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외력침몰설’ 공식안건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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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체조사위원회서 채택한 까닭은… 영화 <그날, 바다> 시각과는 차이

“사실 그날의 결정은 일종의 쿠데타 같은 것이었다.”

‘세월호선체조사위원회’(이하 선조위) 내부사정을 잘 알고 있다는 학계 인사 ㄱ씨의 설명이다. 그날의 결정? 4월 13일 외력설을 공식 안건으로 상정하겠다는 선조위 소위원회의 결정을 두고 한 말이다. 계속되는 이 인사의 말. “선조위 내에서 외력설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그동안 공식적으로 논의할 수 없었다. 안건 자체에 대한 논의가 차단되었다.”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세월호 침몰원인을 둘러싸고 여전히 새로운 가설과 증거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진은 2014년 4월 16일 진도 앞바다에 침몰한 여객선 세월호. / 경향 자료사진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세월호 침몰원인을 둘러싸고 여전히 새로운 가설과 증거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진은 2014년 4월 16일 진도 앞바다에 침몰한 여객선 세월호. / 경향 자료사진

ㄱ씨는 그 이유로 “선조위 내에서도 ‘해피아(해수부마피아)’의 입장을 대변하는 세력이 있다”며 구체적인 인사들을 지목했다. 선조위의 핵심 요직을 장악한 인사들이 논의를 방해하고, 자신들의 주장과 배치되는 의견을 지속적으로 묵살해오다 “드러나는 증거를 더 이상 은폐할 수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외력설 논의를 공식 토의 안건으로 채택했다는 것이다.

선조위 외력설 제기 고의 은폐?

<주간경향>은 선조위 내·외부 복수의 관계자들, 유가족들로부터 이 인사의 주장과 유사한 증언을 들을 수 있었다. “기존 해양심판원의 결론, 복원성·고박 불량, 증축, 조타미숙 등의 복합결과로서의 침몰원인설은 결국 내부원인설이다. 종전의 침몰원인에서 벗어나는 주장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필요 이상으로 경기를 일으키고 외력설 등 이설을 주장하는 직원들이 인사상 불이익을 받은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안다.” 또 다른 인사 ㄴ씨의 말이다.

<시사저널>은 지난 4월 11일 인터넷판에서 “세월호 외력충돌 흔적이 나왔다”는 제목으로 단독보도를 했다. <시사저널>은 선조위 내부 용역보고서를 인용, “선수 좌측면 하단에 외력이 아니면 설명할 수 없는 약 46㎝ 정도 들어가는 변형이 발견되었으며 용역보고서에 따르면 그 힘은 2810톤의 강한 힘이 가해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보도가 뜬 직후, 선조위는 해명자료를 내 보도를 부인했다. “가상으로 진행한 설명자료를 실례로 오해해 보도한 오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선조위의 입장은 이틀 후 또 바뀌었다. 외력설을 공식 검토 안건으로 채택한 것이다.

<주간경향>은 4월 13일 선조위 외력설 토의사항 안건(‘세월호 침몰원인 관련 외부물체와의 충돌설(‘외력설’)에 관한 논의’) 문건을 입수했다. 문건을 보면 ‘선조위는 외력설을 배제하지 않고 조사를 진행해 왔음. 새로운 외력설에 대한 논의 및 조사 필요성 검토’ 등의 토의 필요성을 제기하며 ‘선조위 내부 일각에서… 의문을 제기’라는 표현이 존재한다. 선조위 내부에도 외력설을 심중에 두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뜻이다.

문서에 따르면 “외력설을 공식 원인으로 진지하게 검토해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 배경으로는 자이로컴퍼스 성능실험 용역결과와 세월호 좌현의 핀 안정기가 최대 작동각보다 25.9도 초과해 비틀려 있고, 세월호 블랙박스 영상 중 자동차들에 주어진 충격이 통상적인 선회과정에서 발생하는 가속도보다 50배 이상 되는 충격이 가해지지 않으면 발생하지 않는 현상 등 세 가지를 들고 있다.

앞서 <시사저널> 보도가 외력설의 근거로 제시한 ‘세월호 선체 좌현 수선하부 외판상태 해석’ 용역 중간보고서는 이 ‘새로운 외력설’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제시되지 않았다. ㄴ씨는 이렇게 덧붙였다. “지난 번 뉴스타파에 세월호 배 안에 실려 있던 자동차들의 블랙박스가 유출되어 일차적으로 큰 소동이 있었다. 이번에 아직 검토가 완료되지 않은 용역 중간보고서가 외부(시사저널)에 유출된 것과 관련해서 색출해 불이익을 줘야 한다는 강경론이 없지 않았다. 원래 금요일 발표 때 세월호 외판의 충돌 흔적 발표를 가장 앞에 내세워 발표하려 했는데, 보고서가 유출돼 보도되니 그림이 이상하게 어그러진 것이다.” 이 주장은 사실일까.

선조위 선체·유류품·유실물 조사 및 미수습자 수습 소위원회(이하 소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권영빈 변호사는 “시사저널 보도의 근거가 된 용역보고서를 공개하지 않은 것은 아직 완성된 용역보고서가 아니고 실제 보도 당일 2차 중간보고서가 나와 검토 중이었는데 1차 보고서와 다른 시뮬레이션 결과를 담고 있었다”며 “선조위에서 외력설과 관련해서 공식 조사하기로 한 입장에서 외력설에 대해 뭔가 숨기거나 부인하는 입장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외부손상과 관련해서는 “실제 세월호 인양과정에서 외형손상이 많이 일어났는데, 이것이 외력에 의한 것인지 등은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선조위 내 <그날, 바다> 입장은 거의 없어

선조위가 외력에 의한 외판 손상을 부인(4월 11일)하고 다시 ‘핀 안정기 추돌’에 의한 ‘새로운 외력설’을 채택한 날(4월 13일) 사이에 세월호 침몰원인을 다룬 영화 한 편이 개봉했다. 김어준씨가 제작한 김지영 감독의 <그날, 바다>다.

“고의침몰설을 주장하지 않았다.” 영화를 제작한 김어준씨의 말이다. 4월 17일 열린 영화 상영보고회 자리에서 한 발언이다. “정확히 말한다면 이 가설 이후에 이어지는 질문의 답을 얻지 못했다. 유일한 가설이라고 하지도 않았다.” 엄밀히 말해 김씨의 발언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김씨의 발언을 정확하게 다듬는다면 “고의침몰설이 옳다고 주장하지 않았다” 정도가 될 것이다. <그날, 바다>의 주장이 선조위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까.

선조위가 공식 안건으로 채택하기로 한 ‘외력설’은 영화 <그날, 바다>가 다루고 있는 ‘AIS 항적 조작설’이나 ‘앵커 침몰설’과는 거리가 멀다. 실제 선조위 내에서 <그날, 바다>와 비슷한 입장을 취하는 흐름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의 외력설 보도에는 즉각 대응하면서도 <그날, 바다>에 대해 선조위가 침묵을 지키는 이유는 무엇일까.

선조위 관계자는 “영화는 영화일 뿐, 그에 대해 선조위가 입장을 밝혀야 할 이유는 없지 않는가”라고 반문했다. ‘다큐’ 형식을 취했지만 언론보도처럼 사실을 두고 다투는 것이 아닌 만큼 선조위가 그에 대해 입장을 밝힐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권 변호사는 “촛불혁명 이후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 뒤 세월호도 많이 잊혀져 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옳고 그름과 관련 없이 세월호 참사에 대해 국민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도움되는 것에 대해 선조위가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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