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이 특별한 한국 스포츠의 에이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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퀄리파잉오퍼를 수락하고 FA ‘재도전’에 나선 류현진. 18세의 나이에 프리메라리가를 휘젓고 있는 이강인. 부상 이후 추춤한 정현. 한국 수영의 간판 김서영과 안세현. 이들에게 2019년은 매우 중요한 한 해다.

류현진(32·LA 다저스)은 2018년 15경기에 선발 등판해 7승3패, 평균자책점 1.97을 기록했다. 허벅지 부상으로 두 달 이상 쉬지 않았다면 완벽할 수 있었던 시즌이었다. 애틀랜타와의 디비전시리즈 1차전에 선발로 나섰다. 클레이튼 커쇼를 제치고 에이스를 뜻하는 1차전 선발로 결정됐다. 그만큼 류현진의 ‘배짱 투구’가 인정받았다는 뜻이었다.

사진위부터 LA다저스 류현진·정현·이강인(발렌시아) 선수 / 경향자료 사진

사진위부터 LA다저스 류현진·정현·이강인(발렌시아) 선수 / 경향자료 사진

‘배짱 투구’는 실제 시즌 막판에 더욱 빛났다. 류현진은 시즌 막판 팀 순위싸움의 고비가 됐던 세 차례 선발 등판에서 완벽한 투구를 했다. 2018년 9월 18일 콜로라도전(7이닝 무실점), 24일 샌디에이고전(6이닝 무실점), 29일 샌프란시스코전(6이닝 1실점)에서 모두 승리투수가 됐다. 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승부처마다 승리투수가 된 류현진을 ‘빅게임 피처’라고 불렀다.

류현진은 그 배짱을, ‘빅게임 피처’다운 배짱을 시즌이 끝난 뒤에도 발휘했다. 류현진은 2013년 메이저리그 진출 때 다저스와 맺은 6년 3600만 달러 계약이 끝났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었다. 다저스는 류현진이 다른 팀과 계약할 경우 ‘보상’을 받기 위해 퀄리파잉오퍼(1년 1790만 달러)를 제안했다. 류현진은 장고 끝에 마감 직전 이를 수락했다.

퀄리파잉오퍼 제도가 생긴 2012년 이후 이를 수락한 선수는 겨우 5명이었다. 수락하면 1년 뒤 다시 FA가 된다. 앞선 5명 모두 1년 뒤 FA ‘재도전’에서 썩 재미를 보지 못했다. 일부는 가치가 추락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류현진은 이를 받아들였다. ‘빅게임 피처’다운 ‘배짱 베팅’이다.

류현진의 평균자책점 1.97은 2018시즌 80이닝 이상 던진 투수 중 4위에 해당한다. 투구 능력은 확실하지만 문제는 ‘건강’이다. 어깨, 팔꿈치 수술로 2015~2016시즌을 통째로 쉬었다. 2018년도 허벅지 부상으로 두 달을 뛰지 못했다. 만약 2019시즌 내내 건강한 모습으로 호투해 ‘풀타임 투수’임를 증명한다면 FA 시장의 가치는 폭등한다. 2019시즌은 류현진의 야구인생을 결정짓는 해다. 건강 증명을 위해 김용일 전 LG 트레이닝 코치를 개인 코치로 고용했다. 류현진의 스프링캠프는 2월 14일 시작된다.

축구 신동 이강인, 한국 축구 기대주로

이강인(18·발렌시아)의 별명은 ‘슛돌이’다. 2007년 KBS에서 방영된 축구 예능 ‘날아라 슛돌이’에 출연했다. 그때 나이 겨우 여섯 살. TV 프로그램에서 감독을 맡았던 유상철 전 감독과 골 포스트 맞히기 내기를 했는데 이강인이 이겼다. 말 그대로 ‘축구 신동’이었다. 곧바로 인천 유나이티드 유소년팀에 합류했다. 12세 이하 팀에 6살짜리가 입단해서 함께 뛰었다는 것만으로도 ‘신동’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린다. 10살이던 2011년 해외진출에 성공했다. 스페인에 가서 비야레알, 발렌시아 등 프로팀의 입단 테스트를 받았고, 7월 발렌시아의 유소년팀 입단이 확정됐다.

