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어락-사적 공간을 침범하는 폭력과 공포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스릴러 영화 <도어락>에는 크게 부각된 요소 두 가지가 특히 눈에 띈다. 첫 번째는 서두에 언급했던 것처럼 2018년 대한민국 사회의 일면을 반영한 현실성이다.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제목 도어락 (Door Lock)

제작연도 2018년

제작국 한국

러닝타임 102분

장르 스릴러

감독 이권

출연 공효진, 김예원, 김성오, 조복래, 이가섭

개봉 2018년 12월 5일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서스펜스 스릴러는 순수 공포영화의 과격한 폭력성을 우회하면서도 인간 본연의 두려움에 대한 원초적 호기심을 충족시킨다는 미묘한 지점에서 경쟁력을 확보한 장르다. 노골적인 묘사나 자극을 지양하다보니 대다수의 작품들이 치밀한 이야기 구조나 절묘한 반전 등의 트릭을 승부수로 두게 되고, 이는 관객들에게 지적인 유희를 즐겼다는 만족감까지 선사한다.

최근 한국에서 만들어지는 스릴러 영화들을 지배하고 있는 절대적 화두는 ‘현실 반영’, ‘생활 밀착’ 등의 표현으로 강조되고 있는 현실성이다. 관객들이 평범한 일상에서 흔히 마주칠 만한 흥미로운 소재를 낚아 올려 집요하게 담금질하고 가공해 극도의 리얼리티를 추구한다.

이러한 경향을 설명할 때마다 꾸준히 반복해서 언급되는 대표적인 작품은 허정 감독의 <숨바꼭질>이다. 2013년 여름 개봉해 560만 관객을 동원한 이 작품은 현실에 발을 디딘 공포가 다수의 관심을 이끌어내고 이는 기대 이상의 상업적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본보기가 되었다. 올 여름 개봉했던 조규장 감독의 <목격자>도 그 연장선상에서 읽히는 작품이다.

나름 면밀한 관찰과 집요한 고민으로 완성된 것이 분명해 보이는 영화 <도어락>의 각본은 최근 한국 사회에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1인 가구, 그 중에서도 20~30대 여성을 주관객층으로 뚜렷하게 겨냥하고 있다.

홀로 사는 여성을 겨냥한 범죄스릴러

은행에서 비정규직 창구업무를 맡고 있는 경민(공효진 분)은 혼자 사는 집이 무섭다. 있지도 않은 남자친구의 속옷과 구두를 집에 놔두고 수시로 현관 도어락의 번호를 바꿔보지만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언제부턴가 퇴근해 돌아와 발견하게 되는 뚜껑이 열려 있는 도어락이나 나갈 때와는 분명히 달라져 있는 방 안 풍경 같은 미심쩍은 상황들은 그녀의 신경을 더욱 곤두서게 한다.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하던 어느 날 밤, 누군가가 현관문을 열려고 시도하는 것을 목격하고 복도에 떨어진 담배꽁초를 발견하면서부터 그녀의 우려는 단순한 망상이 아닌 현실이었음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이후 그녀의 주변인물 모두는 믿을 수 없는 두려움의 대상이 된다.

영화 <도어락>은 2011년 공개된 스페인 영화 <슬립타이트>를 공식적으로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앞서 10월 말 개봉해 의외의 장기 흥행으로 주목받고 있는 이재규 감독의 코미디 영화 <완벽한 타인> 역시 이탈리아 영화 <퍼펙트 스트레인저>를 원작으로 리메이크했다는 점을 상기해보면 리메이크가 현재 한국영화계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는 이슈임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완벽한 타인>이 원작과 거의 유사한 형태로 각색된 데 비해 <도어락>은 원작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펼쳐내고 있다. 이는 리메이크를 통해 기대할 수 있는 다양한 형태와 가능성을 폭넓게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비굣거리이기도 하다.

