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드라마 ‘LIVE’와 ‘공권력 강화’의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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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종영드라마 <라이브> 공식포스터/tvn

tvN 종영드라마 <라이브> 공식포스터/tvn

경찰인력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 아니다. 다만 너무 한쪽에 편중돼 있을 뿐이다. 민간인 사찰로 문제되는 정보경찰이나 보안경찰 인력만 치안인력으로 이동시켜도 경찰관들의 업무강도는 충분히 낮출 수 있다.

스타 작가 노희경씨의 드라마 <LIVE>가 종영했다. 필자는 드라마가 시작할 시점에 한 차례 팟캐스트 등을 통해 우려를 표명했었다. 지나치게 경찰 입장에 치우친-그래서 어쩌면 시민들에게 반감을 살 수도 있는-내용만 나오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그 불안감은 현실이 되었다. 작가는 대본을 쓰기 위해 1년 넘게 한국에서 가장 콜(신고)이 많은 지구대에서 생활하다시피 하면서 취재했다고 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각 지역 경찰에 대한 이해 및 현실 속 모순에 대한 냉철한 판단은 조금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나친 감정의 과잉 역시 우려했던 바였다.

시민들, 무력한 공권력에 분노

어쩌면 지금도 힘들게 일하고 있을 경찰 입장에서는 너무 혹독한 비판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진짜 현실을 이야기해보자. 지난 4월 30일 새벽 5~6시 사이 광주광역시 광산경찰서 관할 수완지구 공원 인근에서 집단폭행 및 상해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은 급기야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올라와 빠르게 청원인 20만명을 넘겼다. 청원에 첨부된 사건 사진의 피해자 얼굴이나 링크가 걸려 있는 동영상만 보면 사건과 전혀 무관한, 그저 지나가던 한 시민이 다수의 폭력배에게 아무런 이유 없이 무자비한 폭행을 당하고 실명에 이를 정도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좀 더 들어가보면 이 사건은 처음에는 다수와 다수가 택시 승차문제로 시비가 붙어 폭력이 오가다가 상대적으로 열세를 보인 쪽의 사람 한 명이 다른 쪽 편 다수의 사람들에게 심각한 폭력을 당한 것이다. 경찰도 이 때문에 쌍방폭행으로 송치했다.

그런데 이 사건의 내용과 별개로 국민들의 분노를 샀던 것은 잔혹한 폭력의 피해가 아니라는 점이다. 당시 출동한 지역경찰들은 문신이 그려진 상체 상의를 벗고 위협을 하는 가해자들을 즉시 제압하지 않았다. 집단폭력사건 처리 매뉴얼이 존재하겠지만 촬영된 영상에 비춰진 이들은 가해자들을 피해다니며 오로지 말로만 처리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그 사이 다른 쪽에서는 폭력이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이 모습은 사건의 본질과 무관하게 시민을 보호하지 못하는 무력한 경찰이라는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심지어 공권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그러나 이것이 ‘LIVE’다. 지금의 경찰의 모습이자 치안상황에 대한 대처방식이다. 필자는 비록 짧지만 경찰로 근무했고, 강력사건 수사도 맡아봤다. 지금도 언제나 ‘경찰이란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한다. 식민지 시대와 이후 권위주의 정권을 거치면서 그 체제를 지탱해온 것은 정보 및 수사기관의 폭력적인 국민 탄압이었다. 그리고 그 첨병이 경찰이었다. 경찰이 무고한 시민을 고문해 자백을 받아내며 죄인을 만들어 정권의 충견 역할을 했던 역사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물론 이제 고문은 거의 사라졌다고 확신한다. 하지만 물리적 고통을 가하는 대신 이제는 주변부에 대한 심리적인 압박을 하거나 별건수사 압력 등 방식만 바뀌었을 뿐이다. 원죄가 있고 현실이 바뀌지 않았는데, 언제나 결론은 경찰력 강화로 이어지는 것은 개탄스러운 일이다.

