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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사실 공표죄’로 경찰 압박하는 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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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고기 환부사건으로 갈등… 검·경 수사권 조정은 답보상태

황(운하) 청장은 떠났고, 황 검사는 돌아왔다. 그러나 ‘고래고기 환부사건’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울산지방검찰청은 슬며시 ‘피의사실 공표죄’ 카드를 꺼냈다.

울산 고래고기 환부사건은 2016년 초 경찰이 시가 40억원에 달하는 불법 고래 포획·유통업자를 일망타진하면서 압수한 밍크고래 27톤 분량을 울산지검 황모 검사가 일방적으로 고래고기 유통업자들에게 돌려준 사건이다. 통상 압수된 고래고기는 불법포획 여부를 확인한 뒤 검사가 발부한 ‘환부지휘서’에 따라 경찰이나 검찰 수사관 입회하에 유통업자가 보관창고에서 찾아간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앞줄 왼쪽)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앞줄 오른쪽)이 2018년 6월 21일 정부서울청사 국제회의실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에 서명을 하고 있다. 뒷줄 왼쪽은 이낙연 국무총리, 오른쪽은 조국 민정수석. / 연합뉴스

박상기 법무부 장관(앞줄 왼쪽)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앞줄 오른쪽)이 2018년 6월 21일 정부서울청사 국제회의실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에 서명을 하고 있다. 뒷줄 왼쪽은 이낙연 국무총리, 오른쪽은 조국 민정수석. / 연합뉴스

그러나 ‘고래고기 환부사건’은 경찰이 검사의 수사지휘를 거부하자 검사가 피의자 신분인 고래고기 유통업자 측 변호사에게 ‘환부지휘서’를 보내 경찰 입회 없이 임의로 고기를 가져가게 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당시 창고 안에 보관 중이던 압수물(고래고기)은 고래연구소의 DNA 분석도 끝나지 않은 상태였다. 고래연구소는 이후 의뢰한 고래고기 샘플 47점 중 34점을 불법개체로 추정, 13점은 판정불능 판단을 내렸다.

울산은 지역 토착범죄인 밍크고래 불법포획을 막기 위해 어망 등에 걸려 발견된 고래고기는 유통 전에 DNA를 채취해 고래연구소에서 데이터를 보관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작살 등 인위적인 방법으로 고래를 잡는 것이 모두 불법이다. 울산지역 식당가에서 파는 고래고기는 고래연구소에 DNA가 남아있어야 한다. 고래연구소 DNA 데이터베이스에 없는 고래고기는 불법포획·유통된 고기다.

불법포획 피의자에게 고래고기 돌려줘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는 2017년 9월 황 검사를 직무유기 및 직권남용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울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황 검사를 피고발인 신분으로 환부 경위 등을 조사하려 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당시 수사관들은 “울산지검에 직접 찾아가 검사님을 찾아뵈려고 했지만 황 검사님은 ‘나는 할 말이 없다. 검찰에 물어봐라’며 답변을 피했다”고 말했다. 또 경찰이 불법 고래고기 유통업자들이 선임한 변호사 사무실과 주거지, 계좌 등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은 모두 기각했다. 검찰은 이후 보도자료를 통해 “경찰이 신청한 20건의 영장 중 15건의 영장을 청구하는 등 최대한 협조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그러나 핵심적인 강제수사 영장은 모두 기각됐다고 했다. 황 검사는 그 사이 예정돼 있던 1년짜리 국외 연수를 떠났다. ‘검찰 저격수’로 알려진 황운하 울산지방경찰청장은 지난해 11월 29일 대전지방경찰청장으로 내정, 울산을 떠났다.

국외연수를 마친 황 검사는 지난해 12월 말 울산지검으로 복귀했다. 경찰은 그러나 황 검사에 대한 단 한 차례의 대면조사도 못한 채 기소의견으로 사건을 울산지검에 송치했다. 경찰은 검사를 수사할 수 없다는 일종의 ‘불문율’이 여기에서도 작동했다. 황 검사는 대신 A4용지 3장짜리 서면 답변서를 경찰에 송부했다. 원칙과 절차대로 고래고기를 돌려줬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최근 검찰 정기인사에서 타청으로 전보발령을 받았다. 경찰조차 황 검사는 기소되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기소독점권은 여전히 검찰에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경찰을 상대로 수사를 벌이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경찰을 압박했다. 지난해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울산경찰이 김기현 울산시장 측근을 수사한 것과 관련해 자유한국당이 황운하 청장 및 수사경찰 4명을 직권남용과 공직선거법위반, 피의사실 공표 혐의로 고발한 건을 수사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검찰은 절차상 필요할 경우 황 청장을 소환해 조사를 벌일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울산지검이 새롭게 만들어 운영 중인 ‘피의사실 공표죄 연구모임’의 설립 배경을 놓고도 뒷말이 나온다. 사실상 황운하 청장을 겨냥하기 위해 모임을 만든 게 아니냐는 것이다. 여기에는 울산지방경찰청이 신임 울산지검장 취임식 직후 울산 고래고기 환부사건 중간브리핑을 하며 검찰 망신주기를 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돈다.

