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일본 히트상품

로봇강아지, 맞춤슈트 등 큰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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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로 나미에, 드라이브 레코더, 페트병 커피. <니케이 트렌디>라는 일본 소비트렌드 잡지에서 선정한 2018년 히트상품의 1·2·3위다. <니케이 트렌디>는 매년 연말 호에 그해의 히트상품 순위를 발표한다.

소니의 인공지능 로봇 <아이보>/sony

소니의 인공지능 로봇 <아이보>/sony

일단 1위를 차지한 아무로 나미에? 오키나와 출신으로 지난 1990년대를 풍미한 일본 대표 가수다. 지난해 데뷔 25주년을 맞이했다. 이 해 9월 자신의 팬클럽에 올린 공지에서 1년 후 은퇴선언을 한다. 지난 연말 NHK 홍백가합전 마지막 출연을 비롯해 데뷔 26주년인 올해 9월 16일까지 전국을 도는 파이널리(Finally) 투어를 했다. 데뷔 곡부터 최신 곡까지 담은 동명의 올타임 베스트 앨범은 발매 첫 주에만 100만장이 팔렸다. 1위로 선정한 <니케이 트렌디>에 따르면 전국투어 영상, 베스트앨범 등을 합쳐 50억 엔의 경제효과를 냈다고 한다. ‘아무로 나미에’라는 이름 자체가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히트상품이라고 할 수 있다.

<니케이 트렌디> 측이 밝히는 순위 산정기준은 실제 판매기록과 신규성, 영향력이다. ‘신규성’이라는 기준에서 보면 2위를 차지한 드라이브 레코더나 3위 페트병 커피는 다소 의외다. 드라이브 레코더는 한국식으로 말하면 차량용 블랙박스다. 한국에서는 블랙박스 사고영상만을 주제로 한 TV 프로그램이 있을 만큼 보편화되었다. 일본에서는 올해서야 2위에 뽑힐 만큼 기기 보급이 늦었다는 뜻일까. 3위 페트병 커피나 13위 무설탕 탄산수, 9위 기린맥주의 발포주 혼키린 역시 그리 참신해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눈에 띄는 상품은 4위로 선정된 ‘ZOZO’다. ‘ZOZO’는 1998년에 설립된 의류회사인데, 이 회사의 인터넷 사이트에 가입하면 조조슈트(zozo suit)라는 것을 우편으로 무료제공한다. 조조슈트는 몸에 달라붙는 검은색 판타롱 같은 것으로 하얀점이 찍혀 있다. 이 옷을 입고, 자신의 휴대폰 카메라로 어플을 실행하면 자신의 신체사이즈가 3D로 측정되어 입력된다. 회사는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맞춤형 셔츠와 바지 등을 주문한다. 즉, 조조사이트에 들어가서 옷을 클릭하면 종전 기성복 쇼핑몰처럼 S, M, L. XL과 같은 사이즈를 자신이 알아서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이 입력한 정보를 바탕으로 그 사람에게 맞춤형 옷을 만들어 배달하는 것이다. <니케이 트렌디>에 따르면 이 서비스 론칭 10시간 만에 23만건의 주문을 받았다. 올해 순위 내에 비슷한 사업모델로 히트한 상품이 더 있다. 28위를 기록한 ‘카시미아 더 스마트 테일러’다. 이름에서 유추되는 것처럼 스마트폰으로 주문가능한 맞춤형 양복이다. 전신 사이즈 측정 결과를 회사에 제공하면 회사는 그 정보를 가지고 있다가 바로 재단해 고객에게 보낸다. ‘양복·양장점’이 아닌 스마트폰과 재단공장이 다이렉트로 연결되기 때문에 기존의 오프라인 상점보다 저렴하게 맞출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소니 1999년 첫 발매 아이보 재출시

