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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만원 세대 10년, 세상은 달라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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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문제라는 것이 과거와 성격이 달라졌을 수 있어요. 과거에는 민주화를 쟁취하는 데 앞장선 세대였다면, 지금은 사회·경제적 구조가 바뀌고 경제가 글로벌화하면서 그동안 대처하지 않았던 사회·경제 문제를 직면하면서 벌어지는 문제이지 않을까요.” 주수정씨(30)의 말이다. 그는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라는 단체의 이사를 맡고 있다. 09학번으로 대학에 들어갔던 그는 ‘운동권’의 경험이 없다. “대학을 다닐 때 마르크스 책 같은 것을 읽은 경험이 아예 없어요. 경쟁에 치이고 살기 힘들다보니, 왜 이런 식으로 살아가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아 어려움을 토론하다보니 사회·경제 구조가 그렇게 재편되었고, 그렇지 않은 나라도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죠.” 그렇게 떠올린 답이 ‘복지국가’였다.

지난 2016년 8월, 서울시가 청년수당에 대한 정부의 직권취소 조치에 항의하며 서울청사와 길거리에 내걸었던 대형현수막. / 서울시 제공

지난 2016년 8월, 서울시가 청년수당에 대한 정부의 직권취소 조치에 항의하며 서울청사와 길거리에 내걸었던 대형현수막. / 서울시 제공

“광역 기준으로 볼 때 2030 청년인구가 27~30%를 차지합니다. 그런데 지방정부 정책 중 청년정책 예산은 1%도 안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광역 단위에서 조례는 청년기본조례가 다 만들어졌는데, 집행할 부서도 안 만들어진 곳도 많습니다. 청년정책 예산을 현실화시키고, 지방정책에 청년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해 15% 청년 참여 의무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엄창환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 대표의 말이다. 03학번인 그는 기계공학과를 졸업했다. 자동차회사 취직을 목표로 했다가 진로를 바꿨다. “그렇게 해서 자동차회사에 연구직으로 들어간다고 쳐요. ‘컨베이어벨트가 어떻게 효율적으로 작동하게 할 것이냐’를 연구하게 되겠죠. 결국 내가 하는 연구가 누군가의 일자리를 뺏는 결과를 가져올 겁니다. 이게 과연 좋은 일인가 회의하면서 청년활동으로 눈을 돌렸습니다.” 그가 처음 운동을 시작한 곳은 부산이었다. 전국네트워크가 만들어진 것은 지난해였다. “네트워크의 전신은 ‘어쩌다 모임’이라고 해서 2년 정도 전국에서 비슷한 고민을 가진 사람들의 모임이었습니다. 만나고 연대해야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어요. 지난해 4월 16일 창립총회가 열렸는데 기존의 옥상옥, 내지는 부패한 권력구조를 따르면 안된다는 생각에 대표는 제비뽑기로 결정하기로 했어요. 그래서 우연히 제가 대표를 맡게 된 것이죠.”

2018년 현재, ‘88만원 세대’의 고민

88만원 세대. 우석훈·박권일이 공저한 책 <88만원 세대>에서 처음 규정된 개념이다. 대한민국의 10대와 20대의 미래를 논한 책이다. 책은 2007년 8월 세상에 첫선을 보였다.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책에서 언급한 10대는 20대가 되었고, 당시의 20대는 이제 전부 30대가 되었다. 책의 주저자인 우석훈 박사는 2012년 책의 절판을 선언했다. 책을 쓰면서 기대했던 변화, ‘토플책을 덮고 바리케이드를 치고 짱돌을 드는’ 20대는 출현하지 않았던 것으로 평가했기 때문이다.

저자의 실망에도 불구하고 변화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기존의 운동문법에서 벗어난 첫 청년 당사자 운동의 조직체로 평가받고 있는 청년유니온이 만들어진 것은 2010년 3월이었다. 창립 후 3년간 법외노조였던 청년유니온은 2013년 4월 세대별 노조로 첫 승인을 받는다. 이 해 1월 출범한 ‘알바노조’나 학생 주거권 문제를 주된 이슈로 삼고 있는 민달팽이유니온(2011년 3월 창립) 역시 대표적인 청년 당사자 운동이다. 반값등록금 운동이나 장그래살리기운동본부 활동 등에서 이제 청년 당사자 운동은 하나의 흐름을 이루고 있다. 청년정당을 표방하는 정당도 만들어졌다. 우리미래라는 당이다. 우인철 서울시장 후보(32)를 비롯, 이번 지방선거에서 9명의 후보를 출마시켰다. 5월 25일 등록 마감된 이번 6·13 지방선거 출마자를 보면 시·도지사 출마자 71명 중 2030세대는 총 5명이며, 시·도의회 의원 선거 출마자 1886명 중에는 133명이 2030세대다. 구·시·군의 장 선거 출마자 753명 중 2030세대 후보는 8명, 구·시·군의회 의원 선거 출마자 5322명 중에는 376명이다.

