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한 달 앞으로…상전벽해 기초단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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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민심 크게 변화… 한국당 전통 강세지역 경기·경남도 민주당이 앞서

지방선거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 두 번의 지방선거는 이명박·박근혜 정권 심판 분위기에 힘입어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에 유리한 결과로 끝났다. 반면 이번 지방선거는 문재인 정부의 압도적인 지지세 아래 치러진다. 경기지사, 경남지사처럼 자유한국당이 강세를 보인 광역단체장 선거에서도 민주당 후보가 앞서는 여론조사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한국당이 우세하던 기초자치단체 지역의 분위기도 바뀌고 있다. 위로는 정권의 높은 지지율, 아래는 바닥 민심의 변화로 인해 광역단체장 선거 결과가 과거와는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과거 한국당이 우세했지만 현재는 민주당 지지세가 올라간 기초단체 지역 다섯 곳을 살펴보았다.

4월 9일 수원 영통선관위 건물 외벽에 경기도선관위 관계자들이 지방선거 홍보물을 게시하고 있다. / 연합뉴스

4월 9일 수원 영통선관위 건물 외벽에 경기도선관위 관계자들이 지방선거 홍보물을 게시하고 있다. / 연합뉴스

경기도 파주 경기도는 서울과 더불어 민주당 계열의 강세지역으로 꼽혀 왔다. 하지만 경기지사 선거만큼은 한국당 계열이 강세였다. 1998년 새정치국민회의 임창열 후보가 경기지사로 당선된 이후 한국당 계열 도지사가 내리 네 번 당선됐다. 올해 지방선거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남경필 한국당 후보(현 도지사)를 앞서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민주당이 한국당보다 2배 가까이 앞서

경기도 안에서도 민주당과 한국당이 각각 우세한 지역이 있다. 특히 북한과의 접경지역인 파주·동두천시, 연천·포천군 등은 한국당 우세지역이다. 이 중에서 민심이 가장 크게 변한 곳은 파주시다. 2016년 총선에서 민주당이 처음으로 파주시 국회의원 2석을 모두 당선시켰지만, 정당득표율에서는 여전히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이 34.02%를 기록해 27.79%의 민주당을 앞섰다. 2014년 지방선거에서도 광역의원 정당득표에서 새누리당은 49.94%를 기록해 41.01%의 민주당을 앞섰다.

지난해 대선에서 분위기가 극적으로 변했다. 연천·포천군에서는 홍준표 한국당 후보(현 한국당 대표)가 득표율 1위를 기록했고, 동두천시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홍 대표를 7%포인트 앞서는 데 그쳤다. 하지만 파주시에서 문 대통령의 득표율은 41.88%로, 21.63%를 기록한 홍 후보를 2배 가까이 앞질렀다. 이는 다른 경기도 도시와 비슷한 양상이다.

최근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4월 23일 여론조사기관 세이폴이 GNN뉴스통신의 의뢰를 받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이런 경향은 이어진다. 이 조사에서 민주당은 50.5%, 한국당은 27.4%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세이폴 관계자는 파주시가 다른 접경지역보다 민감하게 움직인 이유가 있다고 봤다. 이 관계자는 “서쪽에 파주에서부터 동쪽에 강원도까지 접경지역은 넓지만 파주처럼 신도시 건설이나 투자 이슈가 많은 곳은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유권자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지지율은 민감하게 움직일 수 있다. 남북정상회담 등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파주시의 여론은 다른 접경지역보다 더 큰 폭으로 변화했다”고 덧붙였다.

경기도 평택 경기도 평택시는 경기 남부의 보수적인 도시 중 하나다. 2006년 지방선거부터 2016년 총선까지 모든 선거에서 한국당 계열 정당이 지지율에서 민주당 계열 정당을 앞섰다. 하지만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민주당 계열 후보들이 총선에서 당선되기도 한 곳이다.

지난해 대선에서 평택시 유권자의 38.37%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투표했다. 민주당이 오랜만에 선거에서 이긴 것이다. 평택시 세교동의 부동산업자 김모씨는 수서행 고속열차(SRT) 개통과 주한 미군기지 이전 등으로 평택시의 인구가 늘어나면서 보수적인 분위기도 점차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몇 년 전만 해도 1번국도를 통해 수원, 서울 쪽으로 출근해도 큰 불편함이 없었는데 1~2년 사이에 확실히 1번국도가 밀린다. 외지로 출근해야 하는 젊은 인구가 많이 들어온 만큼 보수색이 옅어지고 있지 않나”라고 설명했다.

자유한국당, 여론조사서 계속 밀려

<평택저널> 박명호 대표는 한국당과 민주당의 후보를 보면 달라진 선거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거대정당의 경우 기초의원 선거에서 보통 2명을 공천한다. 민주당은 전 지역구에 2명 이상의 예비후보자가 있지만 한국당은 1명만 공천된 지역구도 있다. 한 명이라도 확실히 당선시키자는 한국당의 위기의식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들어 실시된 세 번의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은 평택시에서 정당지지율 1위를 기록했다. 3월 23~24일 리서치뷰가 <평택시민신문>의 의뢰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46.0%로 24.2%를 기록한 한국당을 2배 가까이 앞섰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주당은 60대 이상을 제외한 전 연령대에서 지지율 1위를 기록했다. 박 대표는 “평택시의 분위기는 진보·보수로만 설명하기 어렵다. 당대의 집권당이 어디냐에 따라 평택의 여론도 같이 움직이는 편”이라고 말했다.

대구 동구 대구에서도 민주당 기초단체장이 탄생할 수 있을까. 3월 24~25일 조원씨앤아이가 쿠키뉴스의 의뢰를 받아 실시한 대구시장 여론조사에서 민주당과 한국당의 정당지지율은 35.4%로 동률을 기록했다.

