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웹서비스, 짜증 유발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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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유산 홈페이지 보안프로그램 설치 요구, 전자책 구독도 복잡한 과정 거쳐야

서울시 종로구 통인동에 ‘이상의 집’이 있다. 천재 시인으로 불리는 이상 시인이 백부 김연필의 양자로 입양돼 1931년 김연필이 죽을 때까지 머문 곳이다. ‘이상의 집’은 이상 시인과 관련된 거의 유일한 유적지다. 이상은 통인동을 떠난 뒤 효자동, 다동 등에도 머물렀지만 이상의 자취를 알려주는 곳은 이곳뿐이다. 이상 시인을 상징하는 장소인 ‘제비다방’의 정확한 위치에 대해서도 연구자들 사이에 완전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서울미래유산 홈페이지 첫화면

서울미래유산 홈페이지 첫화면

서울시는 2013년부터 ‘이상의 집’을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하고, 문화공간으로 리모델링했다. 이듬해에는 대중에게 공개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이상의 집’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려고 서울미래유산 홈페이지(http://futureheritage.seoul.go.kr)에 접속했다. 서울미래유산 홈페이지에 외국인을 위한 외국어 페이지가 하나도 없다는 것이 놀라웠지만 전혀 예상하지 못한 문구에서 더욱 놀랐다. ‘보안프로그램을 설치하셔야 이용이 가능한 서비스입니다.’

관광 관련 앱, 따릉이 앱도 불편

보안프로그램을 굳이 설치하고 싶지 않아서 모바일 기기로 접속해보기로 했다. 구글에 ‘서울미래유산’을 검색한 뒤 상단에 나오는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다행히도 보안프로그램을 설치하라는 말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상의 집’을 검색하기 위해 ‘둘러보기’ 탭을 눌렀다. 그런데 이번엔 ‘사용하신 페이지는 없는 페이지입니다’라는 문구가 떴다. 공지사항을 확인하기 위해 ‘알림마당’을 눌렀으나 없는 페이지라는 말만 볼 수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구글 검색 위쪽에 나타나는 서울미래유산 모바일 홈페이지는 옛 사이트였다. 네이버, 다음 등 국내 포털에서 ‘서울미래유산’을 검색해야 최신 모바일 홈페이지에 들어갈 수 있다. 서울시 측에서 옛 사이트를 없애지 않았기 때문에 구글 검색에 계속 옛 사이트가 잡히는 것이다.

할 수 없이 다시 PC 화면으로 돌아갔다. 서울미래유산 홈페이지는 키보드 보안, 웹화면 보안 두 가지 프로그램을 설치할 것을 요구했다. 꺼림칙했지만 홈페이지에 접속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서울미래유산 홈페이지에서 공문서를 떼거나 개인정보를 제공할 일은 없었지만 보안프로그램을 설치해야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었다.

보안프로그램을 설치하자 서울미래유산 홈페이지에 정상적으로 접속됐다. 웹화면 보안프로그램 때문에 홈페이지 화면을 직접 캡처할 수는 없다. 하지만 홈페이지에서 이미 각각 문화유산에 관한 사진들을 제공하고 있다. 홈페이지가 제공하는 설명문도 복사·붙여넣기가 가능하며, 참고자료로 붙여놓은 옛 신문기사도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에서 모두 읽을 수 있다. 금융정보 등 은밀한 정보가 오갈 이유가 전혀 없는 홈페이지에서 왜 보안프로그램을 요구하는지 점점 이해할 수가 없었다.

컴퓨터가 조금 느려진 것 같아 윈도 작업관리자에서 웹화면 보안프로그램 ‘MaWebDRMAgent’를 강제 종료시켜봤다. 어떤 이유인지 강제 종료한 뒤에도 보안프로그램은 자꾸 되살아났다.

7월 25일 서울시 문화정책과 관계자는 "지난해 서울시 관련 웹사이트의 보안 수준을 높이기 위해 보안프로그램을 설치했는데, 보안프로그램이 불필요한 곳도 있는 것 같다. 확인해보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8월 2일 현재에도 서울미래유산 홈페이지는 여전히 보안프로그램 설치를 요구하고 있다.

서울미래유산 홈페이지뿐만 아니라 서울시가 만든 홈페이지, 모바일 페이지, 휴대폰 앱 중에서 이용자의 인내심을 시험하는 곳이 몇 곳 있다. 한 관광 관련 앱은 업데이트한 지 하도 오래되어서 최신형 스마트폰에선 아예 다운로드를 할 수가 없다. 서울자전거 따릉이 앱은 초기 화면부터 무조건 지도를 로딩한다. 따릉이 앱 소비자 반응란에는 ‘초기화면 용량이 너무 커서 느리고, 데이터를 너무 많이 쓴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여러 건 붙어 있다.

