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2019년 ‘빅 이벤트’ 왕위 계승, 선거, 개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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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민당으로선 올해가 12년에 한 번, 통일지방선거(4년마다 실시)와 참의원 선거(3년마다 실시)가 겹치는 돼지해라는 점이 껄끄럽다. 돼지해 선거에서 자민당은 매번 고전을 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해 10월 14일 사이타마현 육상자위대 아사카 훈련장에서 열린 자위대 사열식에 참석하고 있다. /아사카/AP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해 10월 14일 사이타마현 육상자위대 아사카 훈련장에서 열린 자위대 사열식에 참석하고 있다. /아사카/AP연합뉴스

‘돼지의 해’인 2019년 일본에선 ‘빅 이벤트’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가장 상징적인 행사는 ‘다이가와리(代替り)’로 불리는 왕위 계승이다. 오는 4월30일 아키히토(明仁) 일왕이 퇴위하고 다음 날인 5월 1일엔 나루히토(德仁) 왕세자가 새 일왕으로 즉위한다. 일본 국민들에겐 ‘헤이세이(平成·현 일왕의 연호)’가 31년으로 막을 내리고, 새 연호가 시작되는 적지 않은 의미를 지니는 행사다.

대형 국제행사도 잇달아 열린다. 6월 28일엔 오사카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9월 20일엔 럭비 월드컵이 열린다. 모두 일본에서 처음 개최되는 행사다.

2차 내각 출범 7년차에 접어든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에게도 2019년은 각별한 해다. 그는 이변이 없는 한 오는 11월 역대 ‘최장수 총리’에 등극하게 된다. 자신의 숙원인 평화헌법 개정을 위한 승부수를 올해 안에 던져야 한다. ‘정치적 유산’으로 남기기 위해 북방영토(쿠릴 4개섬) 문제 해결도 노리고 있다.

G20 회의, 럭비 월드컵 등 대형 행사도

아베 총리는 새 헌법의 2020년 시행을 목표로 개헌 드라이브를 걸어왔다. 자민당은 전쟁 포기와 전력 불보유를 규정한 헌법 9조에 자위대의 설치 근거를 두는 개헌안을 마련한 상태다. 개헌은 ‘개헌안 국회 제출→개헌 발의(중·참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 국민투표 실시(과반수 찬성)→새 헌법 시행’의 절차를 거친다. 개정 헌법의 2020년 시행을 위해선 적어도 올해 안에 국회 개헌 발의를 위한 논의를 진전시켜야 한다.

아베 총리는 또 ‘전후(2차 세계대전 이후) 외교의 총결산’을 내걸고 러시아와 북방영토 반환 협상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 시코탄·하보마이 섬을 일본에 인도하는 내용을 담은 1956년 소·일 공동선언에 기초해 평화조약 협상을 가속하기로 합의했다. 오는 21일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러·일 정상회담에서 북방영토 반환의 돌파구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다만 최근 지지율 하락으로 국내 여론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푸틴 대통령이 2개 섬 인도에 선뜻 동의할지는 미지수다.

오는 10월로 예정된 소비세 인상(8%→10%)도 중요한 이슈다. 소비세 인상이 개인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경우, 경기회복으로 장기집권을 누려온 아베 정권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최근 불확실성을 더해가는 세계 경제 상황도 소비세 인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아키히토 일왕(오른쪽)과 나루히토 왕세자가 1월 2일 도쿄 왕궁에서 열린 새해 축하 행사에서 일반인 방문객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도쿄|AFP연합뉴스

아키히토 일왕(오른쪽)과 나루히토 왕세자가 1월 2일 도쿄 왕궁에서 열린 새해 축하 행사에서 일반인 방문객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도쿄|AFP연합뉴스

무엇보다 주목되는 일정은 오는 4월 지방선거와 7월 참의원 선거다. 특히 참의원 선거는 아베 총리가 추진하는 개헌의 성패를 결정하는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는 당초 이달 하순부터 시작되는 정기국회에서 개헌 발의를 실현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사학 스캔들로 인한 지지율 하락과 연립여당인 공명당의 소극적인 태도, 개헌 논의를 진전시키기 위해 전면 배치했던 측근들의 부적절한 언행 등 때문에 당 개헌안을 국회에 제출하지도 못했다. 자민당은 정기국회에서 당 개헌안을 제출할 계획이지만, 참의원 선거 전 개헌 발의는 사실상 어려워진 상태다. 이에 따라 아베 총리와 자민당은 참의원 선거 이후 개헌 발의를 한 뒤 내년 7월 도쿄올림픽 전까지 국민투표를 실시하는 쪽으로 시나리오를 수정했다.

