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와 애플 사이 ‘사면초가 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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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성에서 애플에 크게 뒤져… 판매량은 화웨이에 추격 당해

세계 스마트폰 시장 에서 삼성전자가 ‘난관’ 에 직면했다. 반도체 호황 덕에 실적은 매분 기 기록을 경신 중이 다. 문제는 핵심인 스 마트폰의 부진이 깊어 지고 있다는 점이다. 화웨이, 샤오미, 오포, 비보 등 중국 제조사 와의 경쟁이 심화하면 서 판매량 격차도 줄 었고 수익성도 떨어졌 다. 2분기 삼성전자의 모바일과 네트워크 등 을 담당하는 IM부문 의 실적은 매출 24조 원, 영업이익 2조6700 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이 11.1%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4 조600억원) 대비 34.2% 줄어든 수치다. 업계에서는 ‘갤럭시S9’의 판매 부진이 영 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 8월 9일(현지시간) 하반기 전략 스마트폰인 ‘갤럭시노트9’을 선보이는 미국 뉴욕 브루클린 바클레이스센터에서 관계자들이 리허설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 8월 9일(현지시간) 하반기 전략 스마트폰인 ‘갤럭시노트9’을 선보이는 미국 뉴욕 브루클린 바클레이스센터에서 관계자들이 리허설을 진행하고 있다.

IM부 문의 2분기 기준 영업이익이 2조원대에 머문 것도 2015년 이후 처음이다. IM부문의 3분기 전망도 밝지 않다.

중국 업체들의 추격은 거세다. 시장조 사업체 가트너의 조사를 보면 화웨이는 2분기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에서 애플 을 꺾고 2위에 올라섰다. 삼성과는 6%포 인트 격차밖에 나지 않았다.

화웨이는 1년 전 12.8%포인트였던 삼성전자와의 점 유율 격차를 절반으로 좁히며 급성장했다. 삼성전자는 1위를 지켰지만 판매량이 12.7%나 감소했다. 애플의 수익성은 더 좋아졌다.

카운터포인트 조사를 보면 애 플의 2분기 스마트폰 평균도매가(ASP)는 724달러(82만원)로 1위를 지켰고, 삼성전 자와의 판매단가 격차는 더 벌어졌다. 삼 성전자의 ASP는 대당 247달러(약 28만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 270달러보다 8% 하락했고 순위도 세계 2위에서 5위로 떨 어졌다. 세계 7대 스마트폰 업체 중 유일 하게 ASP가 떨어졌다. 화웨이는 265달 러로 21% 높아진 것과 대조적이다.

중저가로 선회한 삼성 전략은 통할까

중국 브랜드들은 인공지능(AI), 듀얼 카 메라, 테두리가 거의 없는 베젤리스 등 혁 신기술을 넣은 중고가 스마트폰을 다수 선보이면서 ASP를 높였다. ASP는 제조사 가 이동통신사에 공급하는 가격으로, 소 비자가(출고가)는 이 가격에 국가별 유통 마진 20∼30%가 붙는다. 프리미엄 스마 트폰 혁신이 정체되면서 프리미엄 시장은 위축되고 있지만 인도·동남아·중남미 등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중저가폰 수요가 늘 고 있다. 중국 업체들은 먼저 이 시장에서 매출을 늘려왔다. 삼성전자로서는 후발 중국 업체들의 위협에 대응할 전략 수정 이 대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삼성전자도 전략을 수정하겠다고 공표 했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갤럭시S·노트 시리즈에 적용했던 지문인식, 삼성페이, 빅스비, 듀얼 카메라 등 신기술을 1년여 뒤 갤럭시A·갤럭시J 등 중저가 제품군 에 적용하는 전략을 펴 왔다.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장(사장)은 “과거에는 플 래그십 모델에 신기술과 차별화를 도입 하고 이후 중저가 모델로 옮겼다. 하지만 올해부터 중저가 모델부터 기술과 차별 화 요소를 도입하는 것으로 전략을 바꿨 다”고 말했다.

화웨이 등 중국 업체들이 중저가폰에 프리기엄 기능을 추가하면서 세계 시장 점유율을 늘려가자 삼성전자 도 중저가폰 고급화 경쟁에 본격 뛰어드는 모양새다. 이제 갤럭시A·J 시리즈에 실험적인 기능을 먼저 넣어 시장 반응을 보고, 차기 S 시리즈에 이를 탑재하는 식 으로 전략을 바꿀 것으로 보인다.