또한 눈에 띄는 것은 소니의 로봇강아지 아이보(aibo)다. 아이보는 올해 처음 출시된 것이 아니다. 1999년, ‘세계 최초의 애완견 로봇’이라는 타이틀을 얻으며 출시될 당시 가격은 25만 엔. 한국 돈으로 250만원이니 낮은 가격이 아니다. 이슈가 되었지만 상업적으로는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06년까지 4세대에 걸쳐 꾸준히 생산되다가 생산이 중단됐다. 일본에서 아이보를 이어받은 것이 지난 2015년 소프트뱅크의 AI로봇 페퍼였다. 그리고 올해, 끈질기게 리부트 소문이 돌았던 새로운 세대의 ‘아이보’가 발매되었다. 출시를 앞두고 지난해 11월 진행된 사전예약판매는 1·2차 모두 30분을 넘기지 않고 완판되었다. 유튜브 영상을 보면 과거 ‘아이보’는 사람 목소리를 냈지만, 올해 새로 내놓은 아이보는 짖는 소리, 애교 떠는 소리 등 실제 개와 더 유사한 소리를 낸다. 동작도 실제 개와 훨씬 더 유사해졌다. 여기에 최근 AI 빅데이터 기술을 적용한 로봇청소기처럼 자가학습능력을 지녀, 일정한 시간이 되면 방의 구조를 인지해 돌아다닐 수 있게 되어 있다.

[2018년 일본 히트상품]로봇강아지, 맞춤슈트 등 큰 인기

6위를 차지한 만화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도 눈길을 끈다. 일본의 대표적인 시사교양지 <세카이(世界)>의 초대 편집장으로, 20세기의 양심적 지식인으로 불렸던 요시노 겐자부로가 쓴 동명의 책을 만화로 옮긴 것이다. 책이 원래 출판된 것은 1937년으로, 군국주의로 치닫는 일본 사회의 우익화 경향에 맞서 인본주의를 지키고자 하는 것이 책 저술의 목적이었다. 책은 중학교 1학년 학생 코페르(코페르니쿠스에서 따온 별명)가 자신이 학교에서 겪은 친구와의 관계, 어떤 방향으로 공부할 것인가 고민하는 것을 두고 외삼촌이 같이 산책하며 대화를 나누거나 편지문답 형식으로 조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저자 후기에 따르면 태평양전쟁이 본격화된 후 1945년 패전까지 일본에서는 출판 금지 서적이었다. 이 책은 한국에서도 지난 2012년 번역되어 나왔는데, 아직까지 만화판은 한국에서 번역되지 않았다. 이 만화판이 눈길을 끄는 또 다른 이유는 <이웃집 토토로>, <원령공주> 등으로 알려진 일본 애니메이션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가 영화화하기로 결정해 작업 중이기 때문이다. 과거 작품을 만들 때마다 “이 작품을 끝으로 더 이상 작업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가 번복을 되풀이해온 이 일본 애니메이션 거장의 진짜 마지막 작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만화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 표지/매거진하우스(일본)

만화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 표지/매거진하우스(일본)

미야자키 하야오의 마지막 작품은

기타 30위권에 든 히트상품들을 개괄해 보면 한국에서 이미 발매되거나 알려진 상품들이 많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블랙박스의 유행은 오히려 한국보다 늦은 것으로 보인다. 모바일인터넷 시대를 맞아 히트상품도 이제 국경의 의미가 없어진 것일까. 코트라 일본 도쿄무역관의 이세경 팀장은 “드라이브 레코더의 뒤늦은 유행은 그동안 일본은 신뢰사회라는 생각이 있어 사용되지 않다가 최근 들어 유용성이 발견된 경우가 아닌가 생각한다”며 “확실히 과거에 비해 점점 히트상품의 주기나 유행격차는 줄어들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내년에는 어떤 상품이 유행할까. 이 팀장은 가장 확실한 트렌드 변화로 내년으로 예정된 일왕 퇴임이 가져오는 경제효과를 꼽았다. 일왕이 바뀌면 연호가 바뀐다. 1989년부터 사용하는 헤이세이(平成)가 대체되면서 그에 따른 부수적인 경제 파급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관련 기념상품들뿐 아니라 행정서류나 표지판 등이 전부 다 바뀌어야 하니 어떻게 보면 메뉴판 비용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일본 경제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트렌드 변화가 될 것은 틀림없다.” 이 팀장은 이밖에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기능성 아웃도어 브랜드인 데카트론 워크맨+의 유행 ▲24시간 문을 여는 대만 청핀서점의 일본 진출 등 대만 붐 ▲일본판 아마존 고(무인편의점) 등을 꼽았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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