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주목받은 인물들

전세계에 모습 드러낸 - 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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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회담, 북·미회담 생중계 통해 일거수일투족 관심 끌어

“아, 멀다고 말하면 안되갔구나.” ‘올해의 말말말’ 같은 게 있다면 선정될 말이다. 4월 27일,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열린 만찬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평양냉면을 권하며 한 혼잣말이다. 18년 전,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김대중 대통령의 방문이 자신을 “은둔에서 해방했다”고 발언했다.

[2018년 주목받은 인물들]전세계에 모습 드러낸 - 김정은

김정은 역시 마찬가지였다. 모든 게 베일에 싸여 있었다. 정보당국도 오랫동안 그의 이름을 ‘김정운’으로 알고 있었을 정도다. 제주 출신 재일교포 집안으로 알려진 그의 어머니 고용희에 대한 정보도 그렇다. 김정은 집권 한참 후까지 한국과 서방 언론은 그의 이름을 고영희로 표기했다. 중국유학 경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부인 리설주와 관련된 낭설이 오랫동안 유포되기도 했다. 그리고 올해 4월 판문점. TV로 생중계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일거수일투족은 전세계의 관심을 끌었다.

[2018년 주목받은 인물들]전세계에 모습 드러낸 - 김정은

변화는 올해 1월 1일 그가 내놓은 신년사에서 시작되었다. 밥 우드워드의 책 <공포>를 보면 이 신년사에서 “미국 본토 전역이 핵 사정권”이라며 핵단추를 언급한 대목이 백악관을 격앙시켰다. 그런데 한국이 주목한 부분은 그 뒤에 언급한 ‘남조선에서 머지않아 열리는 겨울철 올림픽 경기대회’였다. ‘평창올림픽 대표단 파견 용의’라는 가느다란 실을 잡아 문재인 정부는 집권 2년차에 커다란 성과를 만들어냈다. 앞서 두 진보정권 모두 정상회담은 집권 후반기에 이뤄냈다. 만남은 올해에만 세 차례 이어졌다. 전화 통화를 하다 즉석 만남이 이뤄진 두 번째 정상회담도 이례적인 일이지만, 세 번째 평양 정상회담 때는 문재인 대통령이 5·1경기장에 운집한 10만이 넘는 관중들 앞에서 직접 연설했다. 해방과 분단 이후 최초로 벌어진 역사적 이벤트다. 조만간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이뤄진다면 이 역시 분단사의 몇 안되는 결정적 장면으로 기록될 것이다. 아버지도 서울이나 제주 답방을 약속했지만 끝내 할 수 없었다. 북은 레거시를 중시하는 나라다. 이번 답방에서 의전과 행적이 향후 과거 냉전시대와 결별한 새로운 남북관계의 최초 사례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트럼프에게 보낸 편지나 문재인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그는 사회주의 경제강국 건설 의지를 드러냈다. 미국과 한국의 지도자는 그의 ‘진정성’을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걸림돌은 여전히 레거시, 체면이다. 내적 논리로 보면 핵·경제 병진노선은 폐기가 아닌 완성이기 때문에 한 단계 더 높은 단계인 사회주의 경제건설 총집중으로 나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다시 1월 1일 아침에 밝힐 신년사에 어떤 내용을 담을지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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