송인택 울산지검장은 지난해 6월 22일 울산지검에 부임, 취임식을 가졌다. 울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닷새 뒤인 6월 27일 울산 고래고기 환부사건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검찰의 비협조로 사건의 실체 규명이 어려웠다”고 밝혔다. 이를 놓고 울산지역 내에서는 “황운하 청장이 신임 검사장을 겨냥해 그 같은 내용의 중간수사 결과 발표를 지시한 게 아니겠느냐”는 말이 나왔다.

울산지검의 ‘피의사실 공표죄 연구모임’

울산지검은 송 지검장 취임 직후인 지난해 8월부터 피의사실 공표죄 연구모임을 만들어 매달 민·형사 사례분석 및 법리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는 송 지검장을 비롯해 차장검사, 부장검사, 평검사가 참여하고 있다. 울산지검은 또 지난해 12월 13일 울산지방경찰청을 포함한 각 일선 경찰서와 울산시 선거관리위원회, 울산시청, 구·군청, 소방서 등 울산·양산지역 유관기관 50여곳에 “피의사실 공표시 기소 등 엄단에 처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경찰 내부에서는 황운하 청장이 떠난 울산경찰에 ‘더 이상 검찰에 대들지 말라’고 엄포를 놓은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울산지역의 한 경찰관은 “황운하 청장 이전에도, 이후에도 ‘검찰 저격수’라는 타이틀을 가진 ‘스타 경찰’이 울산에 오신 적이 없다”면서 “검찰이 (황 청장이 떠난) 지금도 공공연하게 우리에게 ‘언론과 접촉해 피의사실을 흘리면 표본 삼아 기소하겠다’는 말을 하는 이유는 결국 황 청장처럼 검사에게 덤비지 말라는 무언의 협박이 아니겠느냐”고 했다.

검찰의 수사 비협조를 강도 높게 비판했던 변동기 울산 광수대장은 현재 언론과의 인터뷰를 거부하고 있다. 변 대장은 <주간경향>의 전화통화를 거절하고 ‘수사상 변동사항이 있으면 홍보실을 통해 연락을 드리겠다’는 문자를 남겼다. 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장은 <주간경향>과의 전화통화에서 “조사받아야 할 부분이 있다면 당당히 출석해 조사를 받겠다”고 말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 논란’을 키운 울산 고래고기 환부사건은 황운하 청장과 황 검사가 모두 울산을 떠난 뒤에도 여전히 씁쓸한 뒷맛을 남기고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 역시 답보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6월 21일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을 발표했다. 이낙연 국무총리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참석한 가운데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에 서명했다. 그러나 8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검찰과 경찰 양측은 합의문 이상의 성과를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1월 12일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 내용을 담은 ‘검찰청법 일부개정법률안’과 ‘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소위에서 논의를 이어가고 있지만 양측의 입장 차만 확인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명확하게 당론으로 내놓지는 않고 있다. 일부 의원은 정부 합의안에 비판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검찰 간부가 국회의원에 보낸 문건 논란

사개특위 산하 검찰·경찰개혁소위 회의록을 살펴봐도 논의는 공회전만 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27일부터 2019년 1월 8일까지 5차례 열린 회의에서 검찰은 자치경찰제도 시행 등 검·경 수사권 조정과 함께 시행하기로 한 경찰 내부 개혁이 이뤄진 후에 수사권 조정에 대한 구체적 합의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경찰은 정부안을 적극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영장청구권 없이는 ‘검찰의 개입 없는 독립적인 수사’는 불가능하다. 청와대는 지난해 3월 검찰의 영장청구권을 삭제하는 내용의 헌법 개정안을 냈지만 현재로서는 개헌 가능성조차 불투명한 상태다.

