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비스로 돌아온 라클리프, KBL 판도 바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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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모비스 선수들, 라클리프 영입 반겨

“라틀리프는 이제 현대모비스 선수입니다.”

특별 귀화로 한국 국적을 얻은 리카르도 라틀리프(29·199.2㎝)의 새 팀을 결정짓는 드래프트가 열린 4월 26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한국프로농구연맹(KBL) 센터. KBL은 전날까지 각 구단으로부터 영입의향서를 받았다. 울산 현대모비스와 전주 KCC, 서울 SK가 신청서를 제출해 공 추첨 방식으로 행선지를 가렸다. 추첨 확률은 세 팀이 3분의 1로 똑같았지만, 최종 승자는 라틀리프의 친정팀인 현대모비스였다. 추첨이 끝난 뒤 이도현 현대모비스 사무국장과 라틀리프의 에이전트는 계약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라틀리프가 앞으로 3년간 현대모비스의 선수로 활약하기로 결정되는 순간이었다. 라틀리프는 “다시 집에 가는 느낌”이라며 “현대모비스와 함께 다시 정상에 서고 싶다”면서 활짝 웃었다.

서울 삼성 라틀리프가 4월 28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KCC 프로농구 안양 KGC와의 챔피언결정전 4차전 경기에서 드리블을 하고 있다./이석우 기자

서울 삼성 라틀리프가 4월 28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KCC 프로농구 안양 KGC와의 챔피언결정전 4차전 경기에서 드리블을 하고 있다./이석우 기자

모비스 시절 3연속 챔피언결정전 우승

라틀리프는 KBL 최고의 선수로 불린다. 199.2㎝로 센터로서 큰 키는 아니지만 속공 가담 능력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골밑 리바운드 능력과 정확한 골밑슛을 겸비했다. 그는 미국 미주리대를 졸업한 2012년 KBL에 직행해 6시즌을 뛰어 한국 농구도 잘 안다. 라틀리프는 2012년부터 현대모비스에서 3시즌을 뛴 경험도 있다. 당시 3시즌 연속 모두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한 기분 좋은 기억도 있다. 외국인 선수가 최대 3시즌만 한 팀에서 뛸 수 있다는 규정에 따라 2015년 서울 삼성으로 터전을 옮긴 그는 지난 시즌에는 평균 24.48점(전체 2위)·리바운드 13.58개(전체 1위)를 기록했다.

특히 미국프로농구(NBA)를 뛰어넘는 59경기 연속 ‘더블-더블’(득점, 리바운드, 어시스트, 스틸, 블록슛 등 주요 기록을 10개 이상 2개 동시에 기록하는 것)을 달성해 최고의 센터로 군림했다. 이번 시즌부터는 KBL에 외국인 선수 신장이 200㎝ 이하로 제한돼 더욱 맹위를 떨칠 것으로 보인다. 라틀리프를 영입한 현대모비스가 단숨에 우승 전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그는 지난 1월 혼혈이 아닌 순수 외국인 선수로는 처음 특별 귀화로 한국 국적을 얻었다. ‘라건아’라는 한국 이름으로 개명해 2월 한국 농구대표팀 일원으로도 활약했다. 오는 8월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것도 유력하다.

뛰어난 실력과 상징성을 겸비한 만큼 최고의 대우도 보장됐다. 라틀리프의 2018~2019 시즌 연봉은 48만 달러(약 5억2000만원), 2019~2020 시즌에는 50만4000 달러(약 5억4000만원), 2020~2021 시즌엔 51만6000 달러(약 5억6000만원)로 해마다 인상된다. 국적을 바꾸면서 두 배 가까이 오른 세금도 구단에서 해결해주기로 약속했다. 에이전트 수수료 등 기타 비용까지 합친다면 연간 10억원 안팎이 지불된다. 그럼에도 이도현 국장은 “2012년 대학 졸업한 신인선수를 처음 선발해 초반 어려움을 딛고 함께 성장하며 세 시즌 우승이라는 결과를 냈다”며 “좋은 경험과 추억을 함께 한 선수가 돌아오게 돼 반갑고 기쁘다. 팬들도 반길 만한 실력과 스토리를 모두 갖고 있는 선수”라고 치켜세웠다.

현대모비스 선수들도 라틀리프 영입을 반긴다. 지난 시즌 센터 이종현(203㎝)의 부상과 골밑 열세로 6강 플레이오프 진출에 만족했던 터. 이종현이 건강한 몸으로 돌아오고, 라틀리프가 제 몫만 해준다면 골밑 경쟁력에선 걱정이 없다. 재활 중인 이종현은 “삼성에서 라틀리프와 같이 뛰는 (김)준일형이 부러웠는데, 이젠 반대의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과거 라틀리프와 같이 뛰었던 경험이 있는 가드 양동근도 “예전에는 골밑 위주의 플레이만 했다면 이젠 외곽슛까지 장착했다”며 “같이 뛰었던 시절보다 노련미까지 갖췄으니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라틀리프는 “농구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이종현은 영리하고 좋은 선수였다. 현대모비스에서 같이 뛰게 돼 행복하다”며 “옛 동료인 양동근을 비롯해 좋은 선수들과 함께 재미있는 시즌을 보낼 것”이라고 화답했다.

아직은 외국인 선수 규정으로 출전

유재학 현대모비스 감독도 “라틀리프만한 선수가 어디에 있느냐”며 만족해 했지만, 숙제도 생겼다는 입장이다. 워낙 수가 많아서 ‘만수(萬手)’라 불리는 유 감독이 최고의 선수를 품에 안고 고민하는 것은 라틀리프가 온전한 국내 선수는 아니기 때문이다. KBL은 라틀리프를 당장 국내 선수와 동등하게 대우할 경우 리그 전체의 균형이 깨질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일단 그를 외국인 선수로 묶어놨다. KBL은 라틀리프가 앞으로 6시즌 동안 국내 리그에서 더 뛰면 출전시간 등에 제약이 없는 국내 선수로 뛸 수 있게 할 방침이다. 한마디로 라틀리프는 이번 시즌에도 외국인선수 출전규정(1·4쿼터 1명, 2·3쿼터 2명)에 따라 뛰어야 한다. 드래프트에 참석했던 한 감독이 “라틀리프가 갖고 있는 장점이 충분한 선수라 놓친 게 아쉽지만, 땅을 칠 수준까지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은 이유다. 당장 현대모비스는 외국인 선수 조합부터 고민의 연속이다. KBL은 이번 시즌부터 70만 달러(약 7억5000만원) 이내에서 각 구단이 외국인 선수 2명과 자유롭게 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꿨다. 그런데 라틀리프를 보유한 울산모비스는 2명을 뽑으려면 42만 달러(약 4억5000만원), 1명을 선택할 경우 35만 달러(약 3억7000만원)까지만 쓸 수 있다.

KBL만의 독특한 규정인 외국인 선수 장신(200㎝ 이하)·단신(186㎝ 이하) 선수 제도도 발목을 잡는 요소다. KBL은 현대모비스가 장신 선수와 단신 선수를 각각 1명씩 모두 뽑을 경우 라틀리프는 장신 선수로 간주해 또 다른 장신 선수와는 같이 뛰지 못하도록 유권해석을 내렸기 때문이다. 외국인 선수 선택의 폭이 좁아졌다. 유럽 현지로 날아가 장신 선수를 발굴하는 데 힘을 쏟던 유 감독은 단신 선수를 찾는 게 현실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평가다. 유 감독은 “외국인 선수 선발부터 고민해야 한다”며 “일주일 정도 더 찾아보고 한국으로 돌아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황민국 스포츠경향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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