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이야기

전통공예에 담긴 ‘한국의 솜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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솜씨의 사전적 의미는 숙련된 상태의 역량이다. 하지만 뛰어난 기술 혹은 기량을 뜻하는 손재주라는 단어로는 대체할 수 없다. 거기에는 지적이며 예술적 활동이 가미되기 때문이다. 즉 예술적 상상력과 뛰어난 손재간이 결합된 의미라고 할 수 있다. 우정사업본부가 지난 6월 1일 발행한 ‘한국의 솜씨’ 기념우표에서도 이를 알 수 있다. 기념우표에 담은 작품은 서신정 채상장(彩箱匠)의 삼함채상, 최유현 자수장의 효제충신도, 김희진 매듭장의 이작노리개, 구혜자 침선장의 영조대왕 도포(재현) 등이다. 모두가 한국인의 정서와 미의식, 문화 정체성, 그리고 선과 색, 그리고 조형의 아름다움이 배어 있는 최고의 규방공예품이다. 예술적 가치가 높은 것은 말할 필요가 없다. 우정사업본부도 그 가치를 훼손하지 않기 위해서 애를 썼다. 우표에 금박·보라박 등 다양한 색감 특수기법을 활용해 전통공예품의 미적인 부분이 한층 돋보이게 했다. 우표 표면에 엠보싱 효과를 적용해 전통공예품을 입체감 있게 표현했다. 강성주 우정사업본부장은 “국민들이 전통공예에 담긴 뛰어난 손기술과 미적 감각을 느끼고, 우리나라의 전통공예를 세계에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우정사업본부는 지난 6월 1일 한국인의 정서와 미의식이 담긴 전통공예품을 소재로 한 ‘한국의 솜씨’ 기념우표 4종, 68만8000장을 발행했다.

우정사업본부는 지난 6월 1일 한국인의 정서와 미의식이 담긴 전통공예품을 소재로 한 ‘한국의 솜씨’ 기념우표 4종, 68만8000장을 발행했다.

채상은 죽세공예품의 정수다. 주로 궁중과 귀족계층 여성이 옷이나 장신구, 침선구 등을 담는 용기다. 이 용기는 물들인 대나무 껍질을 가늘고 길게 자른 대오리를 종이띠처럼 짰다. 채상은 대오리가 얼마나 가늘고 얇은지 실로 짠 듯하다. 채상 기술은 삼국시대부터 내려오는 전통공예술이지만, 현재는 서인정 채상장이 그 명맥을 홀로 잇고 있다.

아름다움의 극치를 표현할 때 흔히 ‘비단에 수를 놓은 듯하다’고 비유한다. 오색실로 글자나 무늬를 만드는 게 자수다. 우리 조상은 의복, 장신구뿐만 아니라 방석, 병풍, 가구 등 다양한 생활용품에 자수를 적용했다. 전통자수는 단순한 직물 장식이 아니다. 평수(좁은 면을 한 땀씩 메워서 놓는 수), 이음수(윤곽이나 그림의 일부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바늘땀이 겹치도록 선 모양으로 수놓는 기법), 매듭수(실을 바늘에 감아 매듭지게 놓는 수) 등 다양한 기법을 사용하여 독특한 재질감이 느껴지도록 만들어 그림보다 더 그림 같다. 최수현 자수장은 오색실로 인생의 길을 내고 그 길을 걸었다는 평가를 받는 전통자수의 대가이다.

자수가 아름다움의 극치로 비유된다면 매듭은 ‘손의 언어이자 마음의 꽃’이라고 불린다. ‘매듭’은 다양한 색상의 끈목을 맺고 죄는 방법으로 모양을 만든다. 옷이나 노리개 같은 장신구에 많이 사용한다. 가장 흔한 게 두 개 노리개를 한 벌로 꾸민 이작노리개다. 특히 전통매듭은 완성된 모양의 앞뒤가 같고 좌우가 대칭을 이루는 균형미가 특징이다. 중심에서 시작해 중심으로 끝나는 질서미도 특징 중 하나다. 생활에서 자주 쓰는 물건이나 꽃·곤충 등을 본뜬 것들이 많으며, 중앙에 우물 정(井) 자가 생긴다. 김희진 매듭장은 전통매듭 기법을 복원하고 새로운 기법을 고안, 전통미과 현대미를 결합시켰다는 평을 받고 있다.

‘침선’은 바느질로 의복을 만드는 일을 말한다. 전통의복은 대부분 평면재단을 한다. 평면재단이란 바닥에 놓고 옷본을 뜨는 것이다. 이를 마름질이라고 한다. 이어령 선생은 <우리문화 박물지>에서 “양복은 걸어놓는 옷이고 한복은 ‘개켜놓는 옷’”이라고 말했다. 이는 역설적 말이다. 한복은 사람이 입어야 비로소 입체감이 살아난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평면적으로 도안된 한복이 어떻게 사람이 입으면 옷의 매무새가 살아나는가. 평면구성이기 때문에 이에 맞게 홈질, 박음질, 감침질, 공그르기, 시침질, 사뜨기 등 다양한 침선법이 그 해답이다. 구혜자 침선장은 유일하게 영조대왕 도포를 원본에 가깝게 재현한 전통예술가다.

<김경은 편집위원 jj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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