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이야기

DMZ 생태를 담아 남북평화 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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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사업본부는 DMZ(비무장지대)의 자연을 담은 기념우표 2종을 6월 25일에 발행했다.

이번 우표에는 철조망 주변을 여유롭게 거닐고 있는 한국 고유 아종(생물 분류학상 종의 하위단계로 동일 종 중 지역적 차이가 있는 집단이 인정되면 사용된다)인 고라니와 보랏빛 꽃을 피운 얼레지의 모습을 담았다.

우정사업본부는 DMZ(비무장지대)의 자연을 담은 기념우표 2종, 84만장을 6월 25일에 발행했다.

우정사업본부는 DMZ(비무장지대)의 자연을 담은 기념우표 2종, 84만장을 6월 25일에 발행했다.

고라니는 몸길이 약 77~100㎝ 정도의 사슴과 고리니속의 포유동물로 단독생활을 한다. 대개 새벽과 해질녘에 활발하게 활동한다. 대형 초식동물로 주로 DMZ 중서부 내륙지역에 많이 서식하고 있다. 여러 마리가 한 지역에서 발견되기도 한다. 이름이 다소 생소한 얼레지는 DMZ 구역에 자생하는 외떡잎식물 백합목 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로, ‘가재무릇’이라고도 한다. 주로 높은 지대의 비옥한 땅에서 자란다. 4월쯤 개화하고 한 개의 꽃이 아래를 향해 핀다.

우표의 디자인을 유심히 봤다. 고라니는 촘촘한 철조망을 뒤로 한 채 무성한 풀 속을 거닐고 있다. 얼레지는 부서지고 녹슨 철모 사이에 피어 있다. 전쟁과 분단의 기억, 그리고 아픔을 되새김질했던 시간이 스쳐간다. 그런데 왠지 모를 위안이 밀려온다. 자연이 주는 위로 때문만은 아니다. 우정사업본부는 DMZ의 때 묻지 않은 생태계를 알리기 위해 2016년부터 올해까지 3년간 시리즈로 기념우표를 발행해 왔다. <우정이야기>에서도 2016년 저어새와 박새, 2017년 다람쥐와 물총새를 소개한 일이 있다. 하지만 그때는 지금과 같은 위안이나 위로는 없었다. 아마도 최근 일고 있는 남북화해의 물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필자가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은 한반도 주변 정세의 전개 양상이 과거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최근의 흐름은 종전의 화해 분위기와 차이가 난다. 가장 주목해야 할 사항은 남한과 미국이 동시에 북한과 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남북과 북·미는 겉과 속이다. 남북관계 개선 없이 북·미관계 개선 없다. 북·미관계 진전 없이 남북관계의 진전도 없다. 동시에 발전을 이룰 때 명실상부하게 한반도 평화의 시대를 열 수 있다. 과거는 그렇지 않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북한은 늘 엇박자를 놓았다. 남한과 미국을 이용했다. 남북관계를 북·미관계에, 북·미관계를 남북관계에 활용했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남북 긴장의 타래가 풀리려고 하면 핵과 인권문제를 들고 나왔다. 화해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그러나 올해 들어 남한과 미국이 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 겉으로는 그렇다. 북한 핵 해결이라는 미국의 요구와 한반도 평화, 남북통일이라는 우리의 열망이 일치된 때문이다.

또 다른 하나는 북한이 남북, 북·미대화에 어느 때보다 적극적이라는 점이다. 과거에는 수동적이었다.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되는 과정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 취소를 언급했지만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자존심을 구겨가면서까지 트럼프에게 매달렸다. 북·미 정상회담 전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을 찾았다. 회담을 마친 뒤에도 시 주석을 다시 만났다. 한반도가 탈냉전과 평화공존으로 다가가고, 또 되돌릴 수 없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남북화해는 한반도 허리를 두르고 있는 DMZ를 연결하는 일련의 작업이다. 남북 DMZ가 이어지면 DMZ 자체가 자연의 통일기념비가 될 것이다. 미답의 DMZ가 자연의 보상만이 아니라 평화의 선물이 되는 셈이다. 비록 한 장의 우표를 통한 DMZ의 생태에 대한 탐문도 남북화해로 가는 여정이라는 기분이 든다. 고라니 눈빛과 얼레지 꽃색이 더 고와 보인다.

<김경은 편집위원 jj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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