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시장’ 눈독 들이는 카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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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엠 흡수합병 뒤 음악·영상콘텐츠의 전문기업으로 분사 계획

최근 코스닥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라이징스타’ 중 한 곳이 드라마 제작 전문업체인 ‘스튜디오 드래곤’이다. 스튜디오 드래곤은 CJ E&M이 2016년 드라마 사업 부문을 분사해 독립시키면서 탄생했다. ‘도깨비’, ‘시그널’ 등을 잇따라 흥행시키면서 설립 2년 만에 매출은 1.5배가량, 영업이익은 4배가량 뛰었다. 넷플릭스가 거액을 들여 방영권을 사간 ‘미스터 션샤인’도 스튜디오 드래곤의 작품이다. 코스닥에서도 지난해 11월 24일 상장된 첫날부터 상한가를 기록하더니 6월 들어 주가가 10만원을 상회하는 중이다. 시총규모도 벌써 2조8000억원을 넘어서 코스닥 8위에 올랐다.

조수용(왼쪽)·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가 3월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새로운 경영 비전인 ‘헤이 카카오 3.0’을 발표하고 있다. / 카카오 제공

조수용(왼쪽)·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가 3월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새로운 경영 비전인 ‘헤이 카카오 3.0’을 발표하고 있다. / 카카오 제공

국민연금은 ‘합병 반대’

스튜디오 드래곤이 대박을 낸 뒤 대기업들의 콘텐츠 제작사업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는 추세다. 카카오도 시장에 뛰어들었다. 지난 5월 21일에는 알짜 자회사인 ‘카카오엠’을 흡수합병한 뒤 음악 및 영상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콘텐츠 전문회사를 설립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업계에서는 “‘스튜디오 카카오’가 나올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카카오의 드라마 제작 도전이 성공으로 이어질지에 대한 재계의 관심도 뜨겁다.

카카오엠의 전신은 2016년 1월 카카오가 인수한 로엔엔터테인먼트다. 로엔엔터테인먼트는 디지털 음원 서비스 1위 플랫폼인 ‘멜론’을 주력으로 하는 회사였다. 카카오는 로엔을 인수하면서 1조8000억원을 쏟아부었는데, 로엔의 수익성을 감안하더라도 인수비용이 너무 높다는 지적을 받았다. 카카오는 로엔 인수자금을 대기 위해 백방으로 뛰며 분주한 시간을 보내야 했다.

고비용 논란이 있었지만 로엔은 꾸준히 성장했고, 올 3월에는 사명을 카카오엠으로 바꾸면서 카카오의 정체성을 보다 강화했다. 카카오의 카카오엠 흡수합병이 영 뜬금없는 결정도 아니었다. 로엔 인수 후 카카오는 주수익원인 음원·음반사업 외에도 연예인 매니지먼트사나 소규모 제작사 등을 인수하며 영상 콘텐츠 부문에도 계속 관심을 내비쳤다. 카카오엠에 어떤 방향으로든 사업 개편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증권가를 중심으로 나왔다.

카카오는 결국 5월 17일 카카오엠을 흡수합병키로 결의했다. 합병 목적으로 카카오톡과 멜론의 연계를 통한 음원 서비스 강화, 합병 후 카카오엠의 음악 및 영상사업의 별도법인 분사를 내걸었다. 합병가액은 카카오가 주당 11만5808원, 카카오엠이 주당 9만2917원으로 결정됐다. 합병가액을 기준으로 한 양사 간 합병비율은 ‘1대 0.802’로 제시됐다.

주식시장의 ‘큰손’인 국민연금은 처음부터 합병을 반대했다. 합병 결의를 위한 임시주총에서도 반대표를 던졌지만 카카오가 카카오엠의 지분을 76% 넘게 들고 있는 터라 대세를 뒤집지는 못했다. 국민연금이 공시한 의결권 행사내역을 보면 국민연금은 “카카오엠 대비 수익성 등이 낮은 카카오 주주로의 전환이 주주가치를 훼손할 우려가 있어 반대한다”는 의견을 냈다.

