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경제·산업계 10대 뉴스

논란과 위기의 연속 ‘공정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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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산업계에 2018년은 논란과 위기의 연속이었다. 촛불 민심에 힘입어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경제기조의 한 축으로 ‘공정경제’를 세우고 강도 높은 재벌개혁을 예고했다. 재계의 최대 관심사도 주요 대기업 총수들의 사법처리와 기업 지배구조 개선 문제였다. 결과를 놓고보면 문재인 정부의 재벌개혁은 실패로 기우는 분위기다. 총수들은 줄줄이 자유의 몸이 됐고, 재벌로의 경제력 집중 문제나 각종 불·편법적인 경영승계 논란도 여전하다. 진보진영에서는 이른바 ‘경제위기론’에 몰린 정부가 개혁에 나서기보다는 재벌의 손을 잡았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 8월 김동연 당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방문을 마친 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환송을 받고 있다./연합뉴스

지난 8월 김동연 당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방문을 마친 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환송을 받고 있다./연합뉴스

부동산 폭등과 소득주도성장론을 둘러싼 논란, 악화된 소득·고용지표 등은 경제위기론을 부추긴 원인들이었다. 정부도 소득주도성장이냐 혁신성장이냐를 놓고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며 논란을 키웠다. 산업계에서는 산업의 근간인 조선, 자동차 등 제조업의 부진이 심화됐다. 반도체는 ‘슈퍼 호황’을 누리며 수출을 주도했지만 실적이 언제 꺾일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상존한 해였다. LG그룹에서는 구광모 회장이, 현대자동차그룹에선 정의선 부회장이 각각 경영 전면에 나서며 큰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경제·산업계의 올해 10대 뉴스를 통해 2018년을 돌아봤다.

(1) 골든타임 놓친 재벌개혁
참여정부의 재벌개혁을 주도했던 이정우 경북대 명예교수는 지난여름 “재벌도, 보수정당도, 보수언론도 모두 힘을 잃은 올해가 재벌개혁의 가장 적기”라고 밝힌 바 있다.

올 들어 재벌의 힘이 약해진 이유는 부패한 지난 정권과의 유착 문제나 총수 일가 내 경영승계 문제라는 ‘약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약점은 대부분 해소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2월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10월에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둘 다 1심에서는 실형을 선고받아 복역했지만 항소심 재판부가 모두 총수들의 손을 들어준 결과다.
현대자동차그룹의 경우 올 초 현대모비스를 중심으로 한 지배구조개선책을 내놓았다가 시장에서 퇴짜를 맞았다. 여전히 문제를 안고 있지만 정의선 부회장이 그룹 경영을 총괄하는 수석부회장에 오르며 경영승계를 공식화했다. 현대차의 지배구조개선안에 찬성 입장을 냈던 공정위는 이후 별다른 입장 표명이 없다.

보수정당과 보수언론도 차츰 세력을 회복해가는 중이다. 연초에 한자릿수에 머물던 자유한국당의 정당 지지율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많게는 25%까지 나오고 있다. 보수언론은 연일 경제위기론을 설파하며 정부를 압박하는 중이다.

(2) 흔들리는 소득주도성장론

소득주도성장론은 분배와 성장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 문 대통령이 꺼내든 회심의 카드였다. 최저임금 인상, 주52시간 근로제 시행 등이 대표적 정책이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자영업자들의 반발과 뒤따른 고용·소득지표의 악화는 정책이 시행되자마자 논란을 불러왔다. 현재의 ‘경제위기론’을 불러온 원인이기도 하다.

