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직업-지금까지 이런 조폭 코미디 장르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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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직업>이 과거 ‘조폭 코미디’ 작품들과 차별되는 지점은 보다 재기 넘치면서도 재미와 유치함 사이의 위태로운 경계에서 균형을 잃지 않는다는 점이다.

제목 극한직업

제작연도 2019년

제작국 한국

러닝타임 111분

장르 코미디/ 액션

감독 이병헌

출연 류승룡, 이하늬, 진선규, 이동휘, 공명

개봉 2019년 1월 23일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어바웃필름

어바웃필름

결국 해산위기에 처한 마약반 5인방. 이렇다 할 성과도 없이 사고만 내고 다녀 경찰서 내에서도 눈 밖에 났다. 때마침 국제 범죄조직의 국내 마약 밀반입 정보를 입수하게 된 팀의 대장 고 반장(류승룡 분)은 이번이 마지막 기회란 각오로 부하들과 잠복근무에 돌입한다. 하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이렇다 할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는다. 조직원들의 사무실 길 건너편 치킨집에서 잠복하며 시간만 보내고 있는 형사들의 사기는 점점 떨어져만 간다. 그러던 어느 날 치킨집 사장이 파리만 날리는 가게를 접기로 했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전해온다. 하필이면 그제야 조직의 두목 이무배(신하균 분)의 움직임이 감지된다. 오랜 시간 공들여온 기회를 놓칠 수는 없다. 마약반 형사들은 갈등 끝에 차라리 가게를 인수해서라도 수사를 종결하기로 한다. 하지만 이게 웬일? 거친 외모와 다르게 집안의 섬세한 미각을 물려받은 마 형사(진선규 분)의 출중한 요리실력 덕에 치킨 집은 손님이 늘기 시작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가게 앞에는 몰려든 손님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급기야 세상에 없던 맛집으로 방송의 주목을 받으며 전국적인 유명세까지 얻게 된다. 이제 마약반 5인방의 수사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방향으로 흘러가게 된다.

능청스런 코믹 연기와 연출의 앙상블

다수의 흥행작 각본 작업과 <스물>(2014), <바람 바람 바람>(2018) 등 장편영화 연출을 통해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이병헌 감독은 특별히 코미디 장르에 일관된 애정을 보여왔다. 이번 작품 역시 외형적으로는 범죄수사물이지만 액션이나 서스펜스보다는 코미디에 중점을 둔 만큼 그의 남다른 감각은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 적재적소에 적절히 배치된 희극적 요소들이 작품 전체를 지루하지 않게 이끌고, 심지어는 빈번히 발견되는 논리적 결함과 빈틈까지도 잊게 만든다.

기본적으론 각본과 연출의 몫도 무시할 수 없겠지만 코미디 장르의 특성상 배우들이 지닌 재능이 작품의 성패에 더 큰 요소가 될 수밖에 없다. 한동안 이렇다 할 결과나 인상을 남기지 못했던 류승룡은 모처럼 희극배우로의 감각을 제대로 발휘하고 있어 보인다. 다른 출연배우들과의 호흡도 나쁘지 않지만 특별히 아내 역을 맡은 김지영과 만들어내는 부부관계의 코믹한 상황들은 유난히 도드라진 재미를 이끌어낸다. <범죄도시>에서 보여준 악역 액션배우의 이미지가 강했던 진선규는 이전의 선 굵은 이미지와는 다르게 헐렁하다 못해 귀엽기까지 한 모습으로 관객들에게 다가선다. 더불어 이들과 호흡을 맞춘 이하늬, 이동휘, 공명 등도 최소한 자신들이 책임져야 할 몫을 충분히 감당해낸다. 작품의 전반을 압도하는 이들의 능청스런 연기와 팀워크는 관객들에게 환영받을 공산이 충분해 보인다.

