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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진호는 무엇으로 돈을 벌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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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하드는 이미 사양산업… “다른 불법사업과 연계해 벌었을 가능성 있다”

의외다. 1500억원대의 자산가?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이 아무리 1·2위 웹하드 업체의 실소유자라고 하더라도 웹하드 등록 콘텐츠만 팔아서 그 돈을 버는 것은 쉽지 않다. 기자는 과거 웹하드 등록제 시행에 대한 우려를 담은 기사를 썼다. 7년 전이다. 관련 토론회에서 대부분의 토론자는 소리바다 판결을 빗대어 적극적 필터링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려’는 풍선효과다. 저작권 위반, 불법 콘텐츠 공유의 무대가 규제가 닿지 않는 다른 영역으로 옮겨갈 것이라는 우려다. 업계의 논리는 이랬다. 엄격한 저작권 적용을 내세운다면 유튜브와 같은 인터넷 동영상 콘텐츠 시장의 발전은 없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양 회장은 체포되었지만 ‘특수한 유형의 부가등록사업자’ 웹하드는 여전히 건재한 것처럼 보인다. 양 회장이 소유했던 위디스크, 파일노리에 들어가 보면 지금 이 순간에도 완벽자막, 초고화질 등의 선전문구를 단 수백·수천 건의 자료가 등록되고 있다.

폭행과 강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체포된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이 11월 7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경기남부지방경찰청으로 압송되고 있다. / 연합뉴스

폭행과 강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체포된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이 11월 7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경기남부지방경찰청으로 압송되고 있다. / 연합뉴스

여전히 운영되는 양진호 실소유 웹하드들

파일노리의 초기화면에 올라온 자료들 대부분은 100캐시~1500캐시를 지불해야 한다. 이른바 제휴 콘텐츠다. 그러나 톱100에 랭크된 자료들은 캐시 표시가 없다. 얼마 전까지 극장에 걸려 있던 영화도 종종 눈에 띈다. 웹하드 자료들을 꼼꼼히 살펴보면 전반적으로 ‘핫’하지 않다. 이미 대세는 토렌트로 넘어갔다. 그나마 등록된 최신 콘텐츠는 대부분 많은 캐시를 지불해야 하는 제휴 콘텐츠다. 웹하드 등록제 시행 7년, 풍선효과는 현실화됐다. 등록된 사업자는 얼마나 될까.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18년 9월 말 현재 ‘특수한 유형의 부가통신 등록사업자 현황’을 보면 웹하드·p2p를 포함해 46개 업체 53개 사이트다. 6월 같은 통계(51개 업체 57개 사이트)와 비교해도 급감추세다.

웹하드가 ‘철지난 사업’이라는 것은 한국저작권보호원의 <2018 저작권 보호 연차보고서>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올해 연차보고서는 지난해 불법저작물 유통실태를 담은 보고서다. 지난해 전체 불법복제물 유통량의 27.8%를 차지하는 것은 토렌트다. 웹하드는 2위로 17.9%를 차지하지만 바로 이어 3위를 차지하는 포털(16.9%)과 별반 차이나지 않는다. 2015년 처음으로 조사된 ‘스트리밍’도 5.8%로 급부상하고 있다. 포털의 경우 대부분 커뮤니티 게시판 등에서 스트리밍으로 공유된 자료인 경우가 많아 실제로 대세는 토렌트와 스트리밍이다. 불법저작물 공유로 고소된 사람들의 커뮤니티에 들어가 보면 스트리밍은 “현재까지 IP 추적 등으로 처벌받는 대상으로 포함되지 않는다”며 각광받는 ‘불법 공유방법’이다. 저작권위원회 등이 발간하는 저작권 관련 법 적용 논문들의 최신 트렌드도 스트리밍이나 토렌트를 어떻게 규제할 것인가로 넘어가고 있다.

11월 6일,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녹색당, 다시함께 상담센터 등 여성단체들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들은 “이번 사태의 핵심은 양진호 회장의 개인문제, 다시 말해 직장 내 ‘갑질’이 아니며, 웹하드 업계의 카르텔이 진짜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신지예 녹색당 전 서울시장 후보는 “거대한 웹하드 카르텔에 비하면 양진호는 빙산의 일각”이라며 “진짜 핵심은 웹하드 카르텔”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카르텔의 핵심으로 양 회장이 실소유했던 필터링 업체 뮤레카를 지목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정상적인 필터링 업체에 필터링을 제대로 맡기게 되면 웹하드 수익은 대폭 주저앉게 된다”며 “웹하드의 불법수익은 필터링 기술계약을 맺은 뮤레카가 존재함으로써 합법적인 것처럼 면책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은 사실일까.

