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시장 집어삼키는 구글의 독점력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보는 것이 다가 아니다. 디지털 광고가 그렇다. 배너 이미지 한 장 달랑 노출되는 것 같지만 그 이면에는 고도의 기술이 개입된다. 돈이 오가는 공간인 만큼 효과 측정의 정확도는 필수다. 사용자의 성향을 고려해 맞춤형 광고를 노출할 알고리즘이 개입돼야 하고, 실시간으로 이뤄지는 입찰거래를 속도 저하 없이 통제할 수도 있어야 한다. 전세계 디지털 광고판을 대상으로 하기에 막대한 양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서버 인프라도 뒷받침돼야 한다.

[IT 칼럼]광고 시장 집어삼키는 구글의 독점력

광고의 이 같은 기술 의존성은 거대 기술기업의 독과점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현재 전세계 디지털 광고시장은 구글과 페이스북이 양분하고 있다. 이 가운데서도 구글은 페이스북보다 2배 이상 높은 점유율을 자랑한다. 이젠 어느 사이트를 가든 구글의 손을 거치지 않는 디지털 광고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그 기업의 핵심 가치를 이해하려면 그들이 돈을 벌어들이는 방식을 이해해야 한다고 했다. 구글은 2017년 기준으로 전체 매출의 80% 이상을 디지털 광고로 쓸어담았다. 그러고도 구글은 1000억 달러 클럽에 가입했다. 손에 잡히는 상품을 팔지 않고도 디지털 광고로만 100조원대 매출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구글은 증명해냈다.

구글은 검색엔진이지만 실은 광고 플랫폼이다. 검색은 광고로 향하는 관문이다. 연결고리의 끝에는 구글의 광고상품이 자리하고 있다. 매일매일 보는 뉴스 사이트들, 블로그들, 기타 웹이라는 공간들에서 흔히 보는 배너들은 다수가 구글의 광고 플랫폼 위에서 작동한다. 게다가 유튜브는 18억명을 거느린 구글의 거대한 영상 광고판이기도 하다. 구글의 광고 플랫폼에서 자유로운 곳은 그리 흔하지 않다. 특히나 미디어 사업자라면….

다시 강조하지만 우리 눈에 보이는 광고 이면에는 복잡한 관계들과 기계들이 서로 뒤엉켜 있다. DSP, SSP, ADEXCHANGE, RTB 등 무슨 말인지도 모를 용어들이 뒤섞여 하나의 광고시스템을 구성한다. 구글은 이 모든 기계들을 거의 무료로 제공한다. 페이스북이 그러하듯, 고객을 유혹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공짜다. 하지만 세상에 진정한 공짜는 없다. 무료 서비스는 반드시 반대급부를 요구한다. 페이스북은 그것이 사용자들의 신상정보지만, 구글은 광고 거래의 흐름과 내역이다. 지난해 구글이 선보인 광고플랫폼 서비스(Exchange Bidding)는 광고 독점의 결정체다. 광고의 기술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새롭게 등장한 ‘실시간 광고 경매 시스템’을 구글로 빨아들이는 역할을 도맡고 있다. 전세계 미디어들에 이어 광고 기술 사업자들까지 하나의 플랫폼으로 집어삼키려는 야심찬 구상이다. 검색엔진과 크롬이라는 웹브라우저는 이 시스템으로 유인하는 강력한 미끼다. 나아가 구글만의 광고 포맷을 강제하는 지원장치다.

굳이 길게 구글의 광고시스템을 언급한 이유는 이젠 그들의 권력에 도전할 수 있는 광고 관련 사업자가 거의 존재하지 않아서다. 구글의 검색 독점은 이야기하지만 정작 돈을 벌어들이는 핵심 축인 디지털 광고시장 독점 시스템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는다. 심지어 그들의 광고 소작인으로 전락하고 있는 미디어들도 관심 없기는 마찬가지다. 우리들의 무관심이 구글의 헤게모니를 성장시키는 동력일지도 모른다.

<이성규 메디아티 미디어테크랩장>

IT 칼럼바로가기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