공표한 대로 삼성전자는 10월 중저가 스마트폰 두 가지를 먼저 내놓는다. 삼성 전자는 후면에 ‘트리플 카메라’를 탑재한 ‘갤럭시 A7’을 먼저 공개했다. 갤럭시 최초 의 ‘트리플 카메라’다. 화웨이가 올해 초 100만원대 플래그십 모델인 ‘P20프로’에 세계 최초로 트리플 카메라를 탑재한 것 을 중저가 모델로 옮겨온 것이다. 10월 11 일에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후 면에 ‘쿼드(4개) 카메라’를 장착한 ‘갤럭시 A9프로’를 공개하는 행사도 연다. 예상이 맞다면 이 제품은 세계 최초로 스마트폰 후면에 4개의 카메라를 탑재한 모델이 된 다. 내년에 공개할 갤럭시S10보다 먼저 전 면 디스플레이에 지문인식 감지기를 내장 시켰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삼성전자가 중저가 스마트폰을 공개하 면서 글로벌 미디어와 파트너사에 초청 장을 보내고 글로벌 공개행사를 대대적 으로 여는 것도 처음이다. 말레이시아 쿠 알라룸푸르에서 공개행사를 하는 것도 아시아, 중남미 등 신흥시장에서 매출을 늘리겠다는 전략이 엿보인다. 삼성은 프리미엄 제품 공개행사를 북미, 유럽에서 열어 왔다. ‘삼성의 전략 수정’이 어느 정 도 성공할지 주목된다.

화웨이와 애플 사이 ‘사면초가 삼성’

애플은 압도적 경쟁자다. 애플은 매년 9월 신제품을 공개하고 전세계에 순차 적으로 출시하면서 점유율을 끌어올린 다. 4분기에는 점유율 1위도 지킬 수 없 을지 모른다는 위기감은 여기서 나온다. 지난 2016년 4분기에도 2위 애플이 삼성전자를 끌어내리고 1위를 차지했다. 그때 는 0.1%포인트 차이였다. 그 격차는 지난 해 4분기 더 벌어졌다. 애플이 아이폰 출 시 10주년을 기념해 출시한 아이폰X와 아이폰8을 동시에 내놓으면서 점유율을 19.2%로 끌어올리며 18.4%를 점유한 삼 성전자를 1.2%포인트 차이로 따돌렸다.

올해 4분기 애플과 삼성전자의 격차 는 더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수익성도 끌어올려야 한다. 평균도매가 (ASP)를 비교하면 애플이 아이폰 한 대 를 팔 때 삼성은 갤럭시 3대를 팔아야 하는 셈이다.

내년 1분기 ‘폴더블폰’으로 반전 노려

반전카드는 없을까. 삼성은 ‘폴더블폰’을 반전 무기로 준비 중이다. 폴더블폰이 스 마트폰 혁신의 새로운 모멘텀, 새로운 수 요를 만들어내는 계기가 될까. 삼성전자 는 11월 초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 는 ‘삼성개발자콘퍼런스(SDC)’에서 폴더 블 스마트폰의 사양을 공개할 예정이다. 고동진 사장이 미국 CNBC 인터뷰에서 “거의 마무리했다”고 말한 것을 보면 기술 적으로는 완성됐지만 공개 시점을 조율하 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물은 내년 1분 기에 공개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폴더블폰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접 히는 디스플레이’라는 신기술을 체감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지만 가격이 상승 할 것이 분명한 폴더블폰이 어떤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줄 수 있느냐는 회의적 전 망도 있다. 고 사장은 “폴더블 스마트폰의 철학에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며 “폴더블 스마트폰을 접었을 때 사용할 수 있어야 하며, 펼쳤을 때 기존 단말기와 비슷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면 소비자들이 외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폴더블폰에서는 화웨이와 전면 승부 중이다. 화웨이는 “(폴더블폰을) 세계 최 초로 선보이겠다”는 공언을 여러 번 했지 만 최근 시점을 늦췄다. 내년 중순까지 5G(5세대 통신) 폴더블폰을 출시하겠다 는 것이다. 5G폰에 폴더블폰을 결합해 기술을 선도하는 회사라는 이미지도 가 져가겠다는 계산이다. 삼성은 두 번까지 접을 수 있는 폴더블 디스플레이를 구현 해 다 폈을 경우 7인치 이상의 대화면 디 스플레이를 구현할 수 있는 제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화웨이의 기술력 은 어느 정도 될지, 삼성이 기술적으로 압 도적인 성능을 선보일 수 있을지, 삼성이 폴더블폰을 출시하고 중저가 스마트폰 전 략을 수정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임아영 경향신문 산업부 기자 laykn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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