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적 감성시점’의 여풍 예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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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방송가의 트렌드는 ‘여풍’이었다. 한동안 여성을 홀대했던 방송가가 2018년 들어 변화의 조짐을 보였고 그 결과물은 각 방송사의 연예대상 시상식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지상파 3사 중 가장 먼저 시상식을 개최한 KBS는 지난 22일 열린 <2018 KBS 연예대상 시상식>에서 이영자에게 대상 트로피를 안겼다. KBS가 연예대상을 방송한 2002년 이후 여성이 대상을 받은 것은 이영자가 처음이다.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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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은 이영자에게 재도약의 해였다. 1991년 MBC <개그콘테스트>로 데뷔해 10여 년간 절정의 인기를 누렸던 그는 2000년대 초반 불거진 ‘지방흡입 파문’으로 순식간에 나락에 떨어졌다. 수년간 침체기를 겪은 뒤 tvN <현장토크쇼 택시>로 간신히 복귀할 수 있었다. 그 사이 예능의 트렌드는 남성 중심의 리얼 버라이어티 체제로 변해 있었다. 거침없고 넉살좋은 입담의 소유자인 이영자가 기회를 얻기는 어려웠다.

이영자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민 이는 여성 PD였다. 지금은 SM엔터테인먼트로 떠난 이예지 전 KBS PD가 <안녕하세요>를 만들며 신동엽과 이영자, 컬투로 구성된 4MC 군단을 구축했다. 섬세한 여성 PD의 배려와 오랜 동료 MC와의 호흡, 무엇보다 시청자들을 향한 진심어린 조언으로 <안녕하세요>는 8년 장수 프로그램으로 거듭났다.

이영자에게 제2의 전성기를 열어준 MBC <전지적 참견시점>도 여성인 강성아 PD가 메인 연출자다. 라디오PD 출신인 강 PD는 ASMR(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자율감각쾌락반응)에 가까운 이영자의 탁월한 맛 표현을 영상으로 구현해냈다. 스튜디오 녹화 중 이영자가 대본에 없는 식당 음식에 대해 얘기하면 녹화를 마친 뒤 바로 해당 음식점에 찾아가 영상을 담아왔다. 덕분에 시청자들은 이영자의 생생한 식도락 표현을 귀와 눈으로 동시에 즐길 수 있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전지적 참견시점>은 <무한도전>이 종영한 MBC의 효자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 이영자와 절친인 최화정·송은이·김숙·장도연 등과 함께 출연 중인 올리브 <밥블레스유> 역시 여성인 황인영 PD가 연출을 맡았다.

이영자에게 필적할 또 다른 연예대상 후보 박나래도 여성 PD와 탁월한 시너지를 보이고 있다. 박나래의 대표작인 MBC <나 혼자 산다>는 2016년 황지영 PD가 연출을 맡으면서 예능 프로그램 브랜드 평판 1위, ‘한국인이 좋아하는 TV 프로그램’ 1위를 휩쓸고 있다. 황 PD는 과거 독신남녀의 다큐멘터리에 가까웠던 <나 혼자 산다>에 여성 특유의 감성을 불어넣으며 트렌드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무엇보다 박나래라는 대체불가 캐릭터를 발굴한 공이 크다.

2018년은 여성예능인의 활약이 곳곳에서 빛난 해였다. 이를 뒷받침한 이들 역시 아마조네스 군단이다. 과거와 달리 여성 PD의 수가 늘어난 데다 그들의 꼼꼼한 기획력과 편집능력이 빛을 발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 역시 남녀의 차이라기보다 그동안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던 이들이 전면에 나서는 데 따른 다양성의 발현일지 모른다.

<조은별 브릿지경제 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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