[시네프리뷰]도어락-사적 공간을 침범하는 폭력과 공포

치밀한 현실성과 부딪히는 상투적 기교

스릴러 영화 <도어락>에는 크게 부각된 요소 두 가지가 특히 눈에 띈다. 첫 번째는 서두에 언급했던 것처럼 2018년 대한민국 사회의 일면을 반영한 현실성이다. 연일 보도되는 데이트 폭력, 묻지마 범죄, 이성혐오 논쟁 등은 이 작품이 다루고 있는 일각의 사건이 충분히 가능한 것으로 느껴지게 한다. 그래서인지 영화 속에서 보이는 풍경이나 소품들부터가 예쁘게 꾸며졌다기보다는 날것의 느낌을 살리고자 노력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배우들 역시 극적인 캐릭터 구축이나 연기를 연구하기보다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평범한 사람들을 재현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번째로 부각되는 요소가 공포라는 정서와 이를 형상화하는 투박한 기교라는 점은 아이러니하다. 외형적으로는 다양한 현실성을 추구함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내면적으로 조율하고 이끌어가는 방식은 철저하게 정통 공포영화의 기법과 정서에 의존하고 있다. 나름 절제하고 있지만 영화 전반을 지배하는 괴기스런 분위기나 몇몇 폭력장면이나 신체절단의 묘사 등은 엔간한 공포영화를 능가하는 폭력으로 확장되어 느껴진다.

영화 <도어락>은 여러 모로 화제가 될 요소가 충분하지만 주 타깃으로 겨냥한 여성관객들 사이에서 과연 호감으로 환영받을지, 혐오로 비난받을지에 따라 가치가 확연히 달라질 수 있는 작품이다. 더불어 흥행의 성패 역시 ‘모’ 아니면 ‘도’로 극명하게 갈릴 것이다. 흥미롭게 지켜볼 부분이다.

원작 <곤히 주무세요>와 단편 <도어락>

<도어락>은 2011년 스페인에서 만들어진 하우메 발라게로 감독의 영화 <슬립타이트>(Mientras duermes)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제작된 해에 부산국제영화제에 초대되어 <곤히 주무세요>라는 제목으로 상영되면서 먼저 영화를 접한 관객들을 중심으로 적잖은 화제몰이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 공개된 <도어락>은 중요한 소재만 빌려왔을 뿐 전혀 다른 이야기라고 보는 것이 옳다. 솔직히 리메이크라는 말을 쓰기가 무리다 싶을 정도다.

원작영화는 한 여성을 철저하게 짓밟으며 자신의 불행을 보상받고 삶의 의미를 찾으려고 몸부림치는 범죄자의 관점에서 진행된다. 애초 사건의 내막과 과정을 열어놓고 진행되는 영화이니만큼 미스터리 해소의 쾌감보다는 인물들이 처한 상황이나 돌발적 상황에서 촉발되는 스릴에 무게중심을 두는 심리드라마에 속하는 작품이다. 신선한 소재에 완성도까지 갖췄지만 범죄자의 내면에 동기화되기 쉽지 않은 보통관객들에게는 꽤나 불편할 수도 있는 분명한 한계를 지닌 작품이기도 했다. 그래서 <도어락>의 과감한 각색과 결단은 차라리 국내 시장에 어울리는 매력적인 요소로 받아들여질 여지가 충분해 보인다. 물론 이로 인해 동반된 장르적 상투성에 대한 지탄도 함께 감내해야 하겠지만 말이다.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면 <도어락>이란 제목을 가진 또 한 편의 한국영화가 검색된다. 2014년 구세미 감독이 연출한 13분짜리 단편영화다. 공교롭게도 이 작품 역시 원룸에 혼자 사는 젊은 여성을 잠식해오는 일상의 공포를 다루고 있다. 유튜브에 무료로 공개되어 있으니 이번 장편과 비교해 감상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최원균 무비가이더>

시네프리뷰바로가기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