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장관’ 여의도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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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겸, 김영춘, 도종환, 김현미 등 4명 장관직 마치고 다음 행보 관심

“장관으로 계시는 동안에도 매주마다 주말이면 지역민들을 찾아가 만났습니다. 이제 돌아오시게 되면 좀 더 부담없이 지역민들을 만날 수 있게 되겠죠.”

지난 3월 5일 국회 김부겸 의원실에서 만난 관계자의 말이다.

국회의원 출신 문재인 정부 원년 조각 멤버들. 이들이 의원으로 복귀하게 되면 정치지형도는 어떻게 바뀌게 되는 걸까. 왼쪽부터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권도현 기자/ 김기남 기자/ 김영민 기자/ 이상훈 선임기자

국회의원 출신 문재인 정부 원년 조각 멤버들. 이들이 의원으로 복귀하게 되면 정치지형도는 어떻게 바뀌게 되는 걸까. 왼쪽부터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권도현 기자/ 김기남 기자/ 김영민 기자/ 이상훈 선임기자

‘국회의원 장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등이 그들이다. 장관직을 마치고 국회로 돌아올 사람들이다. 개각이 발표된다고 바로 돌아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신임 장관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낙마자가 생겨 예상 외로 더 직을 유지해야 할 수도 있다. 어찌됐든 실제 돌아올 시점은 빨라야 4월 초다. 그리고 1년 후엔 총선이다. 이들 ‘국회의원 장관’들의 이후 행보는 어떻게 될까.

이들은 문재인 정부 원년 조각 멤버들이다. 꼬박 2년을 함께한 셈이다. 장관을 하더라도 국회의원직은 유지된다. 장관 입각 전 상임위도 명목상으로는 유지된다. 그렇다면 국회 복귀 다음엔? 본인 의사를 수렴해 상임위는 원내대표가 재배치한다. 장관직을 맡기 전도 마찬가지지만, 장관직을 맡고 나온 다음 본인이 직을 맡았던 상임위는 자연스레 배제된다. 정치권 출신 정부 관계자의 말이다. “예를 들어 행안부 장관을 맡았던 김부겸 장관이 행안위를 하면 안 된다고 명문화된 것은 없다. 그렇지만 정치도의적으로나 명목상 그럴 수는 없지 않은가. 한때 직속상관이 자신들의 ‘식솔’들을 상임위에서 몰아붙이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 게다가 자기가 장관을 할 때 결정했던 사안이 올라올 수도 있고….”

의원직 장관의 ‘정치행보’는

유지되는 것은 의원실도 마찬가지다. 통상 9명까지 가능한 보좌·비서진 수도 그대로 유지된다. 국회의원 보좌진은 통상 정책보좌관과 지역보좌관으로 구분된다. 정책보좌관은 각 개인이 입법기관이라고 할 수 있는 국회의원의 상임위에서 정책 및 입안을 보좌하는 정책인력이다. 지역보좌진은 지역구 관리와 지역민과의 연결이 제일 중요한 업무다.

선거 시기에 임박할수록 지역보좌관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국회 상임위 활동 등 입법활동만 해서는 지역민과 지속적인 접촉을 유지할 수 없다. 김부겸 장관의 경우, 행안부 일을 마치고 나면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으로 내려가 일주일 이상 머물면서 지역민들도 만나고, 차기 구상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총선을 두고 상대방인 자유한국당 후보는 결정되지 않았지만 김 장관이 ‘대선주자급 거물’이기 때문에 영향력이 있는 저격수를 전략 공천할 가능성이 크다. 20대 총선에서는 김문수 전 경기도 지사가 그에 맞서 나왔다가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의원실 관계자는 “대구 수성구는 서울 강남을 생각하면 된다”며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젊은 층이 많고, 보수라고 하더라도 개혁성향이 많기 때문에 의원님이 선택받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렇게 덧붙였다. “그렇다고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어찌됐든 최선을 다해 임할 수밖에 없다.”

