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증·건조한 매실 오매, 지사약으로 쓰여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오매는 ‘검을 오(烏)’ 자에 ‘매화 매(梅)’ 자를 쓴다. 볏짚을 태워 생기는 매연으로 매실을 훈증한 뒤 건조해서 쓰는데, 이 과정에서 색이 검어진다.

매화나무는 장미과에 속하는 나무로 꽃은 3~4월에 잎이 나기 전에 피고, 열매는 6~7월에 동그랗게 익는다. 열매를 매실이라 한다./위키피디아

매화나무는 장미과에 속하는 나무로 꽃은 3~4월에 잎이 나기 전에 피고, 열매는 6~7월에 동그랗게 익는다. 열매를 매실이라 한다./위키피디아

매섭도록 추운 겨울도 언젠간 끝이 나고, 따스한 봄날은 반드시 찾아온다. 그런데 봄은 과연 언제부터인가. 봄이 시작하는 절기는 입춘이지만, 양력 2월 4~5일에 벌써 봄이라고 느낄 사람은 많지 않다. 군에서는 매해 11월에서 이듬해 2월까지를 동절기로 지정해 장병들로 하여금 30분 더 취침하도록 하였으니, 이 기준에 따르면 3월 1일부터가 봄이다. 기상청은 일평균 기온이 5도 이상으로 올라간 후 다시 떨어지지 않은 첫날을 봄으로 정의한다. 이 경우 해마다 시작일이 다르다. 그럴 바엔 차라리 ‘꽃피는 계절’로 봄을 정의하는 건 어떨까. 그렇다면 올봄은 예년보다 일찍 찾아온 셈이다. 매화가 벌써 피어 전남 광양시는 3월 8일을 매화축제 개막일로 잡았다. 이는 역대 가장 이른 날짜다.

매화는 봄을 여는 꽃이다. 수많은 봄꽃 중에 매화가 가장 먼저 핀다. 겨우내 향기와 아름다움을 감추고 있다가 봄이 되어서야 피워내는 모습이 절개를 숭상하던 선비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매화는 사군자의 첫째가 되었다. 여기서 퀴즈. 매화, 난초, 국화, 대나무 사군자 중 약으로 쓰이지 않는 식물은?

일단 매화는 약으로 쓴다. <동의보감>에는 매화가 천연두 예방에 좋다고 나온다. 그러나 그 효과가 얼마나 좋은지는 확인할 길이 없다. 천연두가 1979년에 완전히 박멸됐기 때문이다. 매화의 진짜 약용부위는 열매, 즉 매실이다. 맛이 시큼해 생각만 해도 입에 침이 고이는 매실. 한국에선 장아찌로, 일본에선 우메보시(梅干し)로 절여 먹는 이 과일을 한의원에서도 쓴다. 바로 오매라는 약재다.

오매는 ‘검을 오(烏)’ 자에 ‘매화 매(梅)’ 자를 쓴다. 볏짚을 태워 생기는 매연으로 매실을 훈증한 뒤 건조해서 쓰는데, 이 과정에서 색이 검어진다. 본초학적으로는 설사를 멎게 하는 지사약(止瀉藥)에 속한다. 오래된 설사와 기침을 치료한다. 위산 결핍으로 인한 식욕부진과 소화불량에도 좋다. 생각만으로도 침이 고이게 할 정도인 만큼 진액이 부족해 갈증이 날 때도 쓴다.

<동의보감>에는 제호탕(醍?湯)이라는 처방이 나온다. 오매와 초과, 사인, 백단향을 가루 내어 꿀에 넣고 끓였다가 냉수에 타서 먹는다. 여름철 더위를 쫓고 목마름을 가시게 한다. 만약 대보름에 더위를 못 팔았다면 참고해도 좋으리라.

목구멍에 매실씨가 걸린 것처럼 삼켜도 내려가지 않고 뱉어도 나오지 않는 병을 매핵기(梅核氣)라 한다. 스트레스가 주요 원인으로, 가미사칠탕(加味四七湯)이 잘 듣는다. 이 처방에 오매가 들어가지는 않는다. 매핵기는 매실과 상관이 없다.

난초는 단일 식물이 아니라, 난초과 식물을 통칭하는 말이다. 약용하는 난초과 식물로는 천마, 석곡, 백급 등이 있다. 국화는 열감기에 쓴다. 아울러 스트레스를 완화하고 눈을 맑게 해준다. 대나무는 기침을 멎게 할 때, 그 잎은 열을 식힐 때 쓴다. 사군자 중 약으로 쓰이지 않는 식물은 없다.

봄이 오니 싱숭생숭 설렌다. 반가운 사람 만나 매실주 한 잔 기울이고 싶다. 봄은 그런 계절이다.

<이상진 한의사, 전 보령한의원 원장>

허브에세이바로가기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