지난 6월 청와대는 소득주도성장을 주도해온 것으로 알려진 홍장표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을 교체하면서 화를 키웠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홍 수석의 교체는 소득수도성장을 포기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재계에는 정부 안에서도 소득주도성장 지지파와 혁신성장 지지파 간 갈등이 심각하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장하성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동연 당시 경제부총리 간의 불편한 관계는 ‘김앤장’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소득주도성장 논란은 문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논란이 불거지기 전인 5월 초 각종 여론조사에서 80%에 달했던 지지율은 최근 50% 미만으로 떨어졌다. 문 대통령은 17일 열린 확대경제장관회의에서 “(최저임금 등) 정책이 수용성을 고려해 이뤄져야 한다. 필요하면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3) 부동산 급등과 9·13 대책
박근혜 정권 말기부터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부동산 가격은 올 들어 최고점을 찍었다. 지난 10월 서울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사상 처음 8억원을 돌파했다. 올 3월 평균 매매가가 7억원을 넘어선 뒤 불과 7개월 만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7월부터 수차례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지만 별 효과를 보지 못했다. 강남 재건축단지 등 시장이 과열된 곳에서는 하룻밤에도 호가가 1억~2억원씩 요동쳤다. 치솟던 부동산 가격은 강력한 주택대출 규제방안이 담긴 정부의 ‘9·13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이후에야 진정됐다. 서울의 아파트값도 최근까지 6주 연속 하락했다. 부동산업계는 2019년엔 9·13 대책의 효과가 본격화되면서 아파트값이 전반적으로 하향 조정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규제와 함께 정부가 꺼낸 카드는 대규모 택지 개발을 통한 주택 공급이다. 정부는 9월에 서울 옛 성동구치소 부지 등에 공공주택 공급방안을 공개한 데 이어 지난 19일에는 남양주와 하남, 과천 등을 3기 신도시로 선정했다. 서울의 주택수요 분산 및 수도권 교통망 확충을 위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건설 논의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4)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

2016년 홍순탁 회계사의 문제제기로 시작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의혹이 금융당국 조사 결과 사실로 밝혀지면서 큰 파문이 일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그룹이 반도체를 이을 그룹의 차세대 먹거리로 집중 육성해온 회사다. 국내 바이오 산업을 대표하는 기업이기도 하다.

11월 22일 카풀 서비스에 반대하는 택시를 의사당로에 줄지어 주차한 후 집회장으로 이동하고 있다./김창길 기자

11월 22일 카풀 서비스에 반대하는 택시를 의사당로에 줄지어 주차한 후 집회장으로 이동하고 있다./김창길 기자

증권선물위원회는 11월 14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고의적으로 4조원이 넘는 규모의 분식회계를 저질렀다고 결론 내렸다. 이에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식거래를 정지시키고 대표이사 및 담당임원 해임 권고, 과징금 부과 및 검찰 고발 등의 조치를 내렸다. 분식회계 의혹을 부인해온 삼성은 증선위의 결론이 나오자마자 소송을 걸고 대응에 나섰다.

시민단체들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가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승계 과정에 이용됐다는 주장도 제기하고 있다.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가운데 향후 수사의 방향과 결과를 놓고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5) 현대차 정의선 경영 전면에

재계 2위의 현대자동차가 올 3분기에 사상 최악의 실적부진을 기록하며 산업계와 시장에 큰 충격을 줬다. 현대차는 3분기에 매출은 24조4337억원을 올렸지만 영업이익이 2889억원에 그쳐 작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76% 감소했다. 영업이익률도 글로벌 위기 직후인 2010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현대차의 실적부진은 대규모 리콜 비용 등 일회성 지출이 반영된 탓도 있다. 하지만 최대 시장인 미국과 중국에서 현대차의 판매부진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우려가 크다. 현대차 의존도가 큰 자동차 부품업계도 덩달아 위기에 몰렸다.

현대차 위기론이 제기되는 가운데 정의선 부회장이 그룹 경영을 총괄하는 수석부회장으로 임명돼 구원투수로 나섰다. 정 수석부회장은 최근 사장단 인사에서 50대의 젊은 사장단을 위주로 경영진을 새로 꾸렸다.

(6) LG 구광모 회장 급부상
LG그룹의 3대 총수였던 구본무 회장이 5월 20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구 회장은 1995년부터 올해 초까지 LG를 이끌며 같은 기간 그룹 매출을 연간 60조원에서 연간 160조원으로 5배 넘게 성장시켰다. 재계에서는 ‘정도경영’의 바람을 몰고온 경영인으로 존경받았다.