“웹하드 업계 카르텔이 진짜 문제”

웹하드 등록제의 시행에 따라 앞서 과기부에 ‘특수한 유형의 부가통신사업자’로 등록하면 ‘기술적 조치’를 의무적으로 취해야 한다. 기술적 조치는 보통 금칙어, 해시, 특정기반 필터링으로 구분된다. 이 중 특정기반 필터링은 다시 말해 콘텐츠의 DNA라고 하는 영상이나 음성, 이미지 콘텐츠 고유의 값을 비교해서 차단하는 기술이다. 앞서 단체들은 “정상적인 필터링 업체에 맡겼다면”이라고 가정했지만 웹하드 등록제 시행 초기부터 현재까지 실제 DNA 기술을 보유한 기업은 2개다. 업계에서는 두 회사의 기술력에서 큰 차이는 없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시행 초기, B2B 시장 대부분은 뮤레카가 석권했다. 경쟁사에 비해 월등히 적은 비용으로 서비스를 제공했기 때문에 ‘시장의 논리’에 따른 것으로 평가됐다. 죽은 몰카 피해자의 영상을 ‘유작’이라는 머리말을 달아 다시 유포한 이른바 ‘유작 마케팅’ 논란을 통해 콘텐츠 제공업체와 필터링 업체의 유착의혹이 나온 것은 한참 전이다. 의혹이 대중적으로 알려진 것은 지난 7월 말 SBS <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해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직후 실소유주 양 회장에 대한 수사와 처벌을 원하는 청원이 청와대 청원게시판을 통해 올라왔다. 돌이켜보면 ‘양진호 회장’에 대한 의혹은 여러 갈래에서 제기됐었다. 그가 사비 200억을 털어 제작했다는 이족보행 로봇 메소드2와 관련해서 “실제 기술력이 있는 것이 맞느냐”, “양 회장의 한국미래기술 배후에 다른 기업이 있다”는 소문이 관련업계에선 끊이지 않았다.

<주간경향>이 확보한 양 회장의 모회사 한국인터넷기술원의 감사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연결재무제표상 연결잉여금은 460억1499만원이었다. 전기 잉여금에 비해서도 100억원 이상 늘어난 액수다. 이익잉여금 대부분은 제휴 콘텐츠보다 음란물, 불법 리벤지 포르노를 통해 얻은 수입이라는 것이 여성단체들의 주장이다. 사건이 불거진 후 잇따른 전·현직 직원들의 폭로도 유사하다.

그런데 ‘음란물’에 대해서는 좀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09년 9월, 기자는 이른바 포르노 저작권 소송과 관련한 취재를 한 적이 있다. 당시 50개 미·일 포르노 제작사를 대행해 200여건의 소송을 벌인 법무법인이 관련 포르노 제작사로부터 권한 위임을 받았다는 회사의 실존 여부에 대한 취재였다. 결론적으로 ‘검은 머리 외국인’의 이익 편취를 위한 소송이 아니냐는 의혹이었다. (<주간경향> 844호, “포르노 저작권 소송, 석연찮은 ‘의혹’” 기사 참조) 이 소송의 결론은 어떻게 났을까. 소송에 대한 검찰의 결론은 ‘무혐의·기소유예’였다. 포르노물은 애초에 한국에서 저작권 보호대상이 아닌 불법저작물이기 때문에 관련된 권리 주장을 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다시 말해, 웹하드나 토렌트를 통해 공유되는 일본 AV물을 비롯한 외국 포르노물 역시 불법적으로 촬영된 리벤지 포르노(소위 ‘국산 노모’, ‘몰카’ 등의 이름으로 유통되는)처럼 제휴 콘텐츠나 저작권을 주장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뜻이 된다. 최신 개봉영화 등 저작권 위반 불법파일과 별도로 ‘음란물’의 유통실태에 대한 공식적인 조사는 없다. 웹하드와 같은 ‘합법과 불법의 경계선’에 있는 사이트에 올라온 ‘성인자료’의 압도적 다수는 이 외국산 포르노다. 최근 들어 부활한 국산 에로물들이 ‘정책적으로’ 순위 조작을 통해 다운로드 순위에 랭크되기도 하지만 이 역시 제휴 콘텐츠로 실제 벌어들이는 수익은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과연 양진호 회장이 재벌과 비교할 만큼 거물일까.” 과거 포르노 저작권 수사를 담당했던 검찰 관계자의 ‘사견’이다. 악당인 것은 맞지만 잡범 수준이라는 것이다. “이런 사건으로 잡혀온 회사 관계자들이 하는 진술은 거의 똑같다. 다 변호사들이 만들어준 말이다. 게다가 보통 초범이다. 이번처럼 사회적 관심을 끄는 사건이 아닌 한 벌금형이다. 취조하는 검사도 안다. 바지 ‘배후’에 진짜가 있다는 것을.”

한 성범죄실태 연구자는 이렇게 말했다. “양 회장은 과거에도 (감옥에) 다녀온 적이 있다. 교도소에 갇혀 있는 사람들을 만나면 항상 하는 이야기가 똑같다. 표면적으로는 ‘사업을 이제 안 하겠다’고 말하지만 실제 자기들끼리 끊임없이 하는 이야기는 ‘어떻게 하면 단속을 극복할 수 있을까’라는 것이다. 경찰 단계는 쉽게 넘어설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경찰의 경우 실적 건수가 중요하다. 누구 하나 책임을 몰고 가면 그 다음 수사는 거의 없다. 경찰은 ‘우리는 단속해서 넘겼다’에서 끝난다. 다음은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검찰의 몫이다. 양형을 하는 것은 그 뒤에 또 법원의 일이다.”

