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한 장현수, 명예도 국가대표도 잃어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장현수가 향후 사면을 통해 태극마크를 되찾을 가능성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 대한축구협회가 제명에 대해서는 7년 이상 경과 후 사면을 논의할 수 있는 규정을 갖고 있지만, 국가대표 자격 영구박탈과 관련해선 관련 근거조차 없기 때문이다.

축구 국가대표 수비수 장현수(27·도쿄)가 병역특례에 따른 봉사활동을 부풀린 조작과 거짓말로 나락에 빠졌다.

2016년 리우올림픽 남자축구 대표로 선발된 장현수 선수가 브라질 사우바도르 피투아쿠 경기장에서 회복훈련을 하는 모습./사우바도르=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2016년 리우올림픽 남자축구 대표로 선발된 장현수 선수가 브라질 사우바도르 피투아쿠 경기장에서 회복훈련을 하는 모습./사우바도르=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대한축구협회는 11월 1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2018년 제8차 스포츠 공정위원회(옛 상벌위원회)를 열고 장현수에게 국가대표 자격 영구박탈과 함께 벌금 3000만원을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서창희 스포츠 공정위원장은 “장현수가 대한축구협회에 등록된 선수가 아니라 협회 차원의 대회 출전자격은 실질적인 제재가 될 수 없다는 판단 아래 국가대표 자격을 영구히 박탈하는 한편 공정위원회 역대 최고 벌금액을 내렸다”고 밝혔다. 장현수는 일본 J리그에서 뛰고 있어 현재 대한축구협회가 아닌 일본축구협회에 등록된 상태다.

봉사활동 시간 조작 사실 드러나

대한축구협회 징계규정에 따르면 경고부터 벌금, 출전정지, 자격정지와 함께 최고 제명까지 가능하다. 장현수는 이번 징계로 제명은 피했지만 예상을 훨씬 웃도는 수위의 징계를 받았다.

제명을 제외한 종전 최고 징계는 1983년 LA올림픽 예선을 앞두고 이태호와 최순호, 박경훈, 변병주, 최인영 등 5명이 태릉선수촌을 이탈했다가 받은 국가대표 3년 자격정지였다. 가장 가까운 사례로 2007년 동남아 4개국 아시안컵에서 음주 파문을 일으켰던 이운재와 우성용, 김상식, 이동국 등 4명이 받은 징계도 국가대표 1년 자격정지였다.

장현수는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28년 만에 정상에 올라 병역혜택을 받았다. 현행 병역법에서 병역특례를 받은 체육요원은 4주간의 기초 군사훈련과 34개월간 544시간의 체육봉사활동을 이수하면 병역을 이행한 것으로 인정받아 선수생활을 이어갈 수 있다.

장현수는 모교인 경희고에서 2017년 12월부터 2개월간 후배들과 훈련하면서 봉사활동 196시간을 수행했다는 증빙서류를 제출했다. 그러나 병무청 국정감사에서 하태경 국회의원(바른미래당)이 해당 자료에 의혹을 제기하면서 조작 사실이 드러났다. 장현수는 폭설이 내린 날 깨끗한 운동장에서 훈련하는 사진을 제출했다. 장현수는 모교 봉사활동에서 하루에 적게는 6시간, 많게는 14시간을 수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체육봉사활동의 특성상 쉽지 않은 일이었다.

당초 장현수는 이 같은 의혹에 대해 “봉사활동은 성실히 수행했지만 서류 제출에 착오가 있었다”며 부인했다. 그러나 하 의원이 관계기관의 수사 의뢰 등 강력조치를 예고하면서 체육요원의 봉사활동을 관장하는 국민체육진흥공단에 봉사활동 실적을 부풀린 게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현행 병역법으로는 경고처분이 전부인 경미한 사안이지만 국민 정서상 민감한 병역문제라 국가대표 자격을 영구히 잃게 됐다.

서 위원장은 “장현수에게 내려지는 행정적인 처분은 병무청의 몫”이라며 “장현수는 대한민국 국민의 기대를 받는 국가대표 선수로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자는 국가대표 자격이 없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원칙상 스포츠 공정위원회는 본인의 소명을 들어야 하지만 장현수는 일본에 체류해 전화 통화로 입장을 들었다. 본인도 잘못을 인정하고 징계를 받겠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장현수는 당장 내년 1월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서 열릴 아시안컵에 참가할 수 없고,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출전도 불투명하다. 그는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군 면제를 받은 상황에서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와일드카드로 참가할 정도로 태극마크에 대한 자부심이 강했던 선수라 큰 타격이 됐다.

장현수가 향후 사면을 통해 태극마크를 되찾을 가능성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 대한축구협회가 제명에 대해서는 7년 이상 경과 후 사면을 논의할 수 있는 규정을 갖고 있지만, 국가대표 자격 영구박탈과 관련해선 관련 근거조차 없기 때문이다. 서 위원장은 “장현수가 앞으로 태극마크를 다는 것은 어렵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장현수 계기로 도마에 오른 봉사활동

장현수는 자숙하면서 봉사활동부터 마치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대한축구협회를 통해 내놓은 사과문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축구선수로 병역혜택을 받았음에도 성실히 수행하지 못한 것에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늘 반성하고 뉘우치는 마음가짐으로 자숙하며, 앞으로는 이와 같은 일을 다시는 반복하지 않는 모범적인 선수가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 “11월 A매치 기간과 12월 시즌이 끝난 뒤 휴식기간에 체육봉사활동을 성실히 수행하겠다”고 전했다. 장현수는 문제가 된 196시간과 아직 수행하지 못한 281시간까지 최대 477시간을 복무 만료일인 내년 1월 16일까지 채워야 한다. 하루에 8시간씩 봉사활동을 수행해도 60일이 소요돼 쉽지 않다.

대한축구협회는 이번 사태로 적잖은 타격을 받게 됐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우승을 계기로 한국 축구의 인기가 살아났지만 예상치 못한 악재로 흔들리게 됐다. 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은 장현수에 대해 “우리 팀의 미래에서 중요한 선수”라고 강조했지만 이제 새로운 선수를 찾아야 한다.

장현수 사태는 다른 체육요원에게 불똥이 튈 것으로 보인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체육요원의 봉사활동 내역 전수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장현수의 봉사활동 조작을 공개한 하 의원이 “(병역특례 봉사활동 대상인) 사이클 선수는 544시간 중 400시간을 동일한 곳에서 봉사활동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추가 의혹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동계 종목의 대표 얼굴로 알려진 한 선수도 봉사활동 조작을 의심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병역특례 대상 체육요원 중 봉사활동을 수행했거나 수행 중인 24명에 대해 이행실태를 조사할 계획”이라며 “봉사활동 실적서류를 먼저 확인한 뒤 증빙서류 보완 요청에 이어 필요하면 현장을 직접 방문해 사실 여부를 확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24명에는 장현수처럼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선수를 비롯해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그리고 9월 폐막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메달리스트 등이 모두 포함됐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장현수도 체육요원 편입 관련 절차를 2015년 7월 이전에 밟아야 했지만 당시 소속팀(광저우 푸리)이 만류하는 바람에 시기를 놓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체육요원 신고는 대리인이 불가능해 본인이 직접 해야 한다. 당시 중국 슈퍼리그에서 뛰고 있던 그로서는 중요한 절차를 놓치는 바람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일을 자초한 셈이 됐다.

<황민국 스포츠경향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바로가기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