구 회장의 양자로 장남이 된 구광모 회장이 철저한 장자 승계 원칙을 지켜온 LG가문의 전통에 따라 곧장 신임 총수 자리에 올랐다. 구광모 회장은 구본무 회장에게서 상속받는 주식 등에 대한 상속세로만 9000여억원을 내게 된다. 구 회장은 11월 단행된 취임 후 첫 그룹 인사에서 기존 부회장단은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외부 영입 인재를 중심으로 실무 임원진을 많이 등용해 그룹의 세대교체를 이끌고 있다.

(7) 한국GM 사태

극단으로 치닫던 한국GM의 법인 분할 문제가 산업은행이 막판에 분할 찬성으로 돌아서면서 파국은 막았다. 산업은행에 따르면 한국GM은 적어도 향후 10년간 생산법인(공장)과 연구개발(R&D)센터를 유지하며 일정 물량의 자동차 생산물량을 확보하기로 했다. 하지만 한국GM 노조는 본사인 GM의 ‘먹튀 의혹’을 제기하며 파업에 돌입해 문제 해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한국GM은 이미 올 2월 군산공장을 일방적으로 폐쇄해 큰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최근 불거진 법인 분할 문제만 해도 군산공장 폐쇄 당시 정부와 GM 간 맺었던 협약에서는 거론되지 않았던 내용이다. 자동차업계에선 한국GM이 자생력을 키우지 않는 이상 GM의 계속되는 글로벌 구조조정 방침에 정부와 노동자들이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8) 반도체의 불안한 질주

모바일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꾸준히 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업계는 사상 최대의 호황을 누렸다. 삼성전자는 올 3분기에 반도체에서만 8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냈다. 국가경제도 반도체 덕을 톡톡히 봤다. 올 11월까지 수출 누적금액 1503억800만 달러 중 반도체가 486억5800만 달러로 전체의 32.4%에 달했다.

반도체는 글로벌 수요에 따라 업황 편차가 큰 산업이다. 현재의 ‘슈퍼 사이클’이 가라앉고 난 뒤 반도체를 대체할 상품이 없다는 게 문제다. 국가 수출도 반도체의 수출 상승분을 제외하면 올해 수출량이 2015년에 못미친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8일 기자간담회에서 “반도체 호황이 우리 경제를 이끌어왔지만 앞으로 3~4년을 생각하면 걱정이 앞서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9) 조선업 세계 1위 재탈환

장기침체의 늪에 빠졌던 조선업이 올해 LNG선 대량수주에 힘입어 수주량 기준 세계 1위 자리를 되찾아온 것으로 추정된다. 분석기관인 클락슨 리서치가 지난 10일 발표한 결과를 보면 올 1∼11월 누적 기준 전세계 선박 발주량 2600만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 중 한국 조선사들의 수주물량은 1090만CGT(42%)로 국가별 1위를 차지했다. 수주량 세계 1위는 2011년 이후 7년 만이다. 올해 발주된 전세계 LNG운반선 65척 가운데 56척을 싹쓸이한 덕분이다.

조선업계는 그러나 조선업 시황이 2000년대 중후반의 호황 수준에는 여전히 크게 못미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대형 조선소들은 여전히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고, STX, 성동조선 등 중형 조선소들의 구조조정 문제도 남아있다.

(10) 카카오 카풀 서비스 논란

지난해 말부터 불거진 IT업계의 카풀 사업과 기존 택시업계가 올 하반기 들어 정면충돌하면서 택시 노동자 한 명이 분신 사망하는 비극적 결과가 초래됐다. IT업계는 카풀이 대표적인 ‘공유경제’의 모델이라는 점을 들어 정부에 규제완화와 시장진입 허가를 촉구하고 있다. 정부도 공유경제 모델을 혁신성장에 도입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반면 택시업계는 대기업의 카풀 진출에 따른 시장 위축과 기존 택시 노동자의 처우문제 등을 들어 크게 반발 중이다. 정부와 국회가 태스크포스를 꾸려 문제 해결에 나선 가운데 택시업계는 20일 집단 운행정지를 단행하는 등 실력행사에 나서 새해에도 공유경제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송진식 기자 truej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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