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결제’ 아성 무너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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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 대체 수단인 페이결제, 모바일 직불결제, 앱투앱 결제 등 속속 도입

지난해 중국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은 현지 식당에서 먹은 음식과 택시요금 등을 모두 위챗페이로 결제했다. 문 대통령은 베이징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난 뒤 대사관 직원이 테이블 위 바코드에 스마트폰을 대고 결제를 하자 ‘쉽고 빠른 결제’에 깜짝 놀랐다.

삼성전자 홍보 모델들이 제과점에서 빵을 구매한 후 ‘삼성페이’를 이용해 결제하는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홍보 모델들이 제과점에서 빵을 구매한 후 ‘삼성페이’를 이용해 결제하는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문 대통령이 놀란 ‘위챗페이’ 방식이 한국에도 속속 도입되고 있다. 카카오는 소상공인들에게 QR코드를 나눠주며 ‘카카오페이’로 결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고, 한국은행을 중심으로 국내 은행들도 모바일 직불결제 시스템을, 정부와 지자체도 ‘서울페이’라는 이름으로 은행계좌로 바로 상품대금을 입금해주는 시스템을 연내에 도입할 계획이다. 새로운 결제시스템의 ‘급류’가 다가오는 가운데 과연 20여년간 사람들의 생활에 깊숙이 뿌리내린 신용카드 결제방식에 변화가 올지 매우 궁금하다. 신용카드의 아성이 과연 무너질 수 있을까.

신용카드, 외환위기 이후 자리잡아

1978년 외환은행(현 KEB하나은행)은 비자카드와 제휴해 국내에 첫 신용카드를 내놓았다. 그러나 당시만 해도 현금결제에 익숙했고 신용카드는 세원이 그대로 노출되기 때문에 신용카드가 보편적 결제수단으로 자리잡기는 힘들었다. 그러다 신용카드가 본격적으로 자리잡게 된 배경에는 정부의 정책적 배려가 있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정부는 소비 활성화를 외쳤고, 특히 2000년 들어서 세원 확보 차원에서 신용카드 사용을 장려했다. 신용카드 사용금액이 소득공제 대상에 포함됐다. 이때부터 ‘마구잡이’로 신용카드를 발급해 2003년 ‘카드대란’이 일어나는 등 부작용도 생겨났다.

한국은행 자료를 보면 1990년까지만 해도 신용카드 이용금액은 5조3231억원에 불과했다. 그러나 2000년 48조7652억원, 2010년 412조1061억원, 2017년 627조3418억원으로 급성장해 왔다.

신용카드가 결제금액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한국이 다른 나라에 비해 유독 높다. 한국은행 자료를 보면, 신용카드가 결제금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한국은 절반(55%)을 넘는다. 미국만 해도 25%에 불과하고, 독일은 4%에 불과하다. 물론 외국은 한국에 비해 신용카드 발급률 자체가 낮다는 이유도 있겠지만 신용카드가 얼마나 생활 속에 깊이 뿌리박혀 있는지 보여주는 숫자이다.

이 같은 신용카드의 ‘아성’이 최근 흔들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소·영세 자영업자들의 애로사항 중 하나로 카드 수수료가 꼽히면서 이를 대체할 수단이 필요하다는 지적과 대안이 잇따라 나오면서다.

신용카드가 갑자기 ‘문제아’로 찍히면서 코너에 몰리게 된 배경에는 수수료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 현재 신용카드 수수료는 매출액 3억원 이하 영세자영업자의 경우 0.8%이지만 평균 수수료가 2.1%이다. 서울시가 지난 4월 조사한 결과, 편의점은 평균 연 매출이 6억7900만원에 영업이익 2900만원, 카드 수수료가 900만원이었다. 전체 벌어들인 돈에서 30%가량이 수수료로 나갔다는 뜻이다. 그러나 카드 수수료율은 카드업계의 강한 반발에 부딪힐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신용카드 이외에 대체 결제수단을 찾자는 목소리가 많아졌고, 여기서 등장한 대안이 바로 위챗페이와 같은 모바일 직불결제 서비스, 앱투앱 결제 등이다.

중소·영세 자영업자들 수수료에 울어

한국은행은 지난달 31일 국내 금융사와 금융유관기관이 참여하는 금융정보화추진협의회의 이름으로 모바일 직불서비스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소비자가 스마트폰에 설치한 애플리케이션으로 가맹점이 제시하는 QR코드를 찍어 자신의 은행계좌에서 바로 가게 주인의 은행계좌로 돈을 지불하는 방식이다. 협의회는 오는 10월까지 기술표준을 만들고 내년 상반기 중에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이와 유사한 흐름은 ‘서울페이’이다. 서울페이 역시 스마트폰 앱으로 판매자 QR코드만 인식하면 구매자 계좌에서 판매자 계좌로 이체되는 직거래 결제시스템이다. 서울시 역시 정부와 협의해 올해 안에 서비스를 도입하고 정부는 2020년까지 전국으로 확산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앞서 카카오페이가 지난 6월부터 ‘소상공인 QR코드’를 이용해 카카오페이 결제방식을 도입했다. 올해 초 인터넷 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역시 이와 유사한 방식인 앱투앱 결제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는 ‘은행이 주도하느냐’, 아니면 ‘IT기술 업체들이 주도하느냐’ 또는 ‘공공부문이 주도하느냐’의 차이가 있지만 어느 쪽이든 신용카드 대신 모바일을 기반으로 직불결제를 유도하겠다는 움직임이다. 어느 방식이든 현재 높은 신용카드 수수료율보다는 수수료율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건 사람들이 얼마나 이용하느냐다.

신용카드의 가장 큰 혜택은 20여일 뒤에 결제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할부 거래도 가능하다. 신용카드가 주는 각종 할인혜택도 무시할 수 없다. 결제할 때마다 쌓이는 포인트도 현금처럼 쓸 수 있다. 그러나 ‘페이 결제’, ‘모바일 직불 기반 서비스’에는 할인혜택을 기대하기 힘들다.

사용 편의성도 신용카드 결제 관행 문턱을 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지갑 또는 휴대전화 커버에 꽂힌 신용카드를 바로 빼서 결제할 수 있는 데 비해 휴대전화를 열고 해당 앱을 찾아 구동시켜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관건은 소비자가 신용카드를 버리고 ‘모바일 결제’를 택할 혜택을 얼마나 제공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정부는 일단 ‘서울페이’가 잘 정착되도록 하기 위해서 소득공제 40%를 적용하겠다고 발표했다. 물론 국회를 통과해야 하는 문제가 남아있지만 현재 신용카드 소득공제율이 15%이고 체크카드도 30%라는 점을 감안하면 굉장히 높은 수치이다. 소득공제 혜택으로 소비자를 유인하겠다는 의도다. 서울시에서는 신용카드처럼 할인이나 적립 등의 혜택도 구상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어느 방향이든 급격하게 바뀌긴 쉽지 않다”면서 “그러나 신용카드 이외에 다양한 방식이 서로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지선 경제부 기자 vis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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