양진호 커넥션은 어디로 뻗어 있을까

“내가 만약 양 회장이었다면” 계속된 이 인사의 말이다. “14만 조직원을 가진 경찰이 로비 대상으로 매력적이었을까. 게다가 2년마다 순환보직이다. 차라리 소수정예인 검사 쪽을 노리는 것이 낫다. 기소에 관한 모든 권한이 독점되어 있는 것이 검찰조직 아닌가.”

웹하드 단속과 관련해 과거 기사를 검색해보면 위디스크, 파일노리 등은 여러 차례 단속된 적이 있다. 불법파일, 주로 저작권 위반자료 불법유통이나 다운로드 수를 조작해 수익을 가로채는 등의 혐의였다. 그런데 실소유자인 양 회장이 잡혀간 것은 2011년 딱 한 번에 불과하다. 단속이 있을 때마다 잡혀간 것은 그가 대리로 세운 바지사장들이었다.

“물론 화제성이 있는 영상을 등록하는 것은 영업에 도움이 된다. 업계에서 1·2위를 유지했다는 것은 국내에 유통되는 최신 불법콘텐츠는 거의 다 그곳에 가면 볼 수 있다는 뜻이 된다. 양 회장에게 등기부등록상 등록된 회사들만 있었을까. 등기부상 등록되지 않은 불법 업로드 조직과도 관련이 있을 것이다.” 과거 웹하드 업체를 운영했던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양 회장이 업계를 장악할 수 있었던 것은 대포통장, 대포폰을 동원한 불법 업로드 조직과 결탁이 있었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실제 2011년 양 회장이 감옥에 간 것은 바로 이 불법 업로드 조직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진화. 합법과 불법의 경계 저 아래 ‘불법영역’에서 얼마 전 큰 사건이 있었다. 밤토끼 운영자가 잡힌 것이다. 포털뿐 아니라 레진코믹스· 등 올라온 유료 웹툰 콘텐츠까지 불법복제해 거의 업로드와 동시간대에 보여주던 이 사이트는 한때 포털 네이트(15위), G마켓(17위)을 넘어서 14위까지 인터넷 순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이 사이트 방문자는 6100만명에 달했다. 밤토끼나 일본만화를 불법 스캔해 보여주는 사이트 ‘마루마루’ 같은 사이트의 특징은 무료로 운영되는 것. 방대한 규모의 자료를 무료로 보여주는 사이트의 운영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수익모델이 직접 다운로드해서 얻는 수익이 아닌 광고수익으로 넘어갔다. 토렌트나 실시간 스트리밍도 마찬가지다.” 송봉규 한세대 산업보안학과 교수의 말이다. “웹하드가 사양산업인 것은 맞다. 오히려 주목해야 하는 것은 더 음지(陰地)에 있는 성매매, 알선, 도박사이트들이다. 사용자 관점에서 보면 무료 드라마나 지상파 TV 다시보기, 웹툰을 보러 들어가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게 유인책이다.” 그는 정부 용역을 받아 광고를 통해 어느 정도 매출을 올릴 수 있는지 계산해 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토렌트, 실시간 사이트 등 웹하드 등록제 바깥에서 운영되는 불법사이트를 2000여개로 추산한다. 링크나 배너 형태로 붙는 광고의 하루 단가가 30만원이다. 둘을 곱해 보라. 순수 광고비만 들어와도 100억원이다.” 연예인이나 가수가 전통적인 방송 출연이나 음반 판매를 넘어서 새로운 수익 플랫폼을 개척하는 것처럼, 불법적인 성인산업도 이미 웹하드와 같은 스토리지 서비스 기반을 넘어선 지 오래라는 것이다. 여기서 처음 들었던 의문을 다시 떠올릴 수밖에 없다. 양 회장이 벌어들인 돈은 실제 웹하드 운영수익으로만 창출한 것일까. 양 회장의 ‘불법왕국’은 등기부등본상 종속회사라고 나열된 회사들에만 국한되었을까. 이른바 교수 폭행사건에서 폭행을 주도한 양씨 동생 양진서씨는 아직도 등기부등본상에는 종속회사 블루브릭의 대표로 되어 있다. 물론 이 역시 바지사장이다. 경찰과 검찰이 앞으로 규명해야 할 부분이다.

한편, 양 회장이 실소유한 것으로 밝혀진 필터링 업체 뮤레카는 <주간경향> 질의에 대한 답변공문에서 지난 10월 1일자로 “뮤레카는 다른 회사로 매각되었으며, 현재 새로운 경영진이 구성되어 운영되고 있는 상태”라고 답변해 왔다. 여성단체 등이 제기한 “특정인사가 커넥션에서 중심적 역할을 했다”는 의혹과 관련, 새 경영진 측은 “승계된 이사 중에 해당 인사는 없고, 인수협상 단계에서도 해당 인사는 뮤레카에 재직하지 않았다는 것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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