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제 드라마 우려 ‘으라차차’ 날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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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제 드라마 도입은 한국 드라마업계 종사자들의 영원한 염원 중 하나다. 시즌17까지 이어간 tvN 시트콤 <막돼먹은 영애씨>를 제외하면 내세울 만한 시즌제 드라마를 꼽기 어렵다.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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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악한 한국 드라마 여건에서 <왕좌의 게임>이나 <워킹데드> 같은 시즌제 드라마는 쉽지 않다. 게다가 전편의 명성에 기대 주연배우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집단 작가제가 일반화된 해외와 달리 1인 작가에 기댄 대본이 고른 완성도를 자랑한다는 보장도 힘들다. 주연배우나 제작진이 결단을 내려 어렵사리 시즌2를 제작해도 전편의 참신함을 넘지 못한 <추리의 여왕>이나 배우와 제작진의 불화로 구설수만 빚은 <동네변호사 조들호>처럼 시청자의 외면을 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제작자들이 팬들의 간절한 요청에도 시즌제를 포기하고 새로운 드라마를 만드는 이유다.

하지만 3월 25일 첫 방송된 JTBC 드라마 <으라차차 와이키키 시즌2>는 시즌제 드라마에 대한 우려를 ‘으라차차’하게 날려버렸다. 드라마는 전편과 마찬가지로 부암동 게스트 하우스 ‘와이키키’에 머무는 짠내나는 청춘들의 사연에서 출발한다. 1편에서 은근히 ‘썸’을 타며 시청자들의 응원을 받던 강동구(김정현)-한윤아(정인선) 커플이나 봉두식(손승원)-민수아(이주우) 커플은 ‘와이키키’를 떠났지만 시즌1의 연결고리인 이준기(이이경)의 하드 캐리와 차우식(김선호), 국기봉(신현수), 그리고 이들의 첫사랑 한수연(문가영)까지 청춘배우들의 몸을 사리지 않는 열연에 60여분간 웃음이 떠날 새가 없었다. 전작 <눈이 부시게>의 잔잔한 여운을 가시게 할 만한 강력한 최루탄이었다.

이야기의 구성은 전편과 별반 다르지 않다. 와이키키에 머무는 여섯 청춘의 일상은 여전히 지질하고 궁상맞다. 이준기는 생계형 배우고 차우식은 무명 아이돌 출신 가수 지망생이다. 국기봉은 만년 프로야구 2군선수다. 이들의 첫사랑 한수연은 부잣집 딸이지만 아버지 회사의 부도로 거리로 나앉게 될 지경에 이르다 와이키키에 머문다. 여기에 준기의 연영과 동기이자 ‘알바의 신’ 김정은(안소희), 우식의 누나인 셰프 지망생 차유리(김예원) 등이 새 얼굴로 나섰다. 각자의 상황만 들여다보면 눈물날 법하지만 제작진은 88만원 세대의 현실을 ‘웃프게’ 표현하며 “웃으면 어떻게든 살 만한 세상”이라고 말한다.

이이경은 물오른 연기력으로 여타 주연배우들이 모두 떠난 난파 직전의 ‘으라차차 와이키키’ 호를 진두지휘한다. 그가 연기하는 이준기는 무명배우가 처한 모든 극한상황을 감내한다. 한국에서 보기 드문 화장실 유머까지 자연스럽게 소화해내는 이이경의 연기를 보고 있자면 이 젊은 배우가 ‘한국의 짐 캐리’로 불릴 날이 멀지 않았다는 기분 좋은 예감이 든다. 여기에 젊은 기대주로 꼽혔던 김선호와 신현수, 문가영의 생동감 넘치는 연기 호흡도 볼거리다. 다만 원더걸스 출신 안소희의 불안한 연기는 ‘으라차차 와이키키’의 옥에 티다. 향후 이어지는 여정에서 안소희의 성장을 기대해 본다.

<조은별 브릿지경제 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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