배당수익에 기대를 거는 국민연금 입장에서는 반대하는 게 당연했다. 5월 분기보고서를 기준으로 카카오엠은 2016년에는 주당 1004원을, 2017년엔 574원을 배당했다. 모회사인 카카오의 지분율이 높은 점을 감안한 고배당 정책일 수도 있지만 24%에 달하는 소액주주들에게는 좋은 일이었다. 반면 카카오는 2016년과 2017년 모두 148원 배당에 그쳤다. 합병 소식이 알려진 이후 카카오엠의 주가는 한때 8만원선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카카오엠은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가 1000억원을 넘을 경우, 카카오는 주주 20% 이상이 반대할 경우 합병을 철회하겠다고 조건을 달았지만 변수는 생기지 않았다. 재계에서는 이번 합병을 두고 ‘모험’이라는 평가를 내놓기도 한다. 한 재계 관계자는 “통상 잘되고 있는 기업을 인수할 경우 개입을 최소화하고 독립적으로 성장할 수 있게 지원하는 게 최근 추세”라며 “흡수합병 후 재분사의 결과가 어떻게 나타날지가 관건”이라고 밝혔다.

카카오표 드라마 쏟아지나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카카오가 밝힌 청사진인 ‘음악 및 영상 콘텐츠’ 중 영상 콘텐츠 쪽에 더 주목하고 있다. 음악 콘텐츠 부문이야 이미 카카오엠이 잘해 오던 분야다. 음원 서비스 2위 업체인 KT의 지니뮤직이 7월 25일 CJ의 음원 서비스인 엠넷닷컴을 인수키로 했지만 멜론의 아성을 위협할 정도는 아니다. 큰 변수가 없는 한 현상유지만 해도 업계 1위 수성이 가능한 상태이고, 카카오톡 등 다른 플랫폼들과의 시너지효과를 통해 시장 확대도 노려볼 수 있다.

반면 영상 콘텐츠 부문은 아직까지 카카오 입장에서는 미지의 영역이다. 이 분야에 대한 본격적인 투자도 2016년 로엔을 인수한 이후 진행됐다. 이 때문에 카카오가 굳이 카카오엠을 합병한 이후 재차 분사를 시킨다면 음악보다는 영상 콘텐츠 강화에 더 목적이 있다고 업계는 해석한다. 장기적으로는 스튜디오 드래곤이나 J콘텐트리 등과 같은 드라마 제작업체 설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드라마에 대한 카카오의 욕심은 곳곳에서 확인된다. 카카오엠은 로엔 시절이던 지난해 5월 CJ E&M의 드라마 제작 자회사인 스토리플랜트를 인수한 뒤 메가몬스터로 사명을 변경했다. 메가몬스터는 올 하반기에 지상파 방송을 통해 첫 자체 제작 드라마를 방영할 예정이다. 카카오엠은 지난해 모바일 콘텐츠 제작사인 크리스피 스튜디오도 설립해 웹드라마를 선보이기도 했다. 드라마 제작을 위한 전문인력을 확보하고 꾸준히 제작 노하우도 쌓아온 셈이다. 합병이 결정된 이후인 6월에는 배우 이병헌 등이 소속된 BH엔터테인먼트와 공유, 전도연 등이 소속된 메니지먼트 숲과 전략적 제휴를 맺기도 했다. 재계는 카카오엠이 이들 기획사의 지분 상당수를 인수한 것으로 추정 중이지만 카카오엠은 “구체적인 제휴 내용 등은 밝힐 수 없다”고 공시했다.

드라마 제작뿐만 아니라 기존 자사의 플랫폼이 보유한 유통망이나 지적재산권(IP)을 활용한 드라마 기획·유통에도 나설 것으로 업계는 전망한다. 6월 방영 이후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카카오의 웹툰 서비스인 카카오페이지에 연재된 동명의 웹툰 IP를 활용해 드라마 제작에 참여한 사례다. 한 엔터테인먼트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가 드라마 제작 이외에도 여타 다양한 영상 콘텐츠의 제작·기획·공급까지 맡는 종합 스튜디오 개념의 자회사 설립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제작인력 확보를 위해 추가로 전문제작사 등을 인수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카카오는 합병작업이 실질적으로 완료되는 9월 초를 기점으로 두 달 내 음악 및 영상 콘텐츠를 전담하는 새 자회사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신속한 의사결정과 효율적인 투자로 국내 최대 콘텐츠 제작 전문기업을 만들어갈 방침”이라며 “자회사 설립은 현물출자 방식이 유력하나 상황에 따라 다양한 지분투자나 전략적 제휴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송진식 기자 truej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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