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1강’ 전북의 독주는 언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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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의 독주가 반복되는 것에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전북이 나홀로 독주하고 있는 것이 스포츠의 가장 큰 매력인 경쟁과 긴장을 잊게 만들 수 있어서다.

올해도 프로축구는 ‘전북 천하’가 됐다.

10월 7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2018 KEB하나은행 K리그1 울산 현대와 전북 현대의 경기가 끝난 후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지은 최강희 감독이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10월 7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2018 KEB하나은행 K리그1 울산 현대와 전북 현대의 경기가 끝난 후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지은 최강희 감독이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전북 현대가 같은 ‘현대가(家)’인 울산 현대와 10월 7일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맞붙은 ‘2018 KEB하나은행 K리그1’ 32라운드. 전북은 1-2로 끌려가던 후반 종료 직전 페널티킥을 얻었다. 그리고 골잡이 이동국(39)이 침착하게 찬 공이 골키퍼가 몸을 던진 반대편에 꽂히면서 2-2로 비겼다. 전주에서 관광버스 6대를 대절해 무려 300㎞를 달려온 전북의 열혈 팬들은 폭죽을 터뜨리며 환호했다. 선수들도 팬들 앞에 모여 어깨동무를 하며 펄쩍 뛰었다.

팬도, 선수도 무승부에 기뻐한 것은 시즌 종료까지 6경기를 남긴 시점에서 조기 우승을 확정한 까닭이다. 전북은 이날 무승부로 승점 74점를 쌓아 2위 경남FC와의 승점차를 19점으로 벌려 남은 6경기에 모두 져도 1위가 바뀌지 않는다.

6경기 남기고 조기우승 확정

K리그에서는 팀당 33경기를 치른 뒤 상위(1~6위)·하위(7~12) 스플릿으로 나눠 마지막 5경기를 펼친다. 상위는 우승, 하위는 2부 강등을 놓고 경쟁한다. K리그에서 2012년 스플릿 제도가 도입된 이래 스플릿 라운드 전에 우승팀이 확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전북은 1991년 대우 로얄즈와 2003년 성남 일화와 함께 가장 많은 경기를 남기고 우승한 팀이 됐다.

전북은 이제 K리그 최다 우승(성남·7회) 도전에 단 하나의 우승컵만 남겼다. 1994년 창단한 전북은 2005년 최강희 감독이 지휘봉을 잡기 전까지는 그저 그런 지방의 평범한 팀이었다. 그러나 2009년 처음으로 K리그 정상에 오른 뒤 2011년과 2014년, 2015년, 2017년, 2018년 리그를 제패하며 ‘K리그 1강’으로서 독보적인 위치를 굳혔다. 최근 5년만 따지면 2016년을 빼고 무려 4차례 정상에 올랐다. 전북의 꾸준한 성적은 라이벌이라고 할 수 있는 수원 삼성(5위)과 FC서울(9위)이 시즌 도중 감독이 경질되는 등 예년만 못한 성적에 신음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더욱 놀랍다.

축구전문가들은 그 원동력을 프로다운 투자에서 찾는다. 전북은 K리그에서 유일하게 정규리그와 아시아챔피언스리그를 병행할 수 있는 더블 스쿼드를 갖췄다.

지난해 프로축구연맹을 통해 공개된 연봉 총액만 K리그 최다인 약 156억원이다. 매년 정상급 선수가 최소한 1~2명 영입돼 긴장을 푸는 선수는 내부 경쟁에서 밀려 벤치 신세로 전락하기 일쑤다. K리그 최고의 골잡이라는 김신욱도, 아드리아노도, 이동국도 선발을 장담하지 못한다. 하지만 어떤 선수도 자신이 경기를 뛰지 못하는 것에 불만을 품기보다는 경쟁을 이겨내려고 노력한다. 과거 서울에서 트러블 메이커로 불렸던 아드리아노도 선발 기회가 주어지지 않으면 묵묵히 훈련하면서 기회를 기다렸다. 최강희 전북 감독은 “좋은 분위기, 지지 않는 분위기를 계속 이어가려고 선수들 스스로 노력한다”며 만족감을 보였다.

전북의 또 다른 원동력은 우승을 통해 쌓은 경험이다. 강호로 거듭나면서 우승에 꼭 필요한 고비를 넘길 수 있는 집중력이 생겼다. 전북은 라이벌전이나 우승을 다투는 상대와 맞붙는 승점 6점짜리 경기에서는 더욱 강해진다. 최 감독은 “꼭 이겨야 하는 상대를 만나면 철저히 분석하고 연구해 상대의 장점을 틀어막는 것부터 생각한다”며 “선수들도 경험이 생기니 비길 경기를 이기더라”고 설명했다.

지난 7일 오후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2018 KEB하나은행 K리그1 울산 현대와 전북 현대의 경기가 끝난 후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지은 전북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7일 오후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2018 KEB하나은행 K리그1 울산 현대와 전북 현대의 경기가 끝난 후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지은 전북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전북이 연패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강팀도 연패를 당하면 무너진다. 전북은 올해 K리그에서 유일하게 연패가 없다. 승리가 없었던 가장 긴 시간은 1무 1패를 기록한 12~13라운드뿐이었다. 전북이 시즌 내내 기록한 패배도 단 4번(경남 1패·포항 2패·인천 1패)에 불과했을 정도다. 전북 천하가 올해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는 이유다.

반면 전북의 독주가 반복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전북이 나홀로 독주하고 있는 것이 스포츠의 가장 큰 매력인 경쟁과 긴장을 잊게 만들 수 있어서다.

중국 취임설 도는 최 감독 거취 주목

최 감독조차 우승을 확정한 직후 “(전북의 독주는) 분명히 걱정이 된다”며 “K리그가 하향 평준화되고 있다. 리그 자체가 위축되면 전북이 아닌 다른 팀들은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서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고 하소연했다. 전북이 아낌없는 투자로 정상을 지켜낸 것처럼 다른 팀들도 씀씀이를 조금 더 늘려 K리그 전체가 발전해야 한다는 뜻이다. K리그가 한국 축구 전체의 요람이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한국 축구의 경쟁력 유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다.

다만 나머지 팀들의 각성 여부에 관계없이 전북 천하가 끝날 변수도 남아있다. 매년 시즌이 끝날 무렵이면 반복되던 최 감독의 중국행 소식이 이번에도 들려온다. 올해는 톈진 취안젠이 성적 부진으로 경질된 파울로 소사 감독의 대안으로 최 감독을 낙점했다는 중국 언론의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

최 감독은 우승 직후 기자회견에서 “3년 전부터 이 시기만 되면 계속 (난) 중국에 가 있는 걸로 (기사가 나온다)”라는 말로 일축했다. 그러나 최 감독의 심복인 박충균 코치가 톈진의 감독대행으로 내정됐다는 이야기까지 흘러나오면서 상황은 복잡하게 흘러가고 있다. 박 코치는 축구대표팀과 울산, 전북, 풍생중 등에서 코치로 활약한 경험이 있지만 톈진에서 고액을 들여 지휘봉을 맡길 경력은 갖고 있지 않다. 박 코치가 먼저 톈진을 맡은 뒤 최 감독이 내년 정식으로 부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전북 관계자는 “전북 천하는 최 감독이 부임해 시작된 것”이라며 “우리는 최 감독이 떠날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최 감독이 떠나면 전북도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황민국 스포츠경향 기자 sty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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