 ‘공교육 정상화’로 가는 시험대라는 진보교육계의 주장은 2019년 대한민국 사회에서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여전히 많은 학부모들은 혁신학교를 거부하고, 내 아이가 입시 위주의 교육을 받아 좋은 대학에 진학하기를 바란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교육은 지속 가능한가. 모두가 잠든 교실은 정상인가. 수능시험 성적을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아이들이 해마다 발생하는 사회는 정상사회인가.’

이에 대해서는 진보와 보수를 떠나 모두 “아니다”라고 답한다. 그렇다면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어디일까. 교육이 정치적 입김을 배제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는 없을까. 여기에 대한 해답은 찾지 못한 채 학생들은 오늘도 학원수업으로 부족한 잠을 교실에서 보충하고 있다. 또 성적으로 서열화된 교실에서 낙오된 학생은 학교 밖 청소년이 되고 있다.

혁신고교가 단 한 곳도 없는 강남구

지난해 12월 혁신학교 지정에 반대하는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 입주 예비 학부모들이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촛불집회를 열고 예비혁신학교 지정 반대 및 조희연 교육감 사퇴를 촉구했다. 서울시교육청이 헬리오시티 단지 내 가락초등학교와 해누리초·중학교를 모두 예비혁신학교로 지정하자 이에 반발한 것이다. 예비 학부모의 의견은 무시한 채 일방적 추진이라는 주장이다. 이들은 또 반대의 근거로 ‘혁신학교 학생의 기초학력 미달’을 들었다. 헬리오시티 입주자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헬리오시티가 무너지면 강남이 무너진다’는 말이 돌았다. 현재 서울 강남구에는 혁신고등학교가 단 한 곳도 없다. 강남구 유일 혁신고로 주목받았던 중산고가 2014년 하반기 공모를 통해 혁신학교로 지정된 적이 있지만 기존 학부모와 입학을 앞둔 중학교 3학년 부모들의 반대로 반년을 채우지 못하고 일반고로 돌아갔다. ‘헬리오시티는 강남지역에 혁신고가 침투하는 것을 막는 최전선’이라는 말은 송파구에 혁신학교가 지정되면 혁신학교가 바이러스처럼 강남구 전체에 퍼질 것이라는 우려가 담긴 얘기다.

그렇다면 이들의 주장처럼 혁신학교 학생들은 기초학력이 낮고 성적이 떨어진다는 말은 진짜일까, 아니면 괴담일까. 이에 대한 교육부의 답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다”였다.

[표지 이야기]혁신학교에 대한 부모들의 반발,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은 2017년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기초학력에 미달한 것으로 나타난 학생의 비율이 혁신고등학교의 경우 지난해(2016년) 11.9%로 전국 고교 평균(4.5%)의 2.6배에 달한다”고 밝힌 바 있다. 또 혁신중학교의 기초학력 미달자 비율은 5%로 역시 전국 중학교 평균(3.6%)보다 높았다고 밝혔다.

이는 곧바로 혁신학교에 대한 비난으로 돌아왔다.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좌파·빨갱이·전교조가 장악한 혁신학교가 아이들을 망치고 있다”며 곽 의원실 발표자료를 인용했다.

하지만 여기에는 표본집단에 대한 이해가 빠져 있었다. 기본적으로 도시와 농어촌 지역 학생 간의 학력 격차는 존재한다. 일반학교와 혁신학교라는 구분을 차치하더라도 농어촌 학생의 기초학력이 도시 학생보다 높을 수는 없다. 결국 애초에 혁신학교는 농어촌 지역, 특히 낙후된 지역, 폐교 직전 학교를 중심으로 만들어졌다는 전제가 빠진 통계라는 말이다.

실제 교육부가 지난해 7월 발표한 ‘혁신학교 성과분석’을 살펴보면 혁신학교 학생들의 기초학력은 일반학교 학생들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곽상도 의원의 발표가 절반은 맞은 셈이다.