그렇다면 실제 공권력이 약한가? 아니다. 드라마 <LIVE>의 모델이 된 지구대는 서울 마포구와 강남지역 일부 지구대 등 서울지역에서 유독 사건이 많은 곳들이다. 인천 남동구의 한 지구대도 마찬가지다. 그곳들 모두 드라마 속 장면처럼 늘 정신없이 사건이 돌아간다. 그러나 그것은 최대치이지 평균치는 아니다. 극적인 효과를 위한 장치겠지만 그로 인해 현실감이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필자는 지난해 경찰청 지역경찰 성과평가위원으로 참여했었다). 공권력은 눈에 보이는 지역경찰과 교통경찰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경찰인력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 아니다. 다만 너무 한쪽에 편중돼 있어 실제로 필요한 곳과 보직에 적절히 배분되지 못했을 뿐이다. 핵심적으로 대민업무를 담당하는 지역 경찰인력과 실제 수사를 담당하는 형사팀 인력에 대한 문제는 업무량에 비해 많이 배치돼 있는 일부 부서에서 적절히 배분하면 풍족하지는 않아도 모자란 수준이 아니다. 현재 전국 경찰관 수는 의경을 제외하고 11만명 정도다. 5000만 전체 인구를 기준으로 대략 500명당 1명 정도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산술로는 경찰인력이 더 많아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될 수 있겠지만 실제 치안수요에 대한 분석과 그 역량에 대한 적절한 평가가 먼저 시행돼야 한다. 민간인 사찰로 문제되는 정보경찰이나 보안경찰 인력만 치안인력으로 이동시켜도 경찰관들의 업무강도는 충분히 낮출 수 있다.

집단폭행 상황서 4명 출동은 오판

다시 광주 집단폭행사건으로 돌아가 보자. 본질적으로 두 가지 문제가 핵심이다. 첫째, 112 신고가 들어와 112 지령을 내릴 때 상황판단에 오판이 있었다. 즉 신고자는 여러 사람들이 서로 싸우고 있다고 했거나 혹은 소수의 사람이 다수의 사람들한테 폭행을 당하고 있다고 했을 것이다. 집단폭행 상황이다. 그런데 출동한 경찰은 순찰차 2대에 총 4명에 불과했다. 수완지구는 넓은 공원이 있어 지역경찰이라면 이곳에 다수인원이 모일 수 있고 집단폭행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장소라는 인식이 있었어야 했다. 다중진압상황을 전제했어야 한다는 뜻이다. 일단 2팀이 출동했더라도 즉시 후속조치로 지방청의 기동타격대나 당직 형사팀이 현장에 나왔어야 했다. 그러나 4명의 경찰인력으로 최소 8명~최대 16명의 ‘성난 시민들’을 제압하려고 했다면 이는 애초 지령부터 잘못된 것이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사용할 수 있는 장비는 2인 1조 38권총과 테이저건에 불과했다. 38권총은 사용할 수 없는 것으로 제외하고 보면 결국 테이저건 2정이 진압장비의 전부인 상황이었다. 불과 4명의 지역경찰이 애초부터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출동한 지역경찰이 달려드는 가해자를 무력으로 진압한다? 이는 애당초 불가능한 상황이었을 것이다. 이번 사건은 초기 판단상 실수가 만들어낸 결과인 셈이다. 물론 출동한 지역경찰 역시 현장 상황을 즉각 판단해 추가인력을 즉각 요청하지 않은 잘못도 있다. 경찰의 잇단 판단실수가 한 명의 피해자가 실명에 이를 정도의 피해를 입는 상황을 초래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국민들의 분노가 높을수록 죽어나는 것은 일선 지역경찰과 교통경찰, 형사팀 등과 같이 실제 민원부서의 현장 경찰들이다. 책상에 앉아 현장과 동떨어진 판단을 내리고 지휘하는 ‘너무 많은’ 간부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있는 한 바뀌는 것은 없다. 본질과 핵심을 직시하지 못하면 100년이 지나도 경찰은 변하지 않고, 같은 상황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이것이 필자가 본 경찰의 ‘LIVE’다.

경찰 계급은?
경찰 계급은 경위 이하가 85%이고 경감 이상이 15% 정도로 구성되는데, 경찰청장은 치안총감(차관급)으로 왕별 4개이고 한 명이다. 왕별 3개는 치안정감(1급)으로 6명이 있다. 서울지방경찰청장이나 경찰청 차장, 인천·부산·경기남부 지방경찰청장, 경찰대학장 등이다. 왕별 2개는 치안감(2급), 왕별 1개는 경무관(3급)이다. 이 둘을 합쳐서 전국에 50명 조금 넘는 인원이 있다. 치안감은 보통의 지방경찰청장들과 경찰청의 국장급 등이고, 경무관은 보통의 지방경찰청 차장이나 경찰청의 관리관급 등이다. 그 다음이 총경(4급)으로 무궁화 4개다. 보통의 경찰서장들이라고 생각하면 되고, 전국에 400명이 조금 안 되는 정도다. 그 다음이 경정(5급)으로 무궁화 3개인데 경찰서의 과장들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 다음이 경감(6급)으로 무궁화 2개, 보통 경찰서나 지구대의 팀장급이다. 그 다음이 경위, 경사, 경장, 순경 등의 순서다.

<배상훈 서울디지털대학 경찰학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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