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감 중인 양진호, 여전히 건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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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중경영으로 영향력 행사… 찍힌 직원들 해고당하거나 권고사직 시달려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이 체포된 지 3개월이 지났다. 사건이 불거지자 양 회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일체의 직에서 즉시 물러나 회사 운영에서 손을 떼고 향후 임직원에게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어떠한 직분에도 나아가지 않겠다”고 썼다. 하지만 양 회장이 수감돼 있는 현재도 그가 건재하다는 방증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지난해 11월 7일 경찰에 체포된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이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해 11월 7일 경찰에 체포된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이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 연합뉴스

먼저 ‘옥중경영’ 의혹이다. 현재 위디스크와 파일노리 등을 계열사로 둔 한국인터넷기술원(이하 기술원)의 대표이사는 임모씨다. 하지만 임모씨는 자신의 입으로 “나는 직위해제 상태”라고 말할 정도로 아무런 권한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 대신 지난해 12월 갑자기 외부에서 들어온 김모 대표이사가 모든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게다가 김씨는 등기에 등록조차 되지 않은 직함뿐인 대표이사다. 등기에 등록되려면 주주총회가 열려야 하는데 그 과정이 없었다. 직함뿐인 대표이사가 모든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은 양 회장이 기술원 최대주주이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양씨가 회장으로 있는 한국미래기술도 기술원이 100% 소유하고 있다.

부인을 부사장으로 임명

기술원 부사장에는 양 회장의 부인이 임명됐다. 양 회장은 구속 직전 동거인 이모씨와 혼인신고를 했고 직후 이씨는 부사장이 됐다. 회사 안팎에서는 이씨가 양 회장을 면회한 다음, 김 대표이사에게 양 회장의 뜻을 전달하면 그대로 실행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김 대표이사는 전체 직원교육에서 “양 회장의 공백은 없다”고 말했다. 이 역시 양 회장 뜻대로 회사가 경영되고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양 회장의 첫 공판을 앞둔 지난 1월 16일에는 회사 통장에서 부인 이씨의 통장으로 10억원이 이체됐다. 회사 관계자들은 이 돈이 양 회장의 변호사 비용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이전에도 여러 법인계좌를 통해 변호사 비용이 지불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10억원이 단순히 이씨에게 제공된 것인지, 아니면 이씨가 담보 등을 설정한 다음 회사로부터 적법하게 돈을 빌린 것인지 확인 중이다.

옥중경영과 동시에 ‘눈엣가시’인 직원들에게는 불이익이 가해지고 있다. 공익신고자는 신분이 드러난 이후 법무팀 이사에서 직위해제됐고 현재 대기발령 상태다. 법인카드와 법인차량, 회사가 제공한 오피스텔에 대해서도 반납 및 퇴거 명령을 받았다. 공익신고자는 “보복성 인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재 국가권익위원회가 공익신고자보호법에 따라 이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

양 회장에게 불리한 진술을 한 임원 2명은 지난해 12월 31일 해고됐다. 이들은 회사로부터 “너 진술조서 다 보니까 제대로 잘해라”, “이 조직, 한 울타리에서 같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나?”, “왜 회사가 정해준 변호사 안 쓰고 개인 변호사를 썼느냐” 등의 발언을 들었다. 해고 사유는 직무지시 불이행, 직장 내 질서 훼손, 근무의지 결여 등이다.

해고되지 않은 직원들은 권고사직에 시달리고 있다. 한 직원은 “이유도 알려주지 않고 권고사직을 하라고 한다”고 전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있는 회사 사무실을 경기 화성시 동탄으로 옮기는 것을 두고도 직원들을 관두게 하려는 속셈이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이들이 회사에 계속 남아있을 경우,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벌써 양진호 출소 이후가 걱정

또 웹하드 운영팀 직원들은 다수가 ‘피의자’ 신분이기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회사에 다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 회장 등 임원들이 웹하드에 불법영상을 올리고 ‘헤비업로더’를 관리했는데, 운영팀 직원 대다수가 이를 방조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어 변호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회사를 그만둘 경우 개인 변호사를 구해야 하는데 보통의 직원 여건으로는 쉽지 않다. 하지만 이들은 “회사 변호사가 과연 양 회장이 아닌 직원들을 위한 변호를 해줄까”라는 의구심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양 회장의 불법행위가 추가로 드러나고 있다.

먼저 전 부인과의 이혼소송 과정에서의 위법행위다. 양 회장은 전 부인 박모씨가 한 대학교수와 불륜관계라며 해당 교수를 사무실로 불러 폭행하고 박씨에게도 폭행을 일삼았다. 최근에는 양 회장이 이혼과정에서 전 부인의 형부를 살해하려 했다는 ‘살인예비음모’ 혐의가 추가됐다. 이들은 2016년 이혼소송을 진행했는데 결과는 박씨의 ‘완패’였다. 박씨는 아이들에 대한 친권 및 양육권은 물론이고 위자료도 받지 못했다. 여기에는 직원들의 진술서와 사실확인서 등이 근거로 작용했는데 이번 수사과정에서 이들 상당수가 허위였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한 직원은 자신의 이름으로 진술서가 제출됐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박씨의 휴대전화를 도청한 것과 관련해 사실확인서를 쓰고 경찰 조사에서도 허위진술을 한 또 다른 직원은 “회사에서 별 문제가 없을 거라고 해서 시키는 대로 했다”고 말했다.

공소장에 적시된 특수강간 역시 수사과정에서 추가된 혐의다. 피해자는 몇 년이 지난 지금도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고 모든 조사를 가명으로 받고 있다. 현재 이 피해자에 대해서는 변호인단이 꾸려진 상황이고, 양 회장의 7가지 혐의 중에서도 특수강간 관련 재판은 비공개로 진행될 예정이다. 한 변호사는 “특수강간은 중대한 범죄이고 형량이 높기 때문에 양 회장 처벌에 핵심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익신고자, 전·현직 직원들, 폭행을 당한 교수와 전 부인 박씨, 성폭력 피해자 등은 벌써부터 양 회장 출소 이후를 걱정하고 있다. 실제 양 회장은 측근들에게 “몇 년만 있다가 나갈 것”이라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직 직원은 “우리끼리 모이면 ‘누가 먼저 칼 맞을까’ 이런 농담이 오간다”고 말했다. 성폭력 피해자는 양 회장이 석방된 이후, 자신과 가족에게 보복을 하지나 않을까 두려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익신고자는 “이번에 양 회장의 불법행위들을 샅샅이 찾아 제대로 형을 살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양 회장이 가지고 있는 돈에 대해서도 ‘범죄수익금’ 차원에서 추징하거나 벌금을 세게 물려야 한다”며 “양 회장이 출소 직후 보복을 한다면 돈으로 사주하거나 소송을 걸어 파탄시키는 방법을 쓸 것”이라고 말했다.

<이하늬 기자 han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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