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감독 대이동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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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은 유독 감독 교체가 많았다. 정규시즌이 끝나자마자 준플레이오프가 끝나기도 전에 감독 교체가 이뤄졌다. 가장 먼저 스타트를 끊은 팀은 NC다.

대한민국에 단 10자리밖에 없는 직업이 있다. 바로 프로야구 감독이다. 10명만 차지할 수 있는 이 자리는 야구팀 전체를 지휘할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이들의 자리는 영원하지 않다. 야구는 프로스포츠다. 성적으로 성과를 증명해야 하는 종목이다. 때문에 팀 성적에 따라 명예와 영광을 누릴 수 있지만 성적을 내지 못하면 초라하게 퇴장해야 한다.

프로야구 NC 다이노스 김경문 전 감독 / 이석우 기자

프로야구 NC 다이노스 김경문 전 감독 / 이석우 기자

매년 프로야구 감독들은 ‘독배’와 ‘축배’를 번갈아 들어올린다. 1982년 프로야구가 출범한 이후 수많은 사람들이 감독직에 올랐지만 계약기간을 채우지 못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사실상 계약기간은 처음 계약 당시에 명시된 조건일 뿐이다. 때문에 프로야구 감독직을 ‘독이 든 성배’라고 일컫기도 한다.

하지만 프로야구 선수생활을 거쳤고 현역생활을 은퇴한 뒤 지도자로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한 이들이라면 최종 목표를 감독으로 삼는다. 승부의 세계에서는 승리가 최고의 보상이다. 한 팀의 지도자가 되어 승리의 축배를 들어올리는 것만큼 야구인들을 기쁘게 하는 일은 없다. 그렇기에 프로야구 감독은 누구나 선망하는 직업이다.

올 시즌은 유독 감독 교체가 많았다. 정규시즌이 끝나자마자 준플레이오프가 끝나기도 전에 감독 교체가 이뤄졌다. 가장 먼저 스타트를 끊은 팀은 NC다. 김경문 NC 감독이 지난 6월 성적 부진을 이유로 지휘봉을 내려놓았고 이후 시즌은 유영준 감독대행이 팀을 이끌었다. NC는 최하위로 시즌을 마쳤다. 시즌 종료와 함께 새 감독 선임이 이루어진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정규시즌 끝나자마자 4팀 감독 교체

NC의 선택은 내부 승격이었다. 외부 인사를 영입한다는 소문이 무성했던 NC는 이동욱 수비코치를 감독으로 선임했다. 내년 시즌 새 야구장에서 개막을 맞이하는 NC는 이 감독을 필두로 ‘데이터 야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계획이다. 뒤이어 다른 구단들의 새 감독 선임 발표가 이어졌다.

다음 주자는 NC의 ‘경남 라이벌’인 롯데였다. 스토브리그 동안 자유계약선수(FA) 계약에만 188억원을 들였던 롯데는 정규시즌을 7위로 마쳤다. 이 같은 성적에 대한 책임을 조원우 감독에게 물은 롯데는 양상문 전 LG 단장을 감독 자리에 올렸다. 양 감독은 2004~2005년 롯데를 지휘한 경험이 있다. 당시 이대호(롯데), 장원준(두산), 강민호(삼성) 등을 키웠던 양 감독은 13년 만에 고향팀으로 돌아오게 됐다.

최하위는 면했지만 간신히 9위로 시즌을 마무리한 KT 역시 감독을 교체했다. KT는 이례적으로 지난 20일 넥센과 한화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이 끝나자마자 이강철 두산 수석코치를 감독으로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두산이 한국시리즈를 치르기도 전에 나온 발표였다.

여기에 SK도 감독 교체 수순을 밟는다. 정규시즌 2위로 플레이오프 직행에 성공했지만 트레이 힐만 SK 감독은 포스트시즌을 마치고 감독직을 내려놓는다고 발표했다. 포스트시즌이 끝나고 나면 SK도 새 감독 선임을 발표할 예정이다. 정규시즌이 끝나자마자 총 4팀의 감독이 바뀌게 된 셈이다.