‘88만원 세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시기는 보수정권 시기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청년위원회와 같은 청년정책 집행기구가 만들어졌지만 의미 있는 청년정책의 진전은 서울시와 같이 당시 진보야권 자치단체들을 통해 이뤄졌다. 청년수당을 둘러싼 중앙정부와 서울시의 갈등이 대표적이다. “처음에는 이야기가 잘됐다. 서울시에서 청년들로부터 요구안을 받아서 가지고 올라오니 처음에는 그냥 해주자는 분위기였다. 안 해줘서 티격태격해 봐야 당시 박원순 서울시장의 정치적 입지만 키워주게 된다는 생각이었다.” 전효관 서울시 혁신기획관의 회고다. 당시 박근혜 정부는 범정부 차원의 ‘청년수당 대응TF’를 만들어 서울시의 청년수당 시행을 무효화했다. 정권이 바뀌면서 ‘절대불가’ 방침이었던 보건복지부의 입장도 바뀌었다. 이번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대부분의 정당이 청년수당과 비슷한 정책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다음날인 5월 29일 청년정치공동체 ‘너머’ 회원들이 서울 종로구 광화문역 5번 출구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에게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거부하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 권도현 기자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다음날인 5월 29일 청년정치공동체 ‘너머’ 회원들이 서울 종로구 광화문역 5번 출구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에게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거부하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 권도현 기자

“권력 앞에 친구가 어디 있나. 386이 지난 20년 정치를 했다. 진짜 적폐는 386이다.” 최근 기자와 통화한 한 정치권 인사의 말이다. 1960년대 후반 출생인 이 인사는 수년 전부터 기자에게 정치의 속살, 운동권 출신 386세대 선배들의 자원 독점에 대해 주장했다. 자기들끼리 나눠먹기를 하다보니 그 밑의 세대, 386이나 포스트386 세대에게는 정치적 기회가 안온다는 것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수도권 시장직 정당 경선에 도전했던 이 인사는 ‘컷오프’됐다. 그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알려진 ‘포스트386’ 세대 정치인 중 이번에 지방선거에 공천 냈다가 후보가 된 사람이 누가 있는가. 자유한국당 이준석 정도? 2020년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결국은 다 일회용으로 이용당하는 것이다.” 그는 이렇게 통화를 마무리했다. “한국의 민주화를 이루겠다는 것이 이들(386 운동권 정치인)의 주장인데, 결국 자신의 승리가 바로 민주화다, 이렇게 변질된 것이다.”

<88만원 세대>에서는 386 또는 86세대 분석은 전면에 등장하지 않는다. 소위 ‘88만원 세대’는 유신세대들의 자녀들이다. 이들의 삼촌세대인 86세대들이 세대게임에서 궁극적인 승자가 될 것이라고 책은 암시하고 있다. “<88만원 세대>가 2030세대뿐 아니라 전 세대에 걸쳐 베스트셀러가 된 한 원인이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의 말이다. 전 교수는 최근 ‘88만원 세대’로 대표되는 세대론에 대한 비판서, <세대게임>을 펴낸 바 있다. 전 교수에 따르면 88만원 세대론을 제외하고도 다양한 종류의 세대론은 항상 제기되고 경쟁하는데, 중요한 것은 누가 어떤 목적에서 세대론을 제기하느냐다. ‘‘쿠이 보노·cui bono’, 다시 말해 그것으로 이익을 보는 세력은 누구인가가 전 교수가 제기하는 문제의 핵심이다.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이른바 노동개혁은 청년들이 겪고 있는 절망과 고통의 원인을 고임금 정규직 세대들의 ‘기득권’ 때문으로 지목한다. 민주노총 등 노조가 이 기득권을 체화하는 집단으로 지목되어 악마화되었다. 세대론은 선량한 피해자와 자신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뭉치는 기득권 집단이라는 선악구도로 편리하게 가를 수 있는 수단이다.

