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택시업계 ‘카풀 치킨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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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대타협 기구’ 출범 난항… 택시업계 대규모 집회

카카오의 ‘카풀(Carpool·승차 공유)’ 도입 여부를 두고 정부·더불어민주당과 택시업계가 ‘치킨게임’을 벌이는 양상이다. ‘힘 겨루기’는 카풀 도입을 논의하기 위한 ‘사회적 대타협 기구’의 출범 전부터 팽팽하다. 누가 유리한 고지에서 본협상을 시작하느냐와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만약 대타협 기구가 끝내 파행된다면, 택시업계는 ‘카풀 금지 법안’ 통과에 힘을 쏟을 것이다. 반면, 카카오는 정식 서비스 출시를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전국택시노조 등 택시 4개 단체 회원들 주최로 지난해 12월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카카오 카풀 반대 3차 집회’에서 집회 참가자들이 더불어민주당 택시·카풀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을 맡고 있는 전현희 의원이 소개되자, 야유를 하고 있다. / 권도현 기자

전국택시노조 등 택시 4개 단체 회원들 주최로 지난해 12월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카카오 카풀 반대 3차 집회’에서 집회 참가자들이 더불어민주당 택시·카풀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을 맡고 있는 전현희 의원이 소개되자, 야유를 하고 있다. / 권도현 기자

지난해 12월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의 한 식당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사회적 대타협 기구 출범을 위한 간담회는 무산됐다. 택시업계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운영하고 있는 카풀 시범서비스를 중단하지 않는다면 논의에 참여하지 않겠다”며 강경입장을 고수했다. 택시업계는 “대타협 기구가 카풀 도입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참여할 수 없다”고 했다.

택시업계 주장대로 정부·여당은 카풀 도입을 중단시킬 방법이 없다고 본다. 더불어민주당 택시·카풀 태스크포스(TF) 전현희 위원장은 “2015년부터 법에 따라 카풀 알선 영업과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이 시작됐고 현재 논의의 출발점은 여기다”며 “이미 시행하고 있는 걸 정부가 중단하라고 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고 말했다.

앞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도 택시업계에 ‘우버 시스템’을 도입하는 방안을 제안하며 “IT 기반 플랫폼 서비스라는 세계적인 흐름과 담을 쌓을 수는 없다”고 했다. 카카오모빌리티 측도 “카풀 시범서비스 중단은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여당 택시 월급제 시행 방안 제시

택시업계 입장에서는 ‘기울어진 운동장’인 셈이다. 택시업계는 12월 20일 여의도에서 벌였던 대규모 3차 집회에 이어, 4·5차 집회도 계획하고 있다. 강신표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위원장은 “대타협 기구에 야권 교섭단체나 카풀 관련법안 발의자를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택시업계가 원하는 방향으로 타협안이 나오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국회에 자신들의 편을 더 만들어 놓겠다는 전략이다. 정부와 여당은 1월 중에 대타협 기구를 운영하고 2월 임시국회 때 관련 법안을 통과시킨다는 구상을 가지고 있다.

사회적 대타협 기구가 열리면, 논의는 생각보다 수월하게 진행될 것으로 국회 안팎에서는 보고 있다. 앞서 국토부와 민주당의 TF가 내놨던 방안을 두고 ‘밀고 당기는’ 식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핵심은 카풀 도입으로 택시업계가 입게 될 피해를 정부가 얼마만큼 막아주느냐다. 정부와 여당은 법인택시의 사납금을 폐지해 월급제를 시행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김 장관은 “2000년 택시의 하루 운송수입은 9만6000원에서 2016년 15만4000원으로 60%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택시기사가 내야 하는 사납금은 7만4000원에서 13만3000원으로 80% 증가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택시는 하루 12시간 일하면서 215만원 정도 수입을 올리는 열악한 상황인데, 일한 시간만큼 최저임금 수준이라도 보장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며 월급제 도입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정부는 택시법인들이 월급제를 시행할 만한 여력이 된다고 보고 있다. 월급제 시행에 굳이 정부 예산을 쓸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이에 대한 택시업계의 속내는 다르다. 월급제 시행은 택시기사들이 반길 만한 정책이다. 반면 이익이 줄어드는 택시회사는 극력 반대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카풀 서비스 앱 화면 / 카카오 제공

카카오모빌리티의 카풀 서비스 앱 화면 / 카카오 제공

개인택시에는 시세보다 낮은 감차보상금을 올리고, 원할 경우 일시불이 아닌 연금 형식으로 지급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여기엔 ‘정부 돈’이 들어간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택시 감차금 예산과 카카오 측이 택시업계에 내겠다고 밝힌 ‘상생기금’이 여기에 쓰일 가능성이 있다. 카카오는 지난해 7월 말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과 복지재단 설립기금을 출연하겠다는 합의서를 작성한 바 있다. 카카오 측은 금액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택시업계는 100억원대라고 주장하고 있다.

여론 지지 여부 따라 속도 결정될 듯

대신 정부는 택시업계가 돈을 더 벌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준다는 방침이다. 예를 들어, 택시 수요가 몰리는 밤 시간대에 승객이 동의할 경우, 8인승 이상의 대형택시에 합승을 허용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또 출퇴근 등 특정 시간대별로 운임요금을 더 받을 수 있게 하는 방안도 논의된다. 하지만 불편이 늘게 될 시민들은 이 정책에 벌써부터 반발하고 있다.

카풀의 운영방식에 대한 논의는 ‘정부 지원책’보다는 쉽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카풀 서비스 시범운영 기간을 1년으로 하느냐, 그 이상으로 하느냐가 논의된다. 또 카풀 운영을 ‘출퇴근 시간’으로 하느냐 ‘하루 2회 운영’으로 하느냐를 놓고 줄다리기를 벌인다.

현재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은 출퇴근을 목적으로 승용차를 유상운송(카풀)하는 것은 예외조항으로 허용하고 있다. 문진국 자유한국당 의원 등 10명의 의원은 ‘출퇴근 시간’을 오전 7~9시, 오후 6~8시로 규정하자는 법안을 2017년 12월 발의해 놨다. 대타협 기구에서의 논의도 이 틀 안에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 측은 이에 대해 비교적 유연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만약 끝내 택시업계가 대타협 기구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혹은 대타협 기구에서 서로가 만족할 만한 답을 얻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

택시업계는 카풀을 전면 금지하자는 법안 통과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민주평화당 황주홍 의원 등 10명은 2017년 11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의 예외조항을 삭제하자는 법안을 발의했다. 반면 카카오 측은 사회적 합의를 위한 노력을 기울였고 법적인 문제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정식 서비스 출시를 강행할 가능성이 크다. 국회의 한 관계자는 “서로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결국 여론이 택시업계를 지지하느냐, 카카오를 지지하느냐에 따라 카풀 도입의 속도와 방향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곽희양 산업부 기자 huiy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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