그러나 동일 지역 내 동일 학령 간 일반학교와 혁신학교를 분석해보니 다른 결과가 나타났다. 입학성적과 경제수준 등 변수를 고정하고, 동일 지역 내 일반중학교 재학생과 혁신중학교 재학생의 국·영·수 성적을 ‘분석모형 평가’로 비교하니 차이가 없다는 결과가 도출된 것이다. 오히려 일부 지역에서는 혁신중학교 재학생의 평균성적이 더 높은 것으로 나왔다. 해당 평가는 2011년도 중학교 6학년 학업성취도 평가와 2014년도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국어의 경우 서울지역 혁신중학교 학생의 평균성적은 96.82점, 일반중은 99.75점으로 일반중이 높게 측정됐으나, 동일한 행정구역으로 변수를 고정시키니 일반중의 평균 국어성적은 97.33점으로 차이(2.93→0.51)가 줄어들었다. 경기도는 동일 행정구역으로 변수를 고정시키니 혁신중학교 학생의 국어 평균(97.28)이 일반중의 국어 평균(96.93)보다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수학 역시 동일 행정구역으로 고정시킨 이후 점수 평균을 비교하니 경기도와 서울, 강원도 등 세 지역에서 혁신중 학생 평균점수가 일반중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지역 혁신중의 영어 평균점수는 96.21인 반면, 일반중 평균점수는 99.22로 큰 폭의 차이를 보였으나 동일 행정구역으로 변수를 고정하니 일반중의 영어 평균이 96.51로 떨어지는 결과를 보였다. 서울은 혁신중 영어 평균점수(98.97)가 일반중(98.46)보다 높게 측정됐다. 강원도와 전라북도도 혁신중 평균점수가 일반중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백병부·송승훈·남미자·이경아 등 경기도 교육연구원 연구위원이 2013년 발표한 ‘경기도 혁신고등학교 성과분석’에 따르면 혁신고가 일반고에 비해 가정환경과 이전 학업성취도는 낮았으나 학교 평균, 사회·경제적 여건 등의 변수를 통제한 후 혁신학교 여부에 따른 학생들의 등급 차이를 살펴보니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초기점수 및 성장률의 통계적 차이를 살펴본 결과 혁신학교 학생들의 성장률이 일반학교보다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초등학교 6학년-중학교 3학년-고등학교 2학년’ 총 세 가지 시점에 걸친 성장률 분석을 해보니 초기 점수는 일반학교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나, 혁신학교 학생의 성적 성장률은 큰 폭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일반학교 학생은 높은 수준을 그대로 유지하되 성장률은 변화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선영 교육부 학교혁신정책과 연구사는 “혁신학교 학생의 성적이 (일반학교에 비해) 낮다는 말은 맞는 말이다. 그러나 (혁신학교에 진학해서) 성적이 떨어진다는 말은 틀렸다”라고 말했다. 이어 “각 학생의 거주지나 가정환경, 경제력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점수만 가지고 단순비교를 하면 혁신학교 학생이 공부를 못한다는 결론이 나오지만 같은 서울 안에서도 일부 낙후지역과 강남구의 성적은 일반학교 간에도 차이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혁신학교 학생이라 성적이 낮다는 말은 잘못된 분석”이라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혁신학교가 입시에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은 여전히 유효하게 존재한다. 혁신학교가 추구하는 가치나 교육목표가 문제풀이식 입시제도와는 맞지 않기 때문이다.

성적 미달과 입시에 불리하다는 생각

아이를 혁신학교에 보내는 부모들조차 혁신학교의 교육에 대해서는 만족하면서도 입시에 불리할 것이라는 인식은 공통적으로 갖고 있었다. 일부 지역에서는 혁신초등학교를 선호한다는 언론 보도도 있었다. 경기도 판교지역은 2014년 보평초등학교가 혁신학교로 지정되면서 당시 보평초 입학이 가능한 단지와 그렇지 않은 단지 간의 집값이 2억원 가까이 차이가 난다는 보도도 나왔다. 그러나 모든 지역이 판교 일부 지역과 같은 반응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혁신학교에 대한 명확한 개념이나 교육방향에 대한 인식이 우리 사회에 자리잡혀 있지 않기 때문이다.

“A초등학교가 이 지역에서는 부모의 교육수준이나 직업수준이 높고, 교장도 공부에 대한 열의가 많다는 이야기를 듣고 무리해서 A초등학교를 배정받는 아파트로 이사를 했다. 그런데 아이가 4학년이 되던 해에 A초등학교가 혁신학교로 지정됐다.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부랴부랴 동네 엄마들한테 ‘계속 애를 A학교에 보낼 것이냐’고 물었다. 일부 엄마는 실제로 학기 초에 이사를 가기도 했다. 그대로 남은 엄마들은 ‘어차피 공부는 학원에서 하는 건데 학교에서는 마음껏 놀고 자라고 말했다’고 하더라. 만약 중학교가 혁신학교로 지정됐다면 나도 이사를 갔을 것 같다.”(서울 ㄱ지역 학부모 ㄴ씨)

[표지 이야기]혁신학교에 대한 부모들의 반발,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솔직히 혁신이 뭔지도 모르고 근거리 배정을 받았다. 학부모총회를 하는데 한 엄마가 계속 학교에 보낼 것이냐고 물었다. 우리 아이가 다니는 학교가 혁신중학교였다. 집을 구하고 이사하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지 않나. 지금도 우리 아이는 혁신중학교에 그대로 다니고 있다. 아이는 엄청 만족한다. 주말마다 친구들이랑 프로젝트를 한다며 나가는데 그 자체로는 의미가 있어 보였다. 하지만 일반고에 진학했을 때 아이 성적이 떨어져 있진 않을까 걱정돼 일반중학교 재학생들이 많이 다니는 국·영·수 학원에 보내고 있다. 그 (일반) 중학교 학생들이 특목고, 자사고 진학률이 높다. 이것도 엄마들끼리 정보를 교류해서 다같이 보내는 거다. 거기서 우리 아이의 레벨을 확인하고 있다.”(서울 ㄷ지역 학부모 ㄹ씨)

일부에서는 혁신학교가 학생부종합전형(학종) 관리에는 유리하다는 주장도 있다. 대입전형이 수능보다 수시 비중이 높아지면서 혁신학교에서의 각종 프로그램들이 오히려 대학의 학생부전형 선발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입시전문가들은 혁신학교의 프로그램은 입시 대비용 학종 관리와는 거리가 있다고도 지적한다. 그 비교대상으로 언급되는 것이 자율형 사립고(자사고)다.

