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회생한 FC서울, 자존심 회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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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K리그1 팀들 중 유일하게 서울을 연고로 하는 팀이다. ‘서울 연고 팀’이라는 말이 주는 상징성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크다. 그에 걸맞은 리딩 구단이 되어야 하는데, 지금의 서울은 그와는 거리가 꽤 멀다.

2010년대 전북 현대와 더불어 두 번 이상 K리그1 정상에 오른 유이한 팀. 지난해까지 2년 연속 평균 관중 1위. 모두 FC서울이 달고 있는 ‘훈장’이다. 하지만 이런 명가의 자존심은 올해 바닥까지 추락했다. 한때 상위스플릿은 너무나도 당연했던 그들이었지만, 올해는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치르는 혈투 끝에 간신히 강등을 면하고 K리그1에 잔류했다. 서울은 내년에는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며 단단히 벼르고 있다. 과연 2019년 ‘서울의 봄’은 다시 올 수 있을까.

FC서울 선수들이 12월 1일 경북 상주시민운동장에서 열린 K리그1 상주 상무와의 경기에서 0-1로 패한 뒤 침통해 하고 있다. / 상주 | 연합뉴스

FC서울 선수들이 12월 1일 경북 상주시민운동장에서 열린 K리그1 상주 상무와의 경기에서 0-1로 패한 뒤 침통해 하고 있다. / 상주 | 연합뉴스

올 시즌 도중 두 차례나 감독 교체

FC서울은 2016년 K리그1 우승을 차지했다. 선두 전북과 한때 승점이 14점이나 차이가 났으나, 전북이 심판 매수 사건으로 승점 9점을 삭감당하는 바람에 차이가 줄어들었고, 최종전에서 전북을 잡아내며 극적으로 우승에 성공했다.

하지만 2017년 서울은 초반부터 흔들렸다. 2016년 중반부터 중국 슈퍼리그로 떠난 최용수 감독을 대신해 지휘봉을 잡은 황선홍 감독은 대대적인 체질 개선을 선언하고 자신의 색깔을 입히려 했다. 하지만 이 시도는 좀처럼 먹혀들지 않았고, 서울은 색깔 없는 팀이 돼버렸다. 결국 2017년 서울은 5위로 시즌을 마감했고, 당연한 것처럼 여겨졌던 아시아 챔피언스리그(ACL) 진출에도 실패했다.

서울은 올해 절치부심했다. 하지만 결과는 더 참담했다. 시즌 첫 5경기 성적이 3무2패. 포항 스틸러스와의 6라운드 경기에서 2-1로 승리하며 한숨을 돌리는 듯했지만 이후 승패를 반복하면서 좀처럼 치고 올라가지 못했다.

결국 4월 30일, 황선홍 감독이 자진 사퇴했고 이을용 코치가 감독대행을 맡게 됐다. 그래도 서울은 살아나지 못했다. 계속해서 승리와는 거리가 먼 경기력을 보였고, 결국 승강제가 도입된 2012년 이후 처음으로 하위 스플릿 추락이라는 치욕을 맛봤다. 이 과정에서 서울의 얼굴이나 다름없는 박주영이 경기에 계속해서 나서지 못해 코칭스태프와의 불화설도 끊이지 않았다. 치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다급해진 서울은 이을용 대행을 대신해 야인으로 있던 최용수 감독을 다시 불러와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려 안간힘을 썼다. 그럼에도 서울의 추락은 멈출 줄 몰랐고, 끝내 시즌 최종전에서 상주 상무에 0-1로 패해 11위로 떨어져 승강 플레이오프를 치르는 신세가 됐다. 우여곡절 끝에 부산 아이파크를 잡고 K리그1 잔류에 성공하긴 했지만, 서울 입장에서는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은 한 해였다.

올해 서울의 추락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었다는 지적이 많다. 서울은 올해 시즌 시작을 앞두고 데얀과 오스마르, 윤일록 등 주축 선수들을 모두 내보냈다. 빈 구멍이 생겼으면 응당 채워야 하는 법. 하지만 서울은 소극적인 투자로 그 빈 자리를 채우는 데 실패했다. 아무리 감독이 바뀐다고 하더라도 기본전력 자체가 받쳐주질 못하다보니 팀이 좋은 경기력을 발휘할 수 없었다. 최용수 감독이 부임한 뒤 ‘자존심’을 언급하며 계속해서 선수들의 분발을 촉구했지만 허사였다.

최용수 감독, 구단에 과감한 투자 요구

현재 많은 기업 구단들이 투자규모를 줄이는 상황이기에 서울에만 투자에 인색하다는 비판의 짐을 지울 수는 없다. 심지어 서울은 투자규모가 예전만 못함에도 리그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운영비를 쓰고 있다.

하지만 서울은 K리그1 팀들 중 유일하게 서울을 연고로 하는 팀이다. ‘서울 연고 팀’이라는 말이 주는 상징성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크다. 그에 걸맞은 리딩 구단이 되어야 하는데, 지금의 서울은 그와는 거리가 꽤 멀다.

여기에 서울은 2012년 출범한 어린이 축구교실 ‘FOS(Future of Seoul)’를 축소 운영하기로 했다. 현재 국내 프로팀이 어린이 축구교실을 직영으로 운영하는 것은 서울이 유일하다. 2013년부터는 서울시와 함께 다문화가정 자녀에게 문호를 개방해 사회공헌활동으로 영역도 넓혔다. FOS가 긍정적인 효과도 있지만 은퇴선수들이 운영하는 축구교실에 구단이 뛰어들면서 ‘대기업이 은퇴선수들이 운영하는 축구교실의 골목상권을 침해한다’는 의견도 있었는데, 그럼에도 서울은 꿋꿋이 이를 지켜나갔다.

적잖은 예산을 투입하고도 뚜렷한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심지어 서울이 강등위기까지 몰린 것이 FOS로 빠져나간 예산 탓에 선수단에 제대로 된 지원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서울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이 FOS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노선을 잡았다. 이를 두고 옳은 판단이었다는 지적도 있지만, 한편에서는 미래 가치를 포기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최용수 감독은 승강 플레이오프가 끝난 뒤 올해의 실패에 대해 절대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최용수 감독은 “구단 전체가 위기의식을 느껴야 한다. 올해처럼 안일한 생각을 한다면 같은 일이 또 반복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나마 다행인 부분은 최용수 감독은 할 말은 반드시 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최용수 감독 본인도 “구단에 과감히 투자를 요구하겠다. 비효율적으로 쓰자는 게 아니라 쓸 곳에는 꼭 쓰자는 얘기”라며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구단 역시 최 감독의 바람대로 내년에는 필요한 곳에는 돈을 쓰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지금 서울에 산적한 숙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당장 올해 부진을 복기하고 문제점이 무엇이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최용수 감독의 말처럼 적절한 투자가 필요하고, 또 최용수 감독 입맛에 맞게 선수단도 어느 정도 정리되어야 한다.

최용수 감독은 승강 플레이오프가 끝난 다음날인 10일부터 일찌감치 내년 시즌 준비에 들어갔다. 서울이 내년 시즌 다시 반등에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물론 전북과 울산을 제외한 다른 기업 구단들도 마찬가지지만, 유독 서울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그들의 추락이 그만큼 극적이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서울의 봄’ 때문에 올 겨울이 더욱 흥미롭게 됐다.

<윤은용 스포츠경향 기자 pal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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