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지주사 전환 ‘잰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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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이사회서 결의 예정… 금융권 ‘리딩뱅크 경쟁’ 지각변동 예고

“우리은행은 (지주사 체제가 아니어서) 다른 은행에 비해 시장에서 경쟁하기에 불리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지난 5월 21일 우리은행의 지주사 전환 필요성을 강조하며 기자들에게 한 말이다. 국내 대형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비금융지주 체제이다보니 비은행 부문과 글로벌 영역에서 상대적으로 제약을 받아왔다는 의미다. 최 위원장의 발언은 우리은행이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겠다고 공식 선언한 지 하루 만에 나왔다. 그러면서 “우리은행의 지주사 전환 이후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하고 있는 우리은행 지분(18.43%)을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매각하겠다”고도 했다. 지주사 전환 승인권자인 금융당국 수장의 이 같은 발언은 우리은행의 오랜 숙원과제인 지주사 전환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주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5월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기자설명회에서 '정부의 우리은행 지분 매각 계획'을 묻는 질문에 "지주사 전환이 지난 다음에 최대한 조속하게 진행하겠다"고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5월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기자설명회에서 '정부의 우리은행 지분 매각 계획'을 묻는 질문에 "지주사 전환이 지난 다음에 최대한 조속하게 진행하겠다"고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최종구 “지주사 전환 후 정부 지분 매각”

우리은행은 6월 열릴 예정인 이사회에서 지주사 전환을 결의한다. 이후 금융위원회에 지주사 전환을 위한 예비인가를 신청하고, 금융위의 심사와 본인가 승인, 주주총회 승인 등을 거쳐 내년 1월 지주회사를 출범한다는 계획이다.

계획대로라면 2014년 역사 속으로 사라진 우리금융지주는 4년 만에 다시 출범해 금융그룹의 위상을 찾게 된다. 지난 연말 취임한 손태승 우리은행장도 취임사에서 3대 경영방침 중 하나로 ‘종합금융그룹 완성’을 제시한 데 이어, 올해 신년사에서는 “내실과 신뢰를 기반으로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하자”고 언급한 바 있다. 정부 잔여지분 매각까지 끝나면 2001년 이후 18년 만에 완전 민영화도 이루게 된다.

우리은행의 지주사 전환 선언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2016년 일부 민영화에 성공한 후 지주사 재전환을 추진했으나, 채용비리와 그에 따른 이광구 전 행장 사임 등 내홍을 겪으며 이 문제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이후엔 은행권 채용비리와 한국지엠 사태, STX·성동조선 등 기업 구조조정 이슈에 묻혔다. 최근에는 삼성증권 유령주식 배당사고,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 등 금융당국이 처리해야 할 대형 이슈들이 잇따라 터져나오면서 우리은행 지주사 전환 문제는 후순위로 밀렸다.

그러다 지난해 말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으로 지주사 전환 시 지주사에 부과되는 징벌적 과세에 대한 부담이 해소됐다. ‘선 지주사 전환, 후 잔여지분 매각’이 가능해진 것이다. 우리은행 지주사 전환에 대한 금융권 안팎의 분위기도 우호적으로 바뀌었다. 당국과도 이 문제에 대한 교감이 형성되면서 지주사 전환 추진은 탄력을 받았고, 지난 14일 금융위 공적자금관리위 논의를 거쳐 최 위원장의 이날 발언이 나오게 됐다.

우리금융지주(가칭)가 출범하면 금융권의 지각변동은 불가피해진다. 신한, KB, 하나, NH농협에 이어 우리금융까지 5개 금융지주가 본격적인 리딩뱅크 경쟁을 벌이게 된다.

우리은행의 금융지주사 전환 시 가장 큰 기대효과는 계열사 확대와 사업영역의 다변화다. 우리은행은 우선 자산운용사, 신탁사, 캐피털 등을 인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주회사로 전환 시 자회사에 대한 출자여력이 대폭 확대돼 공격적인 인수·합병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은행은 은행법상 자기자본의 20%를 초과해 출자할 수 없다. 우리은행의 출자한도는 4조원이지만 기존의 타 법인 출자금을 제외하면 현재 출자여력은 7000억원에 그친다. 하지만 지주사로 전환되면 은행법이 아닌 금융지주회사법을 적용받는다. 출자여력이 자기자본의 130%까지 늘어난다. 단순 계산으로 현 7000억원을 합해 출자여력이 최대 7조원가량 될 것으로 우리은행은 예상하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은행 체제에서는 은행법상 출자한도가 자기자본의 20%를 넘을 수 없는 구조인데, 지주가 되면 이런 출자제한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며 “금융지주가 출범하게 되면 규모 있는 자산운용, 부동산신탁, 캐피털 등 수익성 높은 사업에 진출해 기업가치를 제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금융지주 체제 내에선 은행과 자회사 간에 고객정보 공유가 가능해지는 등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우리은행 지주사 전환 ‘잰걸음’

최대주주인 과점주주 협력 여부 관건

증권사를 가지고 있지 않은 우리은행 입장에서는 우리종합금융의 증권사 전환도 검토 중이다. 하지만 당국 승인이 있어야 하는 데다 국내 유일한 종합금융회사를 포기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우리종금을 그대로 둔다는 전제로 대형 증권사를 인수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KB금융이 현대증권과 LIG손보를 인수한 후 비은행부문 수익성이 개선된 것처럼, 우리금융지주도 넉넉해진 ‘실탄’을 기반으로 규모가 크고 수익성이 보장된 곳들을 인수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올해 실적 전망도 이러한 분석에 힘을 보태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의 올해 예상 순이익은 1조6800여억원으로 전년 대비 11.5%가량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주사 출범까지는 풀어야 할 과제도 만만찮다. 우리은행 최대주주이자 비은행 금융사로 구성된 과점주주들의 협력 여부다. 우리은행 지분은 지난 3월 말 기준 IMM프리이빗에쿼티, 동양생명, 키움증권, 한화생명,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자산운용, 유진자산운용 등 7개 과점주주가 전체의 27.22%를 보유하고 있다.

우리금융지주가 증권·보험·자산운용사 등을 자회사로 두게 되면 향후 주주들과 경쟁하는 구도가 만들어져 결과적으로 이해관계가 상충할 수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과점주주 중 향후 경쟁관계에 놓일 수 있는 보험사가 2곳, 증권사가 2곳인데, 이들의 이익을 해치지 않는 자산운용사와 캐피털 등을 우선순위에 두고 인수·합병에 나설 방침”이라며 “무엇보다 지주가 출범하면 주주 입장에선 기업가치가 상승하고 수익성이 확대되기 때문에 (지주사 전환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안광호 경향신문 경제부 기자 ahn787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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