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 비만 여든까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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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중은 어렸을 때 관리해주고 교정해주는 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소아 비만의 위험성을 증명하는 연구 결과에 따르면, 청소년기에 살이 찌면 성년이 되어 제2형 당뇨병이 될 위험이 높아집니다.

요즘 비만인구가 급격하게 늘고 있습니다. 얼마 전 발표된 대한비만학회의 자료에 의하면 국가건강검진을 받은 1454만명 중 35.6%가 비만이라고 합니다. 2014년에는 33.4%였는데 2년 동안 2.2%포인트 증가했습니다. 반면에 정상체중은 2014년에 38.5%, 2015년에 37.5%, 2016년에 36.8%로 해마다 줄어들고 있습니다. 조만간 비만인구가 정상체중 인구를 앞지를 것 같습니다. 6세에서 18세 사이의 소아 비만율은 11.7%로 기록되어 있고, 60대의 비만율이 39%로 가장 높았습니다.

서울 서초구의 한 스포츠 클럽 비만치료교실에서 어린이들이 운동을 하고 있다. / 권호욱 기자

서울 서초구의 한 스포츠 클럽 비만치료교실에서 어린이들이 운동을 하고 있다. / 권호욱 기자

비만은 성년기에 갑자기 생긴 것도 있지만 많은 부분은 청소년기부터 생긴 비만이 교정이 되지 않아 성년까지 쭉 유지된 경우입니다. 체중은 어렸을 때 관리해주고 교정해주는 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사춘기 이전에 평생 유지될 지방세포의 수가 결정되는데 이때 많이 먹거나 관리를 못하면 지방세포의 수가 많아집니다. 성년이 되어 살을 빼면 지방세포 하나당 지방 함량이 줄어들지만 지방세포의 수는 줄지 않고 거의 그대로 유지됩니다. 나중에 몸 주인이 방심하는 날이 오면 언제라도 각각의 지방세포 지방량이 늘어 비만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사춘기 이전에 살을 빼서 지방세포의 숫자를 줄여주어야 나중에 고생하지 않습니다.

소아 비만의 위험성을 증명하는 연구(Change in Overweight from Childhood to Early Adulthood and Risk of Type2 Diabetes)가 미국의 권위 있는 의학지 <뉴잉글랜드저널>(NEJM) 최근호에 발표되었습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청소년기에 살이 찌면 성년이 되어 제2형 당뇨병이 될 위험이 높아집니다. 그렇다면 언제쯤 살을 빼야 성년기에 2형 당뇨병이 생기는 위험을 예방할 수 있을까요? 연구진은 6만3000여명의 덴마크 남자들에 대한 의무기록을 검토하여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내놓았습니다.

7세에 살이 쪘고(과체중) 사춘기 이전(13세)에 정상체중으로 돌려놓은 사람은 정상체중인과 성년기 당뇨병 발병에 차이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7세에도 살이 쪘고 13세에도 살이 쪘지만 청년기에 정상체중으로 돌린 사람은 정상체중인에 비해 당뇨병 발생 위험이 1.47배 높았습니다. 7세 때는 살이 찌지 않았지만 13세에 살이 쪘다가 청년기에 살을 뺀 사람은 당뇨병의 위험이 1.8배 정도 높았습니다. 7세, 13세, 그리고 청년기에도 살이 쪘던 사람은 나중에 당뇨병 발병 위험이 무려 4배 이상 높아졌습니다.

사춘기 전에 살을 빼야 안전하다

조금 복잡하지만 이 자료의 의미는 사춘기에 살이 찌는 것이 가장 위험하다는 뜻입니다. 7세에 살이 쪘다 해도 사춘기 전에 살을 빼면 당뇨병에 관해서는 원래부터 살이 전혀 찐 적이 없는 사람과 그 위험이 같습니다. 즉, 비만의 장기적 악영향은 사춘기 때 시작된다는 뜻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 초등학교 5학년에서 중학교 1학년 때까지입니다. 제 경험으로 보더라도 이때 아이들이 갑자기 살이 찌기 시작하는데, 잘 통제가 안 되고 바로 청년기 비만으로 연결됩니다. 이때 부모님이 잘 살피고 관리해주셔야 합니다.