보통 기존 감독의 사퇴 후 비워진 자리를 새 감독이 채우는 수순이 정상적이다. 하지만 대개 기존 감독의 경질과 새 감독 선임의 발표가 거의 동시에 이루어진다. 그만큼 프로야구 감독직이 ‘인기 직종’이라는 의미다. 실제로 한 팀의 감독 자리가 비워지게 되거나 비워질 예정이 되면 감독 후보군 명단이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후보군에는 감독직을 지내본 사람들의 이름이 자주 오르내린다. 좋은 성적을 냈던 지도자라면 유력 후보로 꼽힌다. 충분히 감독으로서 커리어를 쌓은 이들도 다시 돌아오곤 한다. 때문에 ‘재취업’이 잦은 직종 역시 프로야구 감독이다.

프로야구 선수들은 야구를 시작할 때부터 승부의 세계에 뛰어든다. 경기의 승패에 따라 울고 웃고 짜릿함도 느낀다. 그렇기에 직접 팀을 진두지휘해 팀의 승패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감독의 힘은 생각보다 더 크다. 많은 감독들이 야구계를 떠남에도 불구하고 10개 구단의 감독 자리가 단 한 번도 ‘공석’이 된 적이 없었던 것은 감독직이 그만큼 매력적인 자리이기 때문이다.

마냥 행복할 수 없는 감독이라는 자리

프로야구 감독들에게 가장 많이 건네는 인사 중 하나는 “어젯밤 잘 주무셨습니까”다. 전날밤 숙면 여부에 대해 묻는 이유가 있다. 3월부터 시작되는 프로야구는 길게는 11월까지 이어진다. 정규시즌 경기 수는 팀당 144경기나 된다. 거의 매일을 빠짐 없이 승패를 놓고 싸운다. 경기시간도 적지 않다. 9회까지 치러지는 야구는 3시간 안팎이 소요된다. 연장전까지 넘어가게 되면 5시간을 넘길 때도 있다. 결과에 대한 스트레스를 온전히 받는 것은 감독의 몫이다. 게다가 프로야구는 국내에서 인기 스포츠 종목 중 하나이기 때문에 지켜보는 이들이 많다. 팀을 사랑하는 팬들의 비난의 목소리도 감수해야 한다. 여론 역시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딱히 스트레스를 풀 방법이 없다.

때문에 감독직을 맡게 된 뒤 흰머리가 급격히 늘어나는 일은 다반수다. 술 한 잔에 패배에 대한 쓰라림을 달래기도 하고, 뜬눈으로 밤을 새우기도 한다. 흰머리만큼 주름살도 급격히 늘어난다. 이래저래 건강에 좋지 않은 직업임에는 틀림없다. 실제로 지난 2017시즌에는 2명의 감독이 건강상의 이유로 더그아웃을 비우기도 했다. 김경문 감독은 급체와 어지럼증을 호소해 병원에 입원했고, 김태형 두산 감독도 병원 신세를 졌다.

감독들은 “야구는 선수들이 하는 것”이라고 종종 말하곤 한다. 감독들이 하는 말이 틀린 것은 아니다. 선발 라인업에 오른 9명의 선수와 투수가 함께 경기를 이끌어간다. 감독은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더그아웃에서 팀을 지휘한다. 직접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선수들이다. 그러나 한 팀의 성적을 좌우할 수 있는 것은 결국 감독의 지도력이다. 제아무리 좋은 선수들이 수십 명이 있어도 ‘구슬이 서 말이어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처럼 적재적소에 맞는 선수들을 배치하는 것이 감독의 몫이기 때문이다.

이번 시즌 감독 교체를 한 팀들은 대부분 하위권이었다. 다음 시즌 더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 구단 측에서 결단을 내린 것이다. 그만큼 감독은 팀 전력에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그렇기에 감독이 바뀐 팀들은 올 시즌 성적에 대한 아쉬움을 접고 내년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키울 수 있다. 잇따른 감독 교체 소식이 야구팬들의 관심을 많이 끌 수밖에 없는 이유다.

<김하진 스포츠경향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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