참의원 선거가 중대한 의미를 띠는 것은 이런 상황 때문이다. 자민당으로선 참의원 선거에서 연립여당인 공명당, 개헌에 적극적인 일본유신회, 희망의 당 등을 합해 개헌 발의에 필요한 3분의 2 의석을 유지하는 게 ‘지상과제’가 됐다.

참의원 선거는 3년마다 전체 의석의 절반을 선출한다. 이번에는 개정 공직선거법에 따라 전체 254석 가운데 124석을 뽑는다. 선거를 하지 않는 121석 가운데 ‘개헌 세력’은 77석이다. 전체 3분의 2인 164석을 유지하기 위해선 이번 선거에서 87석 이상을 획득해야 한다. 아베 총리의 임기는 2021년 9월까지다. 참의원 선거에서 3분의 2 의석을 유지하지 못하면 다른 야당이나 무소속 의원에게 손을 쓰는 길밖에 없게 된다.

개헌 승패 분기점이 될 참의원 선거

자민당으로선 올해가 12년에 한 번, 통일지방선거(4년마다 실시)와 참의원 선거(3년마다 실시)가 겹치는 돼지해라는 점이 껄끄럽다. 돼지해 선거에서 자민당은 매번 고전을 했다. 지역표를 긁어모으는 ‘실행대원’인 지방의원들이 자신의 선거를 하느라 지친 탓에 참의원 선거에선 제 역할을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2007년 돼지해에 자민당은 의석수가 64석에서 37석으로 줄어드는 참패를 당했다. 반면 당시 제1야당이던 민주당은 32석에서 60석으로 참의원 제1당이 됐다. 그 2개월 후 아베 총리는 자리에서 물러났다.

야당의 단일화 여부도 변수다. 참의원 1명을 뽑는 ‘1인구’(32곳)에서 입헌민주당, 국민민주당, 공산당 등 야당이 단일후보 옹립을 목표로 조정을 진행 중이다. 야당은 단일화가 난항을 겪은 2013년 참의원 선거에선 1인구 31곳 가운데 2곳밖에 얻지 못했지만, 후보단일화로 임한 2016년 참의원 선거에선 11석을 얻었다. 전초전인 통일지방선거에서 어느 쪽이 기선을 잡느냐도 변수다.

아베 총리로선 4월 통일지방선거와 중의원 보궐선거에서 선전한 다음 G20 정상회의 등 잇단 외교 일정을 활용해 점수를 딴다는 계획이다. 특히 북방영토 문제를 포함한 러시아와의 평화조약 교섭의 향방이 중요하다. 아베 총리는 오는 21일 모스크바 방문에 이어 G20 정상회의 기간 중 열리는 러·일 정상회담에서 대체적인 합의를 목표로 하고 있다. 북방영토 문제가 가닥을 잡으면 “북방영토 협상에 대한 신임을 묻는다”는 명분으로 중의원을 해산하고 중·참의원 선거를 동시에 치르는 ‘더블 선거’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끊이지 않는다. 야당의 단일화 등 후보자 조정을 사전에 봉쇄해 개헌 의석을 유지하려 한다는 것이다.

아베 총리가 참의원 선거에서 개헌 발의 의석을 유지할 경우 개헌 움직임은 탄력을 받게 된다. 올해 11월엔 가쓰라 다로(桂太郞) 전 총리(2886일)를 제치고 역대 최장기 재임 총리도 된다. 반면 개헌 발의 의석 유지에 실패할 경우 개헌은 동력을 잃게 된다. 나아가 아베 총리는 ‘레임덕’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김진우 국제부 기자 jw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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