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황 누리는 NBA, ‘서고동저’ 격차 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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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 르브론 제임스의 LA 레이커스 이적과 ‘폭군’이라 불리는 센터 드마커스 커즌스의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이적으로 NBA의 ‘서고동저’는 역대 최대 격차를 벌릴 전망이다.

서고동저. 20년 가까이 미국프로농구(NBA)에서 이어져오고 있는 트렌드다. NBA는 크게 서부콘퍼런스와 동부콘퍼런스로 나뉘는데, 서부콘퍼런스의 수준이 동부콘퍼런스보다 더 높다는 뜻에서 ‘서고동저’라는 표현이 쓰이고 있다.

지난 5월 23일(현지시간) 열린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전에서 미 프로농구 보스턴 셀틱스의 제이슨 테이텀이 르브론 제임스를 제치고 레이업슛을 하는 장면. / 연합뉴스

지난 5월 23일(현지시간) 열린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전에서 미 프로농구 보스턴 셀틱스의 제이슨 테이텀이 르브론 제임스를 제치고 레이업슛을 하는 장면. / 연합뉴스

현재 NBA는 역대 유례가 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지난 2017~2018시즌 NBA 정규리그 총관중수는 2212만4559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정규리그 평균 관중수도 1만7987명으로 역대 최고였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NBA 30개 구단 가치를 모두 합하면 10억 달러(약 1조원)를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ESPN과 TNT는 2016년 2024~2025시즌까지 TV 중계권 계약을 체결했는데, 그 금액이 무려 240억 달러(약 26조800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다가오는 2018~2019시즌 NBA의 ‘서고동저’는 여러 이슈로 역대 최대 격차를 벌릴 전망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절정에 서 있는 NBA의 인기가 다시 식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충격적이었던 두 가지 이슈

얼마 전 NBA에 두 가지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첫 번째는 ‘킹’ 르브론 제임스의 LA 레이커스 이적이었다. 고향팀인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를 떠나 레이커스로 이적한다는 것 자체도 큰 뉴스였지만, 보다 더 놀라웠던 점은 데뷔 후 줄곧 동부콘퍼런스에서만 뛰어왔던 제임스가 처음으로 서부콘퍼런스로 무대를 옮긴다는 것이었다. 제임스는 무너져가는 동서의 균형을 그래도 어느 정도 잡아준 동부콘퍼런스 최후의 보루였다. 지난 8시즌 동안 르브론 제임스가 속해 있던 팀이 모두 챔피언결정전까지 진출한 것이 이를 증명한다. 그 8시즌에서 세 번을 우승했는데, 제임스가 없었다면 동부콘퍼런스 팀이 세 번의 우승을 차지하기란 어려웠을 것이다. 현역 최고 선수로 꼽히는 제임스의 서부콘퍼런스 이적으로 그 균형은 하루 아침에 무너지게 됐다.

두 번째는 ‘폭군’이라 불리는 센터 드마커스 커즌스의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이적이다. 골든스테이트는 최근 커즌스와 1년 530만 달러(약 59억원)라는 헐값에 계약을 맺었다. 지난 4시즌 가운데 세 번이나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한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는 역대 최고 팀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스테픈 커리, 케빈 듀란트, 클레이 톰슨, 드레이먼드 그린 등 지금 전력만으로도 최강 소리를 듣는데, 여기에 괴물 센터 커즌스까지 합류하면서 논란에 불을 지폈다. 다가오는 NBA의 팀당 샐러리캡(한 팀 선수들의 연봉 총액이 일정액을 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제도)은 1억186만9000 달러(약 1141억원)인데, 골든스테이트는 이미 이 기준을 넘어선 지 오래다. ‘사치세’를 내야 할 수준이다. 물론 커즌스가 지난 시즌 100% 재활이 불투명한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언제 복귀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점에서 골든스테이트가 도박을 한 것일 수도 있지만, 만약 커즌스가 재활에 성공하고 돌아올 수 있다면 골든스테이트를 막을 팀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다음 시즌 우승반지를 골든스테이트 선수들에게 미리 주자’는 선수들의 불만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NBA가 문을 열자마자 서고동저 현상이 계속해서 이어져 왔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처음에는 동부콘퍼런스가 더 강했다. 챔피언결정전 최다 우승팀인 보스턴 셀틱스(17회), 그리고 1990년대에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을 앞세워 6번의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한 시카고 불스 등 동부콘퍼런스가 서부콘퍼러스에 비해 더 돋보였다.

하지만 2000년대로 넘어오면서 이러한 균형이 크게 무너졌다. LA 레이커스, 샌안토니오 스퍼스가 앞에서 서부콘퍼런스를 이끌며 무수한 우승을 쓸어담기 시작했다. 스타 선수들도 서부콘퍼런스로 이적하는 경우가 빈번해지면서 격차가 더 벌어졌다. 동부콘퍼런스에서 승률 5할이 안되는 팀이 플레이오프에 나가는 경우가 생긴 반면, 서부콘퍼런스에서는 승률 5할 이상을 찍고도 탈락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동부콘퍼런스는 어떻게

지난 시즌에 조금 격차가 줄어드는 듯했지만, 다음 시즌에는 다시 원래대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정규리그 MVP 경력이 있는 현역 7명의 선수 모두 차기 시즌에 서부콘퍼런스에서 뛴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물론 ‘젊은 사자’라 불리는 브래드 스티븐스 감독의 보스턴이나 지난 시즌 동부콘퍼런스 정규리그 1위팀인 토론토 랩터스, 그리고 젊은 선수들의 재능이 마침내 터진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 등 동부콘퍼런스에도 눈에 띄는 팀들은 있다. 그러나 전체적인 수준을 놓고 보면 여전히 동부콘퍼런스가 밀리는 것이 사실이다.

NBA 사무국도 이와 같은 상황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다. 그래서 여러 모로 방안을 강구하고 있는데, 해결이 쉽지 않다. 서고동저 현상은 특히 서부콘퍼런스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면이 많다. 아무리 전력을 보강해도 전체적인 수준이 워낙 높기 때문에 그만큼의 성과를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플레이오프 포맷을 바꾸자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것도 그 이유에서다. 현재 플레이오프는 동부콘퍼런스와 서부콘퍼런스에서 각 8팀씩 올라간 뒤 각자 콘퍼런스에서 플레이오프를 치른다. 그리고 최후의 승자 두 팀이 챔피언결정전을 가져 우승팀을 가린다. 이런 포맷을 바꿔 동부와 서부 구분 없이 리그 전체 상위 16개 팀이 리그 전체 순위에 맞춰 시드를 배정받아 함께 플레이오프를 치르자는 것이다. 다만 이 경우 동부콘퍼런스 팀들의 거센 반발이 유력하다. 제임스도 클리블랜드 시절 이런 의견에 대해 반대의사를 표명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콘퍼런스를 다시 개편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괴짜 구단주’로 유명한 댈러스 매버릭스의 마크 큐반 구단주는 “동부와 서부에서 각각 4팀씩 콘퍼런스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는데, 이는 팀 이동으로 인해 콘퍼런스의 불균형을 어느 정도는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다만 아담 실버 NBA 총재가 이에 대해 “현재로서는 그런 생각이 없다”고 말해 실현 가능성은 희박하다.

결국 서고동저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NBA가 최고의 호황기를 누리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지금 상황이 계속된다면 언젠가는 NBA도 심각한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무조건 서부가 승리하는 게임을 누가 계속 보고 싶어하겠나. 보다 획기적인 대책이 필요한 때다.

<윤은용 스포츠경향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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