TK(대구·경북)와 함께 PK(부산·경남) 민심 변화 추이가 현재 정치권에서는 핫이슈다. 지방선거 이후 민주당으로 쏠렸던 PK 민심이 곳곳에서 돌아서는 것이 확인되기 때문이다. 당장 4월 재·보궐선거에서 민심의 향방에 관한 윤곽이 드러나겠지만, 내년 총선에서 PK지역이 정권재창출의 승부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부산 출신인 조국 민정수석(혜광고),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동래고),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기획실장(배정고) 등의 투입설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최근에는 일찌감치 총리 비서실장을 그만두고 출마를 준비하는 배재정 전 의원(데레사여고)을 비롯, 김영배 민정비서관(브니엘고), 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부산대) 차출설까지 나왔다. 조국 수석은 올해 초 <주간경향>에 수차례에 걸쳐 “차출설이 있는 것은 알지만 공수처 설립 등 사법개혁 과제를 마치고 학교로 돌아간다”는 ‘의지’를 밝혀온 바 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한국 정치사를 살펴보면 노무현 전 대통령이나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노 전 대통령은 DJ 정부 시절에 해양수산부 장관을 맡아 정치인으로서 몸집을 키웠다. 아직까지 대선 출마 가능성은 부인하고 있지만 유 이사장도 노 전 대통령 시절 복지부 장관을 맡은 경험이 큰 정치적 자산이 된 것으로 평가된다.

장관 측근들이 생각하는 ‘성과’

문재인 정부 원년 국회의원 출신 장관들은 어떨까. 해수부 장관을 맡은 김영춘 장관은 부산 출신인 데다 3선의 관록을 지닌 ‘노무현의 길’을 걸은 정치인으로 주목을 받았다. 김 장관의 한 측근은 “정치인으로서 대통령 꿈을 가지지 않은 정치인은 없다”고 말한다. 해수부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해양산업 재건계획 수립, 해양진흥공사 설립 발주, 어촌뉴딜300 사업이나 수산혁신2030 계획을 발표한 것도 ‘성과’로 꼽았다. 그는 “김 장관은 취임식부터 ‘삼관타파’라고, 관행이나 관습, 관망을 버리자고 강조했다”며 “다른 부처처럼 정치바람을 탔다기보다 공직사회에 혁신을 만들어낸 것도 한 성과”라고 말했다. 도종환 장관의 측근도 평창올림픽뿐 아니라 남북 사이에 문화·예술, 체육 교류를 이끌어낸 것을 도 장관의 가장 큰 업적으로 꼽았다.

“부동산 정책만 생각하는데 실제 더 중요한 성과도 끌어냈다. 언론들은 거의 다루지 않았지만 건설산업 혁신방안을 만들어낸 것이나, 대한항공이나 BMW 리콜 건도 원활하게 수습했다. 교통사고 사망자가 줄어든 것이나 특히 임기 동안 타워크레인 사망자가 한 건도 없었던 것도 성과로 본다.” 김현미 장관 측근의 말이다.

이번에 국회로 돌아오는 사람들 중에 대선주자급으로 가장 앞서 거론되는 사람은 김부겸 장관이다. 이미 새희망포럼이라는 오랜 지지그룹이 활동하고 있다. 포럼 관계자는 “바쁘지만 1년에 두 차례씩 정례모임에 꾸준히 참석해왔고, 지금도 경제정책 등 정책현안, 특히 한반도 미래 먹거리를 두고 심도있는 논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치컨설턴트 출신인 신철우 민주당 정책위 부의장은 “일단 대선주자가 가시화되는 것은 내년 총선 직후 공개적인 포럼 형태의 캠프가 꾸려지면서부터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아직 총선은 1년 이상 남아있고 정치는 살아있는 생물이기 때문에 누가 유력주자로 부상할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의원 출신 장관들이 국정경험을 통해 체급은 키웠지만 전혀 의외의 인물이 대두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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