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대출 가산금리 타당해질까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지난해 당기순이익 6년 만에 최대… 영업비밀 내세워 제멋대로 책정

“대출금리는 꾸준히 오르는데 예금금리는 변화가 적다. 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차이(예대금리차)가 커지는 부분에 대해 은행권이 타당한 설명을 내놔야 한다.”

최종구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5일 마포구 IBK기업은행 창업보육센터에서 코스닥 벤처펀드에 가입하고 있다. / 연합뉴스

최종구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5일 마포구 IBK기업은행 창업보육센터에서 코스닥 벤처펀드에 가입하고 있다. / 연합뉴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지난 3월 14일 금융혁신 추진 등 경제 현안을 설명하는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지난해 11조2000억원이라는 은행들의 천문학적인 이자수익이 이 같은 예대마진에서 비롯된 것 아니냐는 지적으로 풀이된다. 은행들은 시장금리가 올라갈 때 예금이자는 천천히, 대출이자는 신속히 올리는 등 이자마진에 의존한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은행 대출이자는 한국은행이 정하는 기준금리에 해당 은행이 자율적으로 정한 가산금리를 더해 결정된다. 문제는 이 가산금리의 책정방식이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이 최근 은행권 가산금리 체계를 손보겠다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금감원 검사 결과가 이르면 이달 안에 나올 전망이어서, 은행권 가산금리 책정 관행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예대금리차, 은행들이 타당성 설명해야”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19개 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1조2000억원이다. 전년에 비해 8조7000억원 늘었다. 2011년(14조4000억원) 이후 6년 만에 최대 수준이다. 지난해 대손비용이 크게 감소한 이유도 있지만, 금리 상승기에 예대금리차가 확대되면서 순이자마진(NIM)이 늘어난 영향도 있다. 국내 은행들의 예대금리차는 2016년 1.95%에서 지난해 2.03%로 확대됐다. 이에 순이자마진이 같은 기간 1.55%에서 1.63%로 0.08%포인트 개선되면서 이자이익만 전년에 비해 2조9000억원(8.5%) 증가했다. 이 기간 신규취급액 기준 연평균 가계대출 금리는 3.46%로 전년보다 0.32%포인트 상승한 반면, 저축성수신금리는 1.56%로 전년보다 0.08%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예대금리차 확대는 금리인상기에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볼 수 있다. 금리상승기에는 금리가 높은 장기 시장금리가 단기 시장금리보다 즉각 반응해 가파르게 상승하고, 단기 시장금리가 이를 쫓아가는 구조라 예대금리차가 커질 수밖에 없다.

당국은 가산금리에 주목하고 있다. 가산금리는 은행이 대출자의 신용도 및 은행의 목표이익률(은행이 대출상품을 통해 얼마만큼의 이익을 낼 것인지 자체적으로 정한 수치) 등을 고려해 결정한다. 구체적인 책정방식은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목표이익률이 올라가면 그만큼 가산금리도 오르게 된다. 문제는 목표이익률을 지나치게 높게 잡거나, 각 은행별로 가산금리 구성 항목, 책정방식 등이 모두 다르다는 점이다. 최종구 위원장도 “어떤 은행은 목표이익률을 대출상품별로 각각 다르게 운영하기도 하고, 어떤 은행은 모든 대출상품에 똑같이 적용하기도 한다”며 “대출 종류나 수준에 따라 가산금리 차이가 나는 건 당연하지만, 이는 소비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가산금리를 둘러싼 논란은 오래됐다. 금융당국과 은행권은 2012년 대출금리체계 모범규준을 제정하고, 은행연합회 홈페이지에 대출유형에 따른 신용등급별 기준금리와 가산금리를 매달 공시토록 하는 등 보완책을 마련했다. 하지만 은행들의 불투명한 가산금리 책정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끊이지 않으면서 당국도 본격적인 점검에 착수한 상태다.

전문가들 “가산금리 책정, 당국 검증 필요”

금융감독원은 최근 주요 시중은행을 대상으로 가산금리 구성항목과 금리 결정절차 준수 여부 등에 대한 점검을 벌였다. 당국의 한 관계자는 “최근 주요 은행들을 대상으로 관련 검사를 마쳤다”며 “검사 결과에 대한 검토 후 필요하면 추가 조사가 이뤄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번 검사 결과는 이르면 이달 안에 공개될 예정으로, 당국은 결과에 따라 대출금리 모범규준 개정에도 나설 계획이다.

최근 취임한 김기식 금감원장도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 차원에서 이 문제에 대해 적극 대응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김 원장은 지난 2일 취임사를 통해 “금융회사의 불건전한 영업행위로 금융소비자 피해사례가 빈발하고 있고,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 일각에서는 ‘약탈적 대출’이라는 주장까지 제기하는 상황”이라며 은행들의 과도한 가산금리 상승이나 예대마진율에 대해 강도 높은 개혁에 나설 것임을 내비쳤다.

김 원장은 특히 더미래연구소장으로 재직 중이던 지난해 11월 <경향신문>에 게재한 ‘한국 금융산업의 미래’라는 제목의 ‘김기식 칼럼’에서 예대마진과 수수료에 의존하는 금융산업의 재편을 강조했다. 그는 이 글에서 “제조업 분야에 비해 우리 금융산업은 국제 경쟁력을 논하는 것조차 부끄러운 수준이다. 한마디로 우물 안 개구리 수준”이라며 “예대마진과 수수료에 의존한 한국의 금융산업을 투자와 자본시장 중개 기능, 자산운용 수익 중심으로 재편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은행들은 대출금리가 오르고 예대마진이 큰 폭으로 늘어난 데는 대외적인 요인이 크다고 항변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6월 말 기준 5년물 금융채 혼합형 대출상품의 기준금리가 2.09%였으나, 올해 2월 말 기준으로는 2.76%로 0.67%포인트 상승했고, 이러한 부분을 금리에 반영하다 보니 고객들 입장에서는 은행이 가산금리를 올려 폭리를 취한 것으로 오인할 수 있다”며 “이런 현상은 최근 미국의 급격한 기준금리 변동에 따른 영향으로, 대출금리뿐 아니라 예금금리에도 동일하게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금리의 등락과 관계없이 가산금리 책정 기준과 방식 등은 지금보다 합리적이고 투명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또 당국이 소비자 보호를 위해서라도 사후에 이를 검증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은행들은 금리가 내려가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당초 세웠던 목표수익을 달성하기 위해 가산금리를 임의로 책정해 운용해 왔다는 지적을 받았다”며 “그동안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많았음에도 은행들의 자율적인 영역으로 치부돼 방치돼 온 만큼, 이번 기회에 당국이 가산금리 체계 문제를 전반적으로 들여다보고 문제점을 개선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안광호 경향신문 경제부 기자 ahn7874@kyunghyang.com>

바로가기

이미지