자사고는 학생의 다양한 활동을 보장하고, 각종 외부활동 참여 독려, 사회현상에 대한 심도있는 토론 및 보고서 작성 등을 장려한다. 혁신학교가 추구하는 형태의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셈이다. 한 중학교 교사는 “혁신고의 프로그램을 가장 충실하게 이행하고 있는 곳이 자사고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둘은 결정적 차이가 있다는 것이 입시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학생활동 지원의 방점이 자사고는 입시에, 혁신고는 진로탐구에 있다는 점이다.

유성룡 커넥츠 스카이에듀 진학연구소장은 3월 26일 <주간경향>과 전화통화에서 “혁신학교가 학생들에게 다양한 활동을 보장하고, 학생의 적성에 맞춘 교육을 한다는 점에서는 자사고와 유사한 점이 있지만 혁신학교와 자사고는 교육의 지향점이 다르다”고 말했다. 유 소장은 “자사고 역시 학생의 진로와 적성을 고려한 교육을 하지만 지향점은 ‘입시’다. 자사고는 학교장의 재량이 비교적 많이 보장된다. 그 재량이 교과서 위주의 수업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강화되는 반면, 혁신고는 교과서를 벗어난 교육을 지향하는 차이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고 해서 혁신학교가 대입에 불리하다는 결론을 내릴 만한 유의미한 자료도 현재까지 나온 적이 없다. ‘혁신학교에 보내면 대입에 실패한다’는 말은 증명되지 않는 주장에 불과한 셈이다. 김태근 이투스 평가이사는 “현재까지 혁신학교 출신의 대학 진학률·상위권 대학 진학률이 일반학교에 비해 낮다는 결론이 나온 유의미한 자료는 발표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그러나 혁신학교를 다니면 대입에 지장이 있다는 우려가 그 자체로 잘못된 지적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혁신학교와 자사고, 서로 지향점 달라

입시 위주의 서열화된 대한민국 사회에서 혁신학교가 지속가능할 방법을 찾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이중현 전 교육부 학교혁신지원실장은 저서 <혁신학교는 지속 가능한가>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혁신학교나 혁신학교 2.0은 지속 가능한가? 이 질문에 자신있게 대답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 그 이유는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교육개혁을 한다고는 했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과제, 방법, 내용도 바뀌었기 때문이다. 정권마다 초기에 교육개혁을 한다고 하지만 현장 교원들은 4년만 지나면 끝이라는 걸 경험으로 알고 있다.”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고 한다. 그러나 정권에 따라 가장 먼저 흔들린 게 바로 교육이다. 결국 이념을 떠나 국가와 국민 전체가 ‘교육은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가’에 대한 흔들리지 않는 답을 찾는 것이 올바른 교육으로 나아가기 위한 첫 번째 과제일지도 모른다. 그것은 혁신학교가 지속 가능한 방법을 찾는 전제조건이기도 하다.

‘매일 아침 일곱시 삼십분까지 /우릴 조그만 교실로 몰아넣고 /전국 구백만의 아이들의 머릿속에 /모두 똑같은 것만 집어넣고 있어 /막힌 꽉 막힌 사방이 막힌 /널 그리고 우릴 덥썩 모두를 먹어삼킨 /이 시꺼먼 교실에서만 /내 젊음을 보내기는 너무 아까워 /좀 더 비싼 너로 만들어 주겠어 /네 옆에 앉아 있는 그애보다 더 /하나씩 머리를 밟고 올라서도록 해 /좀 더 잘난 네가 될 수 있어’

‘서태지와 아이들’은 1994년 ‘교실 이데아’를 발표하며 교육현실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모두가 가사에 공감했고,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교실 이데아’는 그러나 2019년에도 여전히 대한민국 교육현실을 동일하게 관통한다.

노래가 발표된 지 25년이 지났지만 교실은 바뀐 게 없다. 혁신학교는 지속 가능한가. 여전히 답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슬픈 현실의 방증이다.

혁신학교란
공교육의 획일적인 교육 커리큘럼에서 벗어나 창의적이고 학생 주도적인 학습능력을 배양하기 위해 시도된 새로운 학교 모델. 2009년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이 경기도 지역 13개교를 혁신학교로 지정하며 전국으로 확대돼 왔다. 2019년 3월 현재 전국에 1713개의 초·중·고 혁신학교가 지정·운영되고 있다.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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