그렇다면 88만원 세대는? “책에서 자세히 기술하지는 않았지만 <88만원 세대>가 시대의 신경줄을 제대로 건드린 것만은 확실하다.” 전 교수의 말이다. “88만원 세대 이전엔 ‘청년은 곧 미래다’라는 것이 하나의 공식이었다. 성장발전하는 미래를 청년이 담당할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이야기였으나, 현실과 그러한 ‘신화’가 부조화를 이루게 되었고, ‘88만원 세대’라는 단 하나의 개념규정으로 그런 불편함을 말할 수 있게 한 것은 대단한 이야기였다.” 전 교수에 따르면 그 시대 진단은 훌륭했지만 해결책의 측면에서 ‘세대 착취’를 이야기했다는 점에서 처방은 틀렸다고 지적했다. 우 박사 등이 내놓은 답변의 핵심은 이게 다 기성세대 혹은 86세대의 문제이며, 청년세대가 뭉치면 해결된다는 것인데, 결국 세대 착취로 문제를 규정하면서 세대문제가 아닌 것들, 이를테면 계급문제나 젠더문제를 고민하지 못하게 하면서 보다 근본적인 원인을 보지 못하게 하는 효과를 가져왔다고 주장했다.

“세대 착취라는 것이 만약에 성립하려면 세대 간의 적대적 이해관계를 전제로 해야 한다. 다시 말해 한쪽이 부유해진 것이 다른 쪽의 빈곤의 원인이라는 것이고, 부의 이전이 나타나야 한다. 사실 그런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김영미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의 말이다. 예를 들어 청년층의 빈곤으로 노년층 혹은 중년층이 더 잘살게 되었다는 인과관계는 실제로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의 데이터가 가리키는 것은 모든 세대에서 소득 이질성이 증가하여 불평등이 증가하고 있고, 청년세대 내로 국한한다면 소득 이질성이 증가함과 동시에 소득 결정에서 부모 배경성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청년세대 전반의 문제라기보다 부모 배경의 재생산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 더 객관적인 사실이다.”

‘세대 착취’는 실재했나

‘88만원 세대 10년 후’의 객관적인 데이터는 어떻게 될까. 김 교수가 2016년 발표한 논문에 실린 데이터는 1980년대에서 90년대에 태어난 20·30대의 고용률은 60%였고, 실업상태이거나 구직 중인 청년은 21%, 학업 등의 이유로 비경제활동 상태에 있는 비율은 19%였다. 고용률과 정규직 비정규직에서는 남녀 격차가 두드러지는데, 남성의 63%가 취업상태였고, 여성은 56%였다. 전체 취업자 중 정규직은 73%, 비정규직은 20% 정도였고, 7% 정도가 자영업에 종사하고 있었다. 청년층 전체의 월평균 소득은 약 243만원으로, 남성은 270만원 정도이며 여성은 211만원 정도로 남녀 격차가 있었다.

물론 <88만원 세대>가 2030 청년세대 전체가 88만원을 월급으로 받는 세대가 될 것으로 주장한 것은 아니다. ‘88만원’이라는 수치는 당시 한국의 전체 비정규직의 평균임금 119만원에 전체 임금과 당시 20대 임금 비율인 74%를 곱해 나온 수치다. 김 교수의 논문 제목은 ‘계층화된 젊음’이다. 오히려 지금의 청년세대는 하나의 이해로 묶을 수 없는 이질성이 본격화된 것이 특징이라는 것이다. 김선철 미국 에모리대 사회학과 교수도 이 청년세대의 ‘이질성’을 주목한다. “오히려 윗세대 엘리트의 경우 신화화되었다고 하더라도 하나로 묶을 경험, 예를 들어 대기업 간부나 정치권 인사, 중견언론인들 등 백그라운드가 다르다고 하더라도 민주화운동을 했다는 공통의 경험이 있고, 그 윗세대는 가난할 때 새마을운동을 했다는 식의 세대경험이 있는데 이 세대는 그것이 없다. 그들 세대 중 부모의 배경을 가진 엘리트는 88만원세대가 아니다. 동시대를 살았지만 하루에 88만원을 쓰면서 살았던 애들도 있었을 것이다. 나는 오히려 두려운 것이 이들이 한국 사회의 엘리트가 되고 정치를 담당하게 되는 것이다. 다수의 보통경험과 유리된 정책이나 아이디어가 나오는 것이다. 옛날 왕들과 비슷한 것이다. 쉽게 지금 갑질 논란 당사자인 조현아나 조현민이 정책을 만든다고 생각해보라. 자신들에게는 당연한 게 일반 국민에게는 당연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5월 17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광장에서 청년정당 우리미래·민달팽이유니온 회원들이 청년임대주택을 반대하는 해당 지역 주민들의 집회에 반발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권도현 기자

5월 17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광장에서 청년정당 우리미래·민달팽이유니온 회원들이 청년임대주택을 반대하는 해당 지역 주민들의 집회에 반발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권도현 기자