이 와중에 현직 검찰 간부가 국회 사개특위 소속 의원들에게 ‘정부 합의안 및 사개특위 진행에 대한 각계의 우려’라는 제목의 문건을 배포해 논란을 빚고 있다. 해당 문건은 대검찰청 기조부에서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검사 개인의 일탈에 불과하다고 수습하고 나섰지만 검찰 내부에서조차 정부안에 합의한 박상기 법무부 장관에게 반기를 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1월 31일 <한국일보> 단독보도로 공개된 해당 문건에는 ‘중국 공안’, ‘나치 게슈타포’ 등 자극적인 단어들이 등장한다. A4용지 3장 분량의 해당 문건은 한 경제지 보도를 인용하며 ‘이번 수사권 조정 정부 합의문에 대해 전문가들은 한·중·일 중 가장 후진적이라고 평가받는 중국 검찰과 공안의 수사체계와 비슷하다는 염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사실상 전 과정을 공안에 무게를 두는 중국처럼 바꾸자는 것이다’라고 정부 합의문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국내 정보를 국가경찰이 독점하는 것은 그 유례가 없고, 정보기구가 수사권까지 갖는 것은 과거 나치 게슈타포와 유사합니다’라고 적시했다.

검경수사권 조정안을 놓고 검찰과 경찰이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들을 상대로 낯뜨거운 여론전을 벌이자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2월 1일 정부 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양측에 절제를 당부했다. / 연합뉴스

검경수사권 조정안을 놓고 검찰과 경찰이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들을 상대로 낯뜨거운 여론전을 벌이자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2월 1일 정부 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양측에 절제를 당부했다. / 연합뉴스

법무부 차관 “검찰 내부 논의 없이 합의안”

사개특위 의원들을 상대로 검찰과 경찰이 여론전을 벌이는 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지만 도를 넘어서는 행위라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경찰까지 ‘게슈타포라는 표현은 국가의 품격을 떨어뜨린다. 합의안대로 가면 경찰을 중국 공안으로 만든다고 하는데 중국 공안제도의 후진적 요소는 우리나라 검찰과 유사하다’는 내용의 반박문을 작성하면서 논란에 가세했다. 경찰 관계자는 “한 의원실에서 해당 문건의 존재를 알리며 경찰의 입장이 무엇이냐고 질의를 해서 그에 대한 답변을 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결국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2월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박상기 장관과 공동명의로 긴급브리핑을 열고 “우리 두 장관이 각고의 노력 끝에 발표한 수사권 조정에 관한 정부 합의문 기본정신과 취지를 전면 부인하거나 수사권 조정의 완결을 지연시키려고 하는 것은 국가기관으로서 적절한 자세가 아니다”라며 사태를 진화하고 나섰다.

그러나 검찰의 내홍은 쉽게 진정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 차관이 “정부 합의안은 검찰 내부의 합의 없이 작성된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1월 8일 제5차 사개특위 검찰·경찰개혁소위 회의록을 살펴보면 함진규 자유한국당 의원은 회의 말미에 김오수 법무부 차관을 상대로 질의를 하면서 “행안부 장관은 그래도 경찰 의견을 좀 청취를 하고 합의안에 서명하신 것 같은데, 법무부 장관은 왜 검찰 얘기를 안 들은 거냐. 부정적으로 보일까봐 안 들었느냐. 법무부 장관은 검찰 의견을 전혀 안 들었다”고 지적했다. 김 차관은 ‘차관으로 오기 전의 일’이라고 선을 그으면서 “합의가 안 이뤄졌습니다만 검찰이 완강하게 수사권 조정에 대해서 반대하는 입장이고 기류여서 제대로 의견을 수렴하지는 못한 것 같다고 그렇게 알고 있다”고 답변했다. 검찰은 원하지 않는 수사권 조정인데 정부가 밀어붙여서 법무부 장관이 합의안에 서명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정치권 안팎이나 학계에서는 검·경 수사권 조정 및 공수처 설치는 문재인 정권에서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미 여·야 모두 선거국면에 접어든 데다 정부 역시 김경수 경남지사·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법정구속 등으로 떨어진 지지율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결국 경제 살리기에 올인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태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전화통화에서 “정부가 아무리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안을 마련해도 법 개정이 이뤄져야 실효성이 있는데 국회가 움직이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가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은 없어 보인다”면서 “검·경 수사권 조정 및 공수처 논의는 실기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 교수는 이어 “여당 역시 자유한국당 외의 야당 의원들을 포섭하려는 노력을 일찌감치 했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은 게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경찰은 왜 검사를 수사할 수 없나

#1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2012년 11월 국내 최대의 유사수신 사기범 조희팔의 측근으로부터 2억7000만원 등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김광준 전 부장검사에 대한 내사를 벌였다. 경찰은 일부 혐의점이 확인되자 검찰에 김 부장검사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다. 검찰은 영장을 기각했다. 이어 특임검사를 임명, 경찰이 그동안 진행해온 수사기록을 가져갔다. 김 전 부장검사는 징역 7년의 확정판결을 받고 복역 중이다.