5월 3일 서울광장에서 제7회 유권자의 날 기념 지방선거 홍보 캠페인이 진행되고 있다. / 연합뉴스

5월 3일 서울광장에서 제7회 유권자의 날 기념 지방선거 홍보 캠페인이 진행되고 있다. / 연합뉴스

대구시내 8개 기초단체장 선거 중 대구 동구청장 선거가 주목 받고 있다. 1998년부터 2014년까지 한국당 계열 정당이 70~80% 득표율로 당선된 곳이다. 현직 강대식 구청장도 2014년 지방선거에서 79.39% 득표율로 당선했다.

하지만 보수세력의 분열과 민주당의 선전으로 동구청장 판세는 알 수 없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강대식 구청장은 자신과 인연이 있는 유승민 의원을 따라 지난해 1월 바른정당(현 바른미래당)으로 자리를 옮겨 현재 바른미래당 동구청장 후보로 확정됐다.

반면 자유한국당에서는 권기일 후보로 공천이 확정됐다가 배기철 후보로 번복됐다가 다시 경선을 통해 후보를 확정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두 후보 측의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 한국당은 5월 초에 대구 동구청장 후보를 확정할 예정이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동구청장 후보조차 내지 못했던 민주당은 이번 선거에 2명의 예비후보가 경쟁했다. 4월 14일 민주당은 주요 정당 중 가장 먼저 39세의 서재헌 후보의 공천을 확정했다. 그는 “도전하겠다는 생각으로 출마한 게 아니다. 분명히 당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대선과 최근 여론조사에서 동구지역 민주당 지지율이 20~25% 정도 나온다.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50%가 넘는다”며 “보수후보들이 분열해 있고 대통령과 당 지지율이 가장 높은 지금이야말로 대구를 변화시킬 적기”라고 설명했다.

충남 보령 안희정 전 지사가 두 번 당선된 충청남도는 확고한 민주당 텃밭은 아니다. 2010년·2014년 지방선거에서 한국당 계열 정당과 자유선진당의 광역의원 정당득표율은 모두 과반수를 차지했다. 2014년 지방선거에서도 군 단위 기초단체장은 새누리당이 모두 휩쓸었다.

충남 보령시는 충남의 시 단위에서 가장 보수적인 곳이다. 지난 30년간 국회의원 선거와 6차례의 지방선거에서 모두 보수정당 후보가 당선됐다. 지난 대선 때에도 문 대통령과 홍 대표의 지지율 격차가 1.9%포인트로 가장 작었던 곳이기도 하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근소하게나마 한국당의 지지율이 앞섰지만 올해 3월부터 민주당이 정당지지율에서 앞서는 여론조사가 나오기 시작했다. 가장 최근 공표된 여론조사(4월 6~7일 윈폴이 <보령신문>의 의뢰를 받아 실시한 조사)에서는 민주당이 41.5%, 한국당이 36.4%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민주당 보령·서천지역위원회는 김기호 민주당 보령시장 후보의 선거운동이 정당지지율 변화에도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역위 관계자는 “현직인 한국당 김동일 시장과 당내 경쟁관계였던 이시우 후보 모두 70대의 정치 9단들이다. 김 후보가 50대로 세대교체하자는 주장을 해왔는데 이것이 정당지지율 변화와 관계가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보령과 같은 총선 선거구로 묶여 있는 서천군의 나소열 전 군수가 지금 청와대 자치분권비서관으로 가면서 중앙정치에 관심을 갖는 시민들이 많아졌다. 대통령 지지율이 지금처럼만 유지된다면 20여년 만에 민주당 후보의 당선 가능성도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20여년 만에 민주당 후보 당선 가능성

경남 창원 경상남도 도지사는 2010년 김두관 당시 무소속 후보가 깜짝 당선된 적이 있었지만, 줄곧 한국당계 정당의 텃밭이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김경수 민주당 경남도지사 후보가 드루킹 논란에도 불구하고 김태호 한국당 후보를 앞서는 여론조사가 몇 차례 발표됐다.

여론조사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경남의 최대 도시 창원의 시장선거도 한국당의 낙승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4월 17일 피플네트웍스가 경남뉴스원의 의뢰를 받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한국당이 41.5%의 지지율을 기록해 38.1%의 민주당을 앞섰다. 하지만 1월 6~8일 조원씨앤아이가 쿠키뉴스의 의뢰를 받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민주당의 지지율이 46.9%로 27.7%를 기록한 한국당을 19%포인트 앞섰다. 2월 24~25일에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자체적으로 실시한 격전지 여론조사에서도 민주당의 지지율은 42.5%를 기록, 29.7%의 한국당을 앞섰다.

여론조사업체 관계자들은 조사방식의 차이를 들었다. 4월 여론조사는 100% 유선전화 자동응답 방식이었던 반면, 2월 여론조사의 경우 무선전화 면접이 80.1%, 유선전화 면접이 19.9%의 비율로 섞인 조사였다.

한국당의 분열도 변수다. 창원시장 공천에서 배제된 현직 안상수 시장은 4월 30일 한국당을 탈당하고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4월 여론조사에 의하면 안 시장이 무소속 출마할 경우 다자대결 구도에서 민주당 후보가 1위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민주당 창원시장 예비후보였던 이기우 전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도 공천 결과에 반발해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안 시장의 무소속 출마 선언 이후로는 공표된 여론조사가 없었다.

(기사에 인용된 모든 여론조사에 대한 상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nesdc.go.kr) 참조)

<백철 기자 pudmak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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