“한국 사회가 경직되어 가는 것은 맞다.” 이원재 재단법인 LAB2050 대표의 말이다. 이 대표가 소장으로 역임했던 희망제작소가 2016년 ‘시대정신을 묻는다’라는 주제로 기획한 연속대담이 화제를 모았다. “인구절벽 이후 한국 사회구조는 제론토크라시, 즉 노인지배 사회로 변할 것이며, 이를 시정할 골든타임은 앞으로 3~4년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는 주장이었다. 88만원 세대는 이 ‘세대전쟁’에서 영원한 패배세대가 될 수밖에 없었다. 이 대표의 말이다. “<88만원 세대>가 다른 세대에게 어떻게 읽혔을까. 88만원 세대 담론을 한마디로 정리한다면 우리 사회의 ‘다음 세대가 불쌍하다’는 것이 아닌가. 이 주장을 인정투쟁의 근거로 사용한 사람은 지금 30대가 된 딱 그 세대였다. 청년운동이나 청년수당은 나름대로 성과가 없지 않았다. 그렇다면 그 당시의 10대나 현재의 10대는 어떻게 생각할까. ‘나는 그렇게 불쌍해지지 말아야겠다’는 것이다. 이들에게 88만원 세대는 ‘우리는 그들이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반면교사의 대상이 되었다.”

노동시장이 신분제가 된 한국 사회

이 대표는 한 고등학교 교사로부터 들은 이야기라며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요즘 고등학교 교사들이 학생들 대학 진학상담을 하면, 과거와 다르게 눈에 띄는 것이 공부 잘하는 여학생들의 간호학과 진학 선호가 대폭 늘었다는 것이다. 다른 좋은 데를 진학할 수 있는 성적인데도 왜 간호학과를 가려 하는지 물어보면 전형적인 답이 돌아온다. 최종적으로 대학병원 간호사가 되면 대학교직원이니 평생 고용이 보장되고 연금이 나온다는 것이다. 전통적인 교대 선호와 더불어 대졸자들의 공무원 선호가 우리 사회 저변으로 넓어지고 있는 것이다. 초등학생이 건물주를 장래희망으로 꼽은 것과 같은 이유다.” 그의 문제의식에서 화두는 ‘혁신’이다. “386세대의 민주화 경험이 굉장한 정당성으로 작용하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에 똑똑한 고등학생이 간호사나 공무원이 되는 것이 최선의 선택으로 생각하는 분위기가 됐다. 겉으로는 태평성대이지만, 새로운 혁신의 싹이 자라나기엔 좋은 풍토가 아니다. 노동시장에서 공기업이나 대학, 교직원으로 들어가면 평생을 보장받고 못 들어가면 ‘헬조선’인 사회 현실이 문제다.”

“세대를 불문하고 대한민국에서 사람들이 고통스러워하는 것은 노동시장 자체가 신분제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동명이인인 이원재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의 말이다. “한국은 자신의 인생에서 몇 순간, 예컨대 대학을 어디에 갔느냐에 따라 신분이 고착화되는 사회다. 대입에 이어 대기업 입사시험, 공무원 노동시장 진입이 그 범위에 포함되었다.” 그는 ‘세대 착취’가 사회과학적 실체를 발견할 수 있는 주장이라고 덧붙였다. “‘세대 착취’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입장은 인구분포가 균질하다는 가정을 하고 있다. 2030문제에 계급을 들이대면 설명되지 않는 영역이 있는데, 대한민국의 계급이라는 것이 자산이나 생산수단의 소유 여부가 아니라 서울대·연고대 졸업장이 있느냐 아니냐, 엘리트 대 마이너러티의 전선이 있는 것은 사실 아니냐.”

<주간경향>은 ‘장기 386시대’라는 가설을 몇 차례의 기사를 통해 제기한 적이 있다. 참여정부 당시의 정치적 진출과 달리, 우리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이들이 의사결정을 담당하는 영역으로 올라섰을 때가 진짜 386의 지배시대가 시작되는 것이며, 인구압력의 변화로 인한 사회구조의 변화로 이들이 일단 사회의 각 부분의 의사결정권자로 올라서면 그 권리를 쉽게 내려놓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의 출범으로 정권의 핵심부 차원에서는 386의 시대는 전면화되었다. 다른 사회영역에서 미시권력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전상진 교수는 “개인적으로는 세대의 분석적 힘을 믿는 편이다”라며 “다만 세대의 다양한 층위, 예컨대 연령과 정체성, 시대 진단과 역할은 각각 층위가 다름에도 혼재해 사용할 경우 특정한 이해를 은폐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88만원 세대와 마찬가지로 386세대도 하나의 이해관계를 가진 세대로 환원할 수 없지만 386세대라는 명패를 내건 플레이어 담합이라는 측면에서 추적한다면 나름대로의 의의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88만원 세대의 10년, 그리고 앞으로의 미래는 그들 세대 당사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여전히 중요하게 들여다봐야 할 대한민국 현실이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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