#2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2013년 6월 수도권 인근 별장에서 건설업자 윤모씨로부터 성접대 등 불법로비를 받은 혐의를 포착,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수사를 벌였다. 김 전 차관은 그러나 두 차례에 걸친 경찰청 출석요구에 불응하고 대신 맹장수술로 20일간 입원이 필요하다는 진단서를 제출했다. 경찰은 김 전 차관에 대한 체포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은 기각했다. 또 공소시효가 지난 성접대를 제외하고 특수강간 혐의를 적용, 불구속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송치했지만 검찰은 무혐의 종결처리했다.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5년이 지난 2018년 11월에서야 김 전 차관에 대한 ‘별장 성접대 사건’ 재수사 입장을 밝혔다.

범죄혐의를 받고 있는 현직 검사가 경찰에 직접 출석해 조사를 받은 것은 검·경 역사상 단 한 차례밖에 없다. 2012년 12월 ‘검찰사건수사시스템’을 통해 ‘성추문 검사 사건(자신이 수사하는 사건의 여성 피의자와 검사실과 모텔 등지에서 두 차례 성관계를 맺은 사건. 이후 징역 2년 확정판결 받음)’에 연루된 여성의 얼굴사진을 조회한 뒤 동료검사 및 검찰 실무관에게 전송한 검사 등 검찰 직원들을 소환조사한 게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이 역시 검사가 검사와 해당 여성을 상대로 저지른 범죄에 해당하기 때문에 경찰 수사가 가능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은 기소의견으로 사건을 송치했지만 검찰은 이들을 재판에 넘기지 않고, 약식명령으로 벌금형을 내렸다. 2014년 8월 길거리에서 음란행위를 하다 걸린 제주지검장조차 경찰의 출석통보에 불응, 단 한 차례의 경찰 조사도 받지 않았다. 관련 CCTV(폐쇄회로TV) 등 증거와 피해자 진술을 확보하고도 검찰은 치료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검찰의 ‘제식구 감싸기식’ 수사 지휘는 매번 검·경 수사권 조정의 불씨를 키웠다. ‘경찰은 검사를 비롯한 고위공직자를 수사할 수 없다’는 공식은 매번 깨지지 않았다. 검찰을 제외하고 검사를 수사할 수 있는 유일한 기관인 경찰조차 검사에 대한 수사는 ‘정당한 법 집행’이 아닌 검찰에 대한 도전 정도로 치부됐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시절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수처 설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줄곧 피력해 왔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의지와 달리 공수처 설치 논의는 허공을 맴돌고 있다. 공수처는 기본적으로 검찰이 갖고 있는 절대권력(수사개시권·수사지휘권·수사종결권)을 견제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 검사를 비롯한 고위공직자 및 그 친인척들이 ‘권력’을 이용해 수사를 방해하는 일을 막겠다는 게 기본 목표다.

문제는 공수처 설치 관련 법안이 20대 국회에서도 임기만료 폐기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15대 국회에서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 신설 내용을 담은 ‘부패방지법안’을 최초로 발의했지만 철회됐고, 16대 국회 역시 발의된 법안이 전부 임기만료 폐기됐다. 17대 국회에서는 오히려 정부의 공직부패수사처 설치 논의에 반대해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 신설 추진 백지화 촉구 결의안’이 제출되기도 했다. 18대 국회 역시 3건의 공수처 설치 관련 법안이 발의됐으나 전부 임기만료 폐기됐다. 19대 국회 역시 4건의 관련 법안이 전부 임기만료 폐기됐다.

20대 국회에서 고 노회찬 정의당 의원을 비롯해 박범계 더불어민주당·이용주 바른미래당 의원, 양승조 충남지사(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지만 발의된 지 3년이 되도록 본회의 심의절차조차 밟지 못하고 있다.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수사처의 소속 및 독립성, 적용범죄의 범위 및 수사처의 구성, 기소법정주의 및 재정신청 등 7가지 항목을 들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정치권 내에서는 법안소위심사도 통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당론으로 공수처 설치를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당이 주장하는 반대이유는 ‘옥상옥(屋上屋)’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한국당은 고위공직자와 그 친인척에 대한 수사를 한다는 것 외에 검찰의 기능과 동일한 기능을 하는 기구를 굳이 설치할 이유가 없고, 예산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공수처 법안이 본회의에 회부되기 위해서는 우선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해야 하지만 여야 전원합의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국회선진화법’으로 직권상정도 불가능하다.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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