잊고 있던 ‘조폭 코미디’ 장르의 기시감

흥미로운 지점은 영화가 끝난 후 남는 뒷맛이다. 과거 한국영화시장을 장악했던 ‘조폭 코미디’를 연상시킨다. <조폭마누라>(2001), <두사부일체>(2001), <달마야 놀

자>(2001) 등으로 대표되는 일련의 작품들이 크게 성공하면서 2000년대 전후 한국영화계를 장악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조폭 코미디 장르는 비평가들의 일관된 혹평에도 불구하고 대중에게는 열렬히 환영받은 장르였다. 다시 말해 작품의 완성도나 주제보다는 관객들의 취향과 요구가 무엇인지에 철저히 집중했다는 얘기다. 늘 그렇듯 뒤이어 넘쳐난 속편과 아류작들의 자기복제는 치명적인 독이 되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장르 자체의 몰락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이후 꽤 오랜 시간이 지났고 최근의 주목받은 한국 영화들이 공통적으로 취하고 있는 진중한 주제의식이나 냉소적 분위기에 관객들이 질릴 때가 된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극한직업> 속에서는 과거 조폭 코미디 장르에서 일관되게 발견되던 전형성 또는 공식이 그대로 발견되고 있기도 하다. 코미디와 액션을 적절히 안배해 러닝타임을 채우는 구성이나 시종일관 과장된 캐릭터들의 갈등이나 관계가 그렇다. 종장에 이르러 등장했던 모든 인물들이 총출동해 하나로 뒤엉켜 난장판을 벌이는 소란스런 피날레 역시 재연된다. 이는 조폭 코미디에서 ‘인장’과도 같은 필수장면이기도 하다. 하지만 <극한직업>이 과거 작품들과 차별되는 지점은 보다 재기 넘치면서도 재미와 유치함 사이의 위태로운 경계에서 균형을 잃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랜만에 경험할 수 있는 통속적 오락영화의 기시감이 요즘 관객들에게도 환영받는 요소로 재확인될지 조심스레 지켜보게 된다.

어디서 본 듯한 ‘우라까이’ 느낌

[시네프리뷰]극한직업-지금까지 이런 조폭 코미디 장르는 없었다

최근 한국영화계에서 빈번하게 사용되는 단어 중 하나가 ‘우라까이’다. ‘베끼다’란 의미로 쓰이는 일본식 은어인데 실제로 일본어에는 없는 단어라고 한다. 까놓고 말해 ‘표절’이란 말의 죄책감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 대체해 쓰는 것이라 이해해도 틀리진 않다. 인터넷에서 우라까이란 말의 어원을 찾으면 언론계나 패션계에서 사용된 단어라는 정보들이 주를 이룬다. 하지만 근래 들어서 영화계만큼 이 단어를 공공연하고 요긴하게 사용하는 곳이 더 있을까 싶기도 하다.

영화 <극한직업> 역시 줄거리가 발표되자마자 우라까이에 대한 다양한 의심을 받았다. 대표적으로 비교언급되는 영화는 우디 앨런 감독의 2000년작 <스몰 타임 크룩스(Small Time Crooks·사진)>. 신분상승을 꿈꾸는 부부가 은행을 털기 위해 은행 옆 건물에 쿠키가게를 차리는데 거사는 계획대로 되지 않고 되레 쿠키 장사가 대박나면서 계획에 차질이 생긴다는 내용을 그린다. 하지만 이 작품도 원래는 1942년 로이드 베이컨 감독이 연출한 범죄 코미디 <절도 주식회사>(Larceny, Inc.)의 아이디어를 차용한 리메이크 영화였다.

국내 개그프로 <코미디 빅리그>의 다양한 코너들 중에서 2017년 즈음 잠시 방송됐던 ‘잠입수사’ 에피소드는 수사를 위해 범인이 출몰하는 업소에 위장 취업한 형사들을 등장시켰다. 매번 국밥집, 중국집, 극장 등 다양한 업종이 등장하는데 힘든 노동에 고생하다보니 정작 수사는 뒷전일 수밖에 없는 형사들의 애끓는 하소연과 소동을 코믹하게 그린 것이 웃음의 포인트였다. 진실 여부를 떠나 당분간 한국영화를 볼 때 어디서 본 듯한 느낌을 경험하는 일은 더욱 빈번해질 것으로 보인다.

<최원균 무비가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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