중년기에 들어서면 근육은 해마다 빠지고 지방은 늘어납니다. 그래서 뱃살은 나오고 허벅지는 가늘어지는데 노인에게 오는 비만의 전형적인 모습입니다. 노인이 되면 기초대사량도 떨어지고 활동량도 떨어져서 쉽게 살이 찝니다. 반면에 근력이 떨어지고 균형을 잘 못잡고 지구력도 떨어져 운동으로 살을 빼기가 힘듭니다. 강하게 운동을 하면 젊었을 때와 다르게 상해를 입을 위험이 있어 한 번 찐 살을 빼기가 힘듭니다. 그래서 보통 노인이 운동을 한다고 하면 단순히 공원을 걷거나 하루에 만보를 걷는다거나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단순한 유산소 운동은 상해의 위험은 적지만 근육량을 늘리고 유지하는 데는 효과적이지 않습니다. 살을 뺀다 하더라도 근육이 빠지는, 내용이 좋지 못한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비만한 노인들에게 어떤 운동이 도움이 될까요? 마침 지난해 <뉴잉글랜드저널>에 발표된 중요한 연구(Aerobic or Resistance Exercise, or Both, in Dieting Obese Older Adults)가 있었습니다. 160여명의 노인을 세 집단으로 나누어 1집단은 유산소 운동만, 2집단은 근력 운동(저항 운동)만, 3집단은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을 혼합해서 하게 했습니다. 6개월 후 각 집단의 신체활동지수, 근육량, 골밀도, 운동능력, 근력 등을 평가했습니다.

유산소 운동만 한 사람들은 운동 능력은 좋아졌지만 살이 빠지면서 근육도 같이 빠지는 경향이 심했고 골밀도 감소도 가장 심했으며 근력은 개선되지 않았습니다. 예측했던 대로 그냥 심폐기능은 좋아졌지만 골·근육 면에서는 별로 장점이 없었습니다.

노인 비만도 운동을 하면 좋아진다

근력 운동만 한 사람들은 골밀도의 감소도 적었고 근력은 최고로 향상되었고 근육의 감소도 거의 없었습니다. 그러나 심폐기능의 향상은 가장 적었습니다. 근력 운동과 유산소 운동을 같이 한 사람들이 가장 좋았는데, 신체활동지수, 심폐기능, 근력 등에서 가장 좋았고, 골밀도 감소와 근육량 감소에서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걸음걸이, 균형잡기, 삶의 질에서도 근력 운동과 유산소 운동을 혼합해서 한 사람들이 제일 좋았습니다.

나이가 있는 환자들에게 열심히 운동하고 좋은 식사를 해서 허벅지를 늘리라고 권고하면, 대부분 이 나이에 어떻게 근육이 느냐고 반문합니다. 그런데 여러 실험결과를 보면 잘 고안된 운동 프로그램을 따르면 근육이 늘어납니다. 물론 젊은 사람만큼 빠르고 화끈하게 늘어나지는 않지만 천천히 몇 년을 두고 늘어납니다.

나이를 막론하고 운동을 열심히 하는데 근육이 늘지 않는다고 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오로지 유산소 운동만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냥 걷기, 약간 빠르게 걷기 등이 가장 많이 하는 유산소 운동입니다. 근력 운동은 일단 훨씬 힘이 들고 늘 하기 힘들고 다칠 위험이 높아서 기피합니다. 그런데 근력 운동을 해야 척추가 바로 서고 자세가 제대로 잡히고 균형을 잘 잡고 걸음걸이도 좋아집니다. 어떤 연구에 의하면 근력 운동을 통한 올바른 몸의 자세가 치매와 파킨슨병과 같은 퇴행성 신경계 질환을 막는 데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제 개인적인 경험으로 보아도 근력이 약하고 자세가 비뚤어지고 걸음걸이가 좋지 않은 사람은 치매나 파킨슨병에 더 잘 걸리는 것 같습니다.

질병의 유무와 상관없이, 노인은 오히려 더 섬세하게 고안된 근력 운동 프로그램을 해야 합니다. 비뚤어진 자세로 많이 걷게 되면 오히려 관절염이나 족저 근막염에 걸릴 수 있으므로 유산소 운동 외에 반드시 근력 운동, 균형 운동을 따로 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효능도 제대로 모르는 수많은 건강식품이나 약초나 의료기기에 돈을 들이기보다 근처의 피트니스나 요가 센터, 태극권 도장에 다니시길 권합니다. 다이어트 또는 근육만 키우는 과거의 피트니스와 달리 지금은 자세 교정과 근력 강화 등의 분야를 공부한 트레이너들이 많습니다. 제대로 된 요가는 유연성과 균형만 좋아지게 하는 것이 아니라 잔 근육을 발달시켜 전반적인 기능을 향상시킵니다. 태극권은 유산소, 근력, 유연성과 균형 능력 등의 모든 덕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나이 들었다고 스트레칭과 간단한 걷기만 하지 마시고 힘이 좀 들더라도 이런 운동을 하셔야 합니다.

건강을 위한다고 편하게 그냥 무언가를 먹거나 어떤 기계에 앉아 있거나 누워 있거나 하지 마시고, 처음에는 힘이 들고 귀찮더라도 제대로 된 운동을 하셔야 합니다. 고통이 없으면 얻는 것도 없습니다.

<연세조홍근내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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