다른 팀들도 이강인을 주목했다. 바르셀로나, 바이에른 뮌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 명문 구단이 이강인을 자신들의 유소년 팀에 데려가기 위해 경쟁 중이라는 소식도 전해졌다. 맨체스터시티, 아스날은 적극적으로 영입 가능성을 타진했다. 레알 마드리드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러자 발렌시아는 2017년 2월 이강인과 2년 계약을 했고, 지난해 7월에는 2022년까지 계약을 연장했다. 이때 발렌시아가 내건 조건이 바이아웃 금액 8000만 유로(약 1026억원)였다. 구단 동의 없이 이강인을 데려가려면 발렌시아에 이만큼의 돈을 내야 한다는 뜻이다. 연장 계약조건은 이강인이 1군 무대에서 뛰는 것. 이강인은 지난해 7월 24일 1군 무대에 데뷔했고 10월 31일에는 컵 대회 1군 경기에 나섰다. 발렌시아 최초 아시아 출신 선수였고, 발렌시아에서 데뷔한 최연소 외국인 선수였다. 유럽 축구 한국인 선수 최연소 데뷔 기록도 세웠다.

이강인에게 2019년은 더욱 특별한 해다. 18세의 나이에 프리메라리가를 휘젓고 있는 이강인은 올해 활약을 계기로 앞으로의 기대감을 현실로 바꿀 수 있다. 한국 축구대표팀에 부족한, 공을 키핑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2~3명을 돌파할 수 있는 발기술도 갖췄다. 동료를 활용하는 지능적인 패스 플레이도 강점이다. 골 결정력을 갖춘 손흥민과 이강인의 콤비 플레이는 곧 A대표팀을 찾아올 환상 조합이다. 이를 위해 이강인이 자신의 능력을 증명해야 하는 기회가 5월 다가온다. 폴란드에서 열리는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때 이강인은 태극마크를 달고 뛴다. 한국의 ‘음바페’로 이름을 떨칠 수 있다.

정현(23·한국체대)의 2018년은 화려했다. 첫 메이저대회인 지난해 1월 호주오픈에서 4강에 오르는 기적을 만들었다. 8강에서 전 세계랭킹 1위 노바크 조코비치를 꺾었고, 4강에서는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와 당당하게 맞붙었다. 발바닥 물집이 심해지는 바람에 기권했지만 정현은 자신의 이름을 국내 스포츠팬들에게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호주오픈 4강’ 덕분에 세계랭킹도 치솟았다. 정현의 2018시즌 최고 랭킹은 19위였다. 한국 테니스 선수 중 세계랭킹 20위 안에 든 것은 정현이 처음이다.

하지만 호주오픈 이후 성적은 썩 좋지 않았다. 5월 초부터 발목 부상으로 투어에 나서지 못했고 결국 윔블던 대회도 포기했다. US오픈에서는 2라운드에서 멈췄다. 2019시즌은 정현에게 매우 특별한 한 해가 된다. 2018년 호주오픈 4강이 반짝 행운의 결과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백핸드와 코트를 넓게 쓰는 활동력을 가진 만큼 날카로운 서브 능력을 더한다면 꾸준한 성적을 낼 수 있는 선수임을 증명할 수 있다.

세계선수권 메달 노리는 여자 수영

김서영(25·경북도청)과 안세현(24·SK텔레콤)의 2019년은 각자에게뿐만 아니라 한국 수영에도 중요한 한 해다. 박태환 이후 한국 수영의 기대감을 이어가는 간판이다. 김서영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여자 개인혼영 200m 금메달, 400m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초반 레이스에서 강하게 치고 나간 뒤 후반 레이스를 버텨냈다. 라이벌인 일본의 오하시 유이를 제치고 따낸 금메달이었다. 오하시는 레이스가 끝난 뒤 2위임을 확인하고 눈물을 흘리며 수영장을 빠져나갔다. 김서영은 기록 단축 페이스가 무서울 정도다. 2017년 2분10초대로 한국신기록을 세우더니 아시안게임에서 2분8초34에 골인했다. 더 나은 기록이 기대되는 이유다.

안세현은 접영이 주종목이다. 아시안게임에서는 접영 100m에서 동메달을 땄다. 앞서 2017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57초07의 한국신기록을 세웠다. 이 기록은 2017년 전체 6위에 해당하는 호성적이었다. 기복이 있었지만, 성장 가능성은 더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오는 7월 광주에서 세계수영선수권대회가 열린다. 세계수영선수권대회의 국내 개최는 처음이다. 2007년 박태환이 멜버른 대회 자유형 400m 금메달로 꿈을 안겼듯, 김서영과 안세현이 세계무대에서의 가능성을 보여준다면 더 많은 선수들이 더 높은 꿈을 꿀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용균 스포츠부 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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