그 중에서도 서울도서관 전자책 홈페이지(http://elib.seoul.go.kr)만큼 이용자의 불편함을 극대화한 곳도 찾기 힘들다. 서울도서관 전자책 홈페이지는 정확하게 말해 3개의 별개 사이트를 합친 것이다. 통합 전자책 사이트, 구독형 전자책 사이트, 국외 전자책 사이트다. 통합 전자책 홈페이지에서 ‘페미니즘’이라는 키워드로 검색을 하자 2권의 책이 검색됐다. 그 중에서 ‘구독형 전자책’이란 말이 붙어 있는 책은 별도의 웹사이트로 이동한 뒤에야 읽을 수 있다.

구독형 전자책으로 분류된 <그럼에도 페미니즘>을 선택했다. 구독형 전자책을 읽으려면 일단 구독형 전자책 사이트로 넘어간 다음에 별도의 뷰어를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뷰어 설치가 완료되고, 전자책을 다운받은 뒤에도 라이선스 문제를 이유로 책이 열리지 않는 경우가 있다. 서울도서관 측은 “많은 분들이 구독형 전자책의 라이선스 오류를 지적해 주셔서 현재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 8월 초에는 서비스가 안정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자책 유통사별 뷰어 따로 설치해야

통합 전자책 사이트와 구독형 전자책 사이트가 서로 ‘따로 노는’ 문제도 있다. 분명 구독형 전자책 사이트에서 <그럼에도 페미니즘>을 대출했음에도 불구하고 통합 전자책 사이트의 대출란엔 아무 것도 빌리지 않은 것으로 나온다. 구독형이 아닌 일반 전자책을 읽을 경우 도서 유통사마다 제각각의 뷰어를 전부 설치해야 한다. ㄱ사가 유통하는 책은 ㄱ사가 만든 뷰어로 읽어야 하고, ㄴ사가 유통하는 책은 ㄴ사가 만든 뷰어로 읽어야 한다.

모바일 기기로 전자책을 읽으려면 더 복잡한 과정이 필요하다. 일단 서울도서관 앱과 통합 전자책 도서관 앱을 기본으로 깔아야 한다. 여기에 구독형 전자책 뷰어 앱을 미리 깔지 않으면 구독형 전자책은 검색 자체가 사실상 막혀 있다.

일반 전자책을 읽으려면 유통사별 뷰어를 설치해야 한다. 현재 서울도서관에는 4개의 유통사가 전자책을 납품하고 있다. 즉 휴대폰으로 서울도서관 전자책을 자유롭게 읽으려면 총 5가지의 뷰어(유통사 4곳, 구독형 전자책 1곳)를 휴대폰에 설치해야 한다. 여기에 서울도서관 앱, 전자책 앱까지 총 7개의 앱을 설치해야 서울도서관 전자책 서비스 전체를 이용할 수 있다.

서울도서관의 설명에 의하면 서울도서관에서 반영구적으로 제공하는 책이 일반 전자책이고, 매년 목록이 갱신되는 책이 구독형 전자책이다. 하지만 읽는 사람 입장에서는 똑같은 전자책일 뿐이다. 통합 전자책 홈페이지에서는 모든 종류의 전자책을 볼 수 있지만 막상 읽으려면 다른 홈페이지로 이동하거나 새로운 앱을 설치해야 하는 것에서 시민들은 불만을 느끼고 있었다. 서울도서관의 ‘서울도서관에 바란다’ 코너에는 서울도서관 홈페이지와 뷰어 앱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여럿 올라와 있다.

서울도서관은 여러 유통사들의 이해관계 때문에 할 수 없이 여러 가지 뷰어 앱을 설치하게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도서관 관계자는 “국외 전자책의 경우 뷰어 앱을 깔지 않더라도 모바일 기기를 이용해서 읽을 수 있다. 하지만 국내 전자책의 경우 납품사별로 전용 뷰어의 이용을 강제하고 있다. 최대한 많은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해 여러 유통사의 책을 납품받다 보니 부득이하게 뷰어 앱의 개수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서울도서관은 이용자의 편의를 위해서는 홈페이지와 뷰어 앱을 하나로 합쳐야 한다는 것은 인정했다. 서울도서관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도서관 홈페이지와 뷰어 앱을 하나로 통일하는 게 독자 입장에서도 편하고 저희도 관리하기 쉽다. 유통사마다 이권이 각자 다른 상황이지만 하나의 뷰어에서 모든 전자책을 읽고, 한 홈페이지에서 모든 전자책을 찾을 수 있도록 개